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정치의 특징을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하는 조직인 “청와대”가 한국정치를 주도하는 “청와대 정부”라고 명명한다. 이는 민주적인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당이 정부를 주도하는 “(책임)정당정부”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는 매우 매력적이며 흥미로운 개념이다. 저자는 정당을 통한 대의민주주의 정치가 아닌 대통령이 청와대라는 임의조직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식 정치를 하는 것은 자칫 권위주의적인 정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청와대 정부”라는 개념은 한국정치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매우 유용한 개념이며, 한국의 대통령제를 분석하는 하나의 분석 틀의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저자의 청와대 정부 개념 정의와 청와대 정부와 한국 민주주의 간의 인과관계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있다.
1) 대한민국의 대통령제가 "청와대 정부"로 특징지어질 수 있는가?
- 저자는 백악관 비서실(WHO) 직원의 수(377명)보다 청와대 직원의 수(대통령 비서실: 443명, 국가안보실 및 NSC: 47명)가 많다는 것을 근거로 한국 청와대가 매우 비대한 조직이라고 지적하는데, 이는 타당한 비교인가?
* 미국의 대통령 집행부(EOP)는 물론 직접적으로 청와대와 비교하면 등치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대통령 집행부 역시 저자가 지적하는 "임의" 조직의 요건에 해당하는 직위가 많다. 백악관 비서실, 부통령실, 무역대표부, NSC, 경제자문회의 등은 상원의 인준이 필요치 않고, 다른 행정부처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도 않으며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러한 조직들을 직접 통제한다. 이러한 대통령 집행부의 직원 수는 약 4,000여명이다.
- 저자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 청와대의 예산 및 인력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청와대 정부가 권위주의적인 통치행태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타당한가?
2) 청와대 정부는 정말 문제일까?
-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하는 청와대의 별정/정무직 공무원("어공")이 주도하는 조직이 과연 직업관료("진공")에 비해 덜 민주적일까? 제도적으로 신분이 보장된 직업관료인 "진공"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자유롭게 임명/해임할 수 있는 "어공" 중 어떤 조직이 더 민의에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까?
- 그렇다면, 같은 논리를 적용하자면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의 보좌직원도 국회의원이 "임의"로 임명하는 별정직 공무원인데, 보좌직원의 규모가 비대할수록 덜 민주적인 의회가 되는 것인가?
*미국 연방하원의 경우 의원당 보좌직원이 약 20여명이며, 연방상원의 경우 약 40여명이다.
3)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점: 청와대 정부 vs. 5년 단임제
- 청와대가 정치를 주도하는 청와대 정부라는 현상이 정말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인가? 대중에 반응하지 않는 정치는 과연 "청와대 정부" 현상에 의한 것인가?
- 다음 선거를 고려하지 않는 "단임" 대통령제가 문제의 본질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