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에 도전하는 성수 핫플레이스와 브런치 작가의 여정 전시회 다녀오다
성수동에 다녀왔다. 성수가 핫플레이스가 되어 성수역에 많은 인파로 인해 위험이 감지된다는 뉴스를 볼 때만 해도 내겐 그냥 먼 곳의 이야기였는데, 다녀 보고서야 성수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브런치스토리 팝업전시 : 작가여정」 전시회를 보러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행사를 먼저 안 친구가 연락을 해왔는데 처음엔 맘이 끌리지 않아 시큰둥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으로 행사에 관한 내용을 받고 자세히 살펴보니 무료한 일상에서 새로운 뭔가가 필요한 내게 나쁘지 않을뿐더러, 자격증 시험을 핑계로 책 읽기도, 글쓰기도 게을리했던 터라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청량리역에서 버스정거장으로 가니 길 건너편에서 패키지여행의 가이드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보니 새삼 반갑고 믿음직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려니와 서울 뚜벅이 여행을 즐기는 그의 도움으로 뭔가 새로움이 가득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성수역에 내려 관광안내소에서 지도와 핫플레이스를 추천받았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꼭 좋은 곳은 아니지만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은 새로움이기도 한지라 점심때가 가까워 오는 때에 맞춰 추천 1호 카페 어니언으로 갔다.
7-80년 대 붉은 벽돌의 낡은 주택에 대문 위로 하얀 글씨가 쓰인 카페 앞엔 인증샷을 찍는 젊은이 서넛이 있을 뿐이었다. 내부는 밖에서 본 것보다 더 낡았음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커피와 빵을 주문하는 긴 줄 중간에 서 있는 내가 이방인이 된 것처럼 어색하고 신기했다.
낡은 대로 낡아 떼가 덕지덕지한 벽과 민낯을 다 드러낸 천정, 수많은 발자국으로 다져진 바닥은 반질반질했다. 어느 곳 하나 깔끔한 인테리어를 찾아볼 수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할까?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움과 깨끗하고 정돈된 삶 속에서 살고 있는 신세대들의 새로움의 추구가 낡고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시대적 유행을 타는 단순한 호기심일까? 감춰진 것이 없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보고 싶은, 고정관념을 깨려는 실천적인 환호일까?
커피 두 잔과 빵 세 개가 보통의 점심값을 훌쩍 넘겼다.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에는 앉아서 다음 성수동을 돌아볼 지도를 짚었다. 역 주변 반경 몇 킬로미터 내, 옛 도로변으로 낡거나 혹은 신축된 건물에는 햄버거, 유명 옷 브랜드, 양말, 향수 등등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들이 즐비했고, 이벤트가 이뤄지는 곳엔 젊은이들의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특히 감자탕과 소금빵 집 줄이 제일 길었던 것 같다. 엽서 같은 곳에 찍어 주는 향수가 피곤함을 잊게 해 주었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한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여정 전시회는 대기줄이 많지 않아 쉽게 입장해서 둘러볼 수 있었다.
브런치에서 작가라고 불리고 있긴 하지만, 허접하고 부끄러운 문장들이 많아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고, 내 글을 내가 다시 읽어 볼 때마다 창피하기도 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내가 이런 작업을 계속해야 할까? 의구심이 들 때가 많은데, 브런치의 유명 작가들은 어떻게, 이런 마음을 극복하며 글을 쓰는지 궁금했다. 전시된 작가들의 소품과 노트 그리고 응원의 문구들을 보면서 용기, 아니 욕심을 내 본다.
글쓰기 힘들 땐,
한 문장만 써 보세요.
그리고 한 문장 더,
또 한 문장.
문장을 쓰다 보면,
글이 됩니다
황보름 작가
'재능으로 쓰지 말고
재능이 생길 때까지 쓰라'
제가 오래 잡고 있던
문장입니다.
작가님들께도
전해 드려요.
정문정 작가
포스트잇에 쓰인 글들을 찍고, 소품 앞에 놓인 격려 문장 스티커들을 호주머니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글쓰기의 꾸준함과 어려움. 그냥 내가 한 일을 글로 써 보기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글로 그림 그리듯 표현해 보는 일이 내겐 더 호감이 가니 더 좋아하는 걸로 해 보는 게 좋겠지. 오늘 성수동 거리 모습과 브런치 전시회 그리고 경동 1960 스타벅스의 풍경을 글로 그려보자.
서울을 그리기 위해서는 군중의 표현이 필수다. 어디를 가든 넘쳐나는 인파와 고층건물과 자동차들. 경동시장엔 휴일 늦은 오후임에도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인삼, 약재, 과일들이 즐비한데 귀하고 품질 좋고 값도 쌌다. 집만 해결되면 먹는 것과 입는 것은 서울이 쉽다는 친구의 서울살이 예찬이 헛소리가 아닌 듯싶었다.
신천지를 예고하며 친구가 데려간 곳은 경동 1960 스타벅스였는데 아침에 들른 카페처럼 드나드는 사람을 간간히 볼 수 있을 뿐이었는데 매장을 들어서는 순간 규모와 인파에 놀랐다. 옛 영화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어둑어둑한 공간에 빈 테이블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기 의자에 앉아서 빈자리를 기다렸다 일어나는 사람들 자릴 차지하고 앉아서 시나몬빵 하나와 민트유자를 마시며 성수동과 유명 커피숍 내부의 경이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새로운 용기와 도전을 준 성수동 여행. 해답은 간단하다.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데 잊고 있거나 두려워서 숨고 싶었던 마음을 다시 꺼내 도전해 보는 것. 글은 남 의식하지 않고 그냥 좋아하는 대로 쓰면 되는 것. 세상의 관심이 쏠리는 곳에 들러 남들 살아가는 모습에 내 삶을 투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성수동과 브런치 작가의 여정 전시회를 다녀온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