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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KIM May 14. 2020

나이들기는 싫은 데 전역은 하고 싶어

전역 D-300

2018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죽고는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라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당시의 나는 책의 제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죽고 싶은데 떡볶이는 먹고 싶은' 상황이 말이 안되는 거 같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보면 나는 박세희 작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듯하다. 나이 들기는 싫은 데 전역은 하고 싶기 때문이다. 전역을 하려면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야하는 데 나이를 먹기는 싫다. 결국 하루하루 군 생활을 하는 게 빠르게 지나가는 거 같다고 좋아 할 수도, 느리게 흘러간다고 원망할 수도 없는 굉장히 환장할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고 이틀 뒤면 내 생일이다. 그리고 또 기가막히게 군복무 단축으로 인해서 오늘이 딱 내 군생활이 300일 남는 시점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뭔가 300일이 남았다고 하니 이제 슬슬 전역을 준비해야 할 것 같기도, 동시에 지금까지 해온 군생활을 돌아봐야 할 것 같기도하는 막연한 부담감이 올라왔다. 군생활이라는 게 단순하고 지루하게 짝이 없을 줄 알았더니 군대에서만큼 온갖 잡념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뭔가 전역 후에는 발전한 나의 모습을 사회에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그런 생각. 근데 다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전역일 D-300일을 맞아 지극히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군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 그리고 생각들을 일주일에 3번씩 글로 정리하는 것이다. 사실 군 생활 가운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종종 있고 흥미로운 경험(코로나19로 인한 휴가통제는 여러의미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들도 많은 데 이런 글을 나누면 군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군대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높아지지 않을 까하는 생각도 든다. 또 같이 고생하고 있는 다른 장병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이 될 만한 글을 쓰면서 서로 힘든 군생활에 힘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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