나는 최근에 이태원 소재의 아이리쉬 펍에서 바 스태프로 일하기 시작했다. 계산대 시스템 사용법을 처음 배웠고 기네스가 아일랜드가 자랑하는 맥주인 줄 처음 알았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환상적이고 소박하고 경쾌한 문화를 갖고 있다. 모여서 악기를 연주한다. 음식을 간단히 튀기거나 굽고 쪄서 먹는다. 색깔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초록색이 그들의 상징색이다. 굉장히 여유롭다. 약속했던 첫 전화 인터뷰 시간보다 세시간 시간이 늦어졌는데 전날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알람을 못 들었다고 한다. 나중에 만난 매니저 중 한명인 이 아이리쉬는 쿨하고 스포티한 사람이었다. 나한테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다.
난 영어로 주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당연히 계산을 처리해본 적도 없다. 일상생활에서 영어 대화가 문제 없다고 했을 뿐인데 동료들은 처음부터 날 현장에 투입시켰다. 정중하고, 긍정적이고, 친절한 게 중요하단다. 나머지는 어찌되어도 괜찮다고 했다. 난 그대로 했다. 영어로 메모하는 것도 서툴러서 무엇을 주문했는지 손님에게 여러번 물어봤다. 세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여섯시간 같았다. 벨이 울리면 음식을 손님한테 가져다줬다.
콧수염이 이쁘게 난 코너. 자기 이름이 상당히 아이리쉬적이라고 말한 오른. 나는 밤 열시가 넘은 시각 날 픽업하러 온 나은이에게 걸어가며 이태원 밤공기 위로 소리를 질렀다. 야호! 그래 이게 삶이지!
드디어 좀 사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