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무 기다려왔던 킹메이커가 개봉해서 오늘 보고왔다. 정치인과 선거전략가가 주인공이고, “불한당”의 감독인 변성현 감독이 연출했다하니 나로서는 안 볼 수가 없었다.
2.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기대가 너무 컸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영화다.
3.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보니 김운범과 서창대 간의 브로맨스의 빌드업이 좀 빈약해졌다는 점이다. 불한당에서는 재호와 현수의 관계를 굉장히 미시적으로 그리고 그들 사이의 감정선,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그렸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다소 투박하게 지나갔다.
4. 운범이 선거에서 패배를 계속하다가 창대를 만나서 승리하기 시작한 지점과 이후의 선거승리는 모두 생략되고 바로 대선 직전의 총선으로 넘어갔다. 그 중간 과정이 빠진게 아쉬웠다. 러닝타임을 늘려서라도 운범과 창대의 유대관계를 그렸어야 하지 않나 싶다.
5. 서창대의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부분도 좀 아쉬웠다. 서창대는 이북 출신의 숨은 선거전략가에다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한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그려진다. 뒤에만 서있어야 하는 참모, 즉 “킹메이커” 자리에 대한 불만, 더 큰 꿈을 원하는 창대의 내적 갈등을 조금 덜 직설적으로 그렸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6. 몇가지 아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좋았다. 특히, 한국의 지역주의의 기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71년 대선을 그린 과정이 좋았다. 박상훈 박사님의 명저 “만들어진 현실”이 많이 떠오르기도 했다.
7. 몇번 더 영화관에서 볼거 같다.
8. 덧. 조만간 이 영화로 모임을 하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