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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lee Apr 25. 2024

프레임 전쟁 - 하이브 v. 민희진

1. 프레임은 무엇인가?

근래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 간의 분쟁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있다.(이후 존칭 생략) 민희진의 오늘 기자회견이 그 클라이막스인듯 하다. 기자회견 서두에 민희진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프레임’이다.


‘프레임’이라는 말을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정확한 정의는 모르겠지만 특정한 사건이나 사람을 규정하는 어떤 사고의 틀을 프레임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민희진의 기자회견 목표는 “경영권 찬탈자”라는 하이브의 프레임을 깨거나 다른 프레임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었을 거다.  


그러나 민희진의 오늘 기자회견은 총론적으로 보면 안하느니만 못한 대참사였다. 메시지는 중구난방이었고, 태도는 정돈되지 못했으며, 전략과 기획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다.


반면, 민희진이 장장 2시간에 걸쳐 풀어놓은 정리,정돈되지 않은 이야기들 속에는 얼마든지 하이브의 프레임에 대항 가능한 프레임의 재료가 담겨있었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전략,전술의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서 민희진의 기자회견 이벤트가 실패한 이유, 바꿔 말하면 민희진이 앞으로 가지고 가야할 프레임의 방향성에 대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 몇자 적어보고자 한다.


2.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프레임 하면 거의 바이블과 같은 책 제목이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조지 레이코프 저)이다. 책의 논지는 간단하다. 상대가 규정한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상대가 규정한 프레임 속의 언어를 어떤 형태로든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말라고 말하는 순간 머릿속에 코끼리부터 떠오르기 때문에.


하이브가 민희진을 규정한 프레임은 “경영권 찬탈(또는 탈취)”이다. 민희진은 기자회견 초입부터 자기는 경영권 찬탈이란 프레임이 와닿지 않는다, 나는 경영권 찬탈에 관심 없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그런 일(경영권 찬탈)을 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등 항변을 쏟아냈다. 모두 상대가 정한 프레임 안에서 항변한거다. 그 항변을 하는 언어나 표현방식조차 좋게 말해 날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저분해서 대중은 기자회견 초입부터 민희진을 ”경영권 찬탈“하려던 자의 어설픈 변명쯤으로 보지 않았을까?


3. 경영권 찬탈 v. 집단린치

개인적인 생각으로 민희진은 이번 사태를 엔터권력의

집딘린치로 규정하고 들어갔어야 하지 않나 싶다.


민희진이 풀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력있는 창작자의 내부고발에 대한 답으로 거대 엔터권력인 하이브가 카톡 사찰, 감사, 언론플레이 등 모든 권력적 수단을 동원해 집단린치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산업인 엔터업계에서.


집단린치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다수의 강자가 소수의 약자를 짓밟는 이미지,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더글로리, 흔치 않은 엔터업계 내 여성 경영인에 대한 핍박 등등


물론, 저건 그냥 내 짧은 개인적인 사견에 불과하다. 다만, 사실관계가 어떠하고를 떠나서 일단 민희진은 본인이 주장하고자 한 바를 좀 더 정교하게 정리해서 대항 프레임을 만들어서 대항했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4. 대중은 민희진 개인에겐 관심이 없다

민희진이 범한 또 하나의 실수는 너무 사족이 많았다는 것인데, 그 사족이 대부분 “개인 민희진”의 억울함, 분노, 인간관계 등이었다. 모 익명 톡방에서 직장상사가 “민희진이 뉴진스 멤버냐”고 물었다며 킥킥대는 대화가 오갔다. 근데 사실 나도 민희진이 누군지 잘 모르고 대다수 사람들은 민희진이 누군지 잘 모를거다. 민희진 본인 말처럼 ‘연예인’이 아니니까.


그럼 대중에게 낯선 민희진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얼마나 억울하고, 뉴진스가 민희진에게 어떤 의미이고, 민희진이 무얼 하고 싶은지 과연 누가 궁금해할까?


민희진이 메신저로서 대중에게 어필하는 방법은 “보편적 이미지”, 그것도 호의적인 여론을 살 수 있는 “보편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집단린치 프레임 속에서 민희진은 약자요, 피해자고, 권력에 의해 탄압받고 구타 당하는 약한 존재이다.


5.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오늘 기자회견을 보니 민희진은 즉흥적인 대응 능력이 요구되는 형식의 대중 노출은 더는 안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언론을 통한 대중 노출을 할거라면, 정교한 토킹포인트 기획이 필요하고, 철저하게 관리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담은 인터뷰 형식의 대응

외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한다. 그리고 차분하게 법정 변론을 준비하고.


6. 오래도록 회자될 위기대응 실패사례

공보, 메시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실패한 위기대응 사례로 오래도록 회자될 것 같다. 그러나 누가 아나? 반전이 있을수도?


(수정) 반전이 정말 있었다고 한다. 위에 한 말 다 취소! 특히 6번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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