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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팜비치 Apr 29. 2019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마블알못의 스포없는(?) 주관적 감상평

01. 10년의 향수

나에게 있어 구체적인 마블시리즈의 기억은 어벤져스부터 시작된다. 어벤져스 이전의 마블 세계관은 각각의 캐릭터로 존재했을 뿐. 이자들(히어로들)이 모두 같은 세계관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도, 이를 이해하기 위해 시리즈를 챙겨봐야한다는 생각 도 없었다.

*어벤져스 이후로도 마블시리즈를 모두 챙겨 본 편은 아닌데, 때문에 엔드게임을 보러가기 전 마블 세계관의 시계열순 사건과 인물들에 대해 벼락치기 공부를 해야만 했다..!(유튜브 강추)

각설하고 마블의 빅팬이 아닌 나에게도, 엔드게임은 10년간 함께해온 팬들에 대한 짙은 향수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많은 장면들이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팬들이 보고싶어하기에 보여주는 느낌. (3시간이 설명되는 부분)

좋은 이별을 준비하는 상냥함이랄까. 액션보다 드라마가 가득했다. 졸업식 아침에 텅 빈 학교를 마주할때 곳곳에서 추억이 피어오르는 듯한, 시작되지도 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였다.

02. 그래서 타노스는 선인가 악인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엔 한정된 자원에 비해 생명체가 너무 많다. 그래서 반을 없애겠다. 아니, 그럼 남겨진 절반의 슬픔이 너무 크니까 모두를 없애고 적당량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마블의 10년치 슈퍼히어로를 다 모아놓아도 이기기 어려울만큼 타노스가 강력했던 이유는, 아마 저 질문에 대해 쉽사리 선과 악을 답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인류의 불행의 많은 부분은 절대적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균형한 분배에서 시작되며, 불균형이 독점적인 절대권력과 부패에서 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똑같이 가지는 공산주의가 행복하다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지 못한 불균형이 불행하단 이야기다. 행복과 불행은 반댓말이 아니므로.

물론 그 누구에게도 같은 생명체 (?) 입장에서 이를 판단하고 손가락을 튕기거나 몰살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 대전제다. 그런면에서 타노스는 좀... "지가 뭔데" 싶다는 것이 결론이 되겠다.

03. 마블의 도전

포스트-캡틴 아메리카는 흑인이고, 현재 가장 센 히어로인 캡틴 마블이 (섹슈얼하지않은) 여성이라는 점 등, 많은 장면에서 마블은 자신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밝힌다. 백인-남성 위주의 히어로 서사에서 드디어 벗어나겠다는 뜻이다. 매끄럽진 않지만 우선 박수를 보낸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사 모을 히어로 피규어들은 좀 더 다양했으면 한다.

또한 괄목할만한 점은 '토르'와 '가오갤'의 만남인데, 토르-라그나로크 부터 감지되던 '탈 권위'적 서사, 이른바 B급정서가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는 것일까? 마블 캐릭터 중 가장 클랙식한, '순혈' 토르가 그 왕좌를 벗어던진다. 늘어진 뱃살을 부여잡고, 우주의 뒷골목을 지키는 가오갤에 합류한다.

태어날때부터 부여받은 권위와 타인의 기대위에 지어진 정체성이 아닌 자신만의 서사를 찾아 떠나는 토르. 왕관의 무게를 벗고 한결 가벼워진 유머가 기대된다.

04. 한국의 '엔드게임' 현상

하지만 역시 그닥 마블팬이 아닌 1인으로서, 영화 그 자체보다 흥미로운 것은 광기에 가깝게 느껴지는 한국의 이 '엔드게임' 현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극장광고 집행을 준비하면서 4월과 5월 중 광고 상영일정을 정해야했는데, 5월엔 엔드게임으로 인해 할증이 붙는다고 해서 4월 온에어가 됐다. 4월에 엔드게임 상영일이 한 일주일 정도되니 좀 아쉽긴 하겠구나 했는데 웬걸, 5월 오기도 전에 웬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본 것 같다. 뜨거울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길거리에 온갖 히어로 마케팅을 보고 있자니 실소가 터져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의 '엔드게임'현상이 조금 다른게 있다면, '뒤쳐지기 싫은 마음'보다, '스포당하기 싫은 마음'이 크다는 점이려나? 마블은 정말 각성하고 이상한 중국 배우 가져다 한국 연출하지말고 제대로된 한국인 주연급의 영화를 만들어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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