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애를 낳는 게 과연 지구를 구할까.
‘아이들이 지구를 위기에서 구한다’라는 말은 어떤 사람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보았다. 그 사람은 사실 내가 집짓기에 관련한 책을 여러권 보다가 읽게 된 <안녕, 동백숲 작은집>의 작가다. 동백 숲 속에서 전기도 수도도 가스도 없이 조선시대 나무+흙집을 지어 살면서 애도 둘이나 낳은 20대 환경운동가 커플이, 지금은 무얼하고 사나 궁금해서 찾게된 그의 페이스북에는 엉뚱하게 캐나다의 한겨울 눈속에 아이들이 오가는 사진이 붙어있었다. 캐나다의 강원도 같은 곳이란다. 그리고 저 댓글은 아마도 그런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해서 그 작가를 팔로우하는 누군가가 단 댓글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100% 자식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당연히, 자식이 있으니까 그 자식들의 미래를 희망차게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운일이다.
근데, 애를 낳는 것이 과연 지구를 구할까.
지구를 더럽히는 산업 중 1위가 석유 산업이고 그 다음이 패션 의류 산업이란다. 여기서 ‘더럽힌다’는건 쓰레기와 탄소를 겁나게 배출 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 또한 예전의 나같은 꼬맹이가 ‘난 빠쑝 듸좌이너가 될거야!’라고 했을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저 사실을 가장 숨기고 싶었던건 이런 꼬맹이들의 부모로부터 쏠쏠하게 학비를 뽑아먹어야할 패션학교들일 것이다. 사실 졸업할즈음에 교수님중 한명이 "사실 이런 지속가능하지 않은 브랜드들에 입사해서 일하라고 가르치는 내 일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아."라고 조그맣게 고백한 적도 있었다. 근데 그 분도 먹고 살아야하니 계속 패션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님을 해야겠지, 싶었다.
이런 저런 환경다큐멘터리를 보며 차례 차례 멘붕을 하다보면, 가장 끝에 나는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적어지면 지구의 다른 모든 생명체들이 망가진 환경을 알아서 잘 복구 하고 잘 살 것이다. 물론 이런 찬물 끼얹는 이야기는 왠만해서는 주변 인간들에게 잘 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 임신하고 아기가 태어나길 기다리거나, 아기를 낳아서 열심히 키우는 친구들에게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서 지구란 그냥 지구가 아니라 “인간이 사는 지구”다. 근데 한편으로 또 드는 의문은, 인간이 뭘 한다고 해서 지구가 과연 구해지는 것일까. 지금까지 인간은 뭔갈 하면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쪽으로만 갔지 도움이 된 적이 거의 없다.
어린 인간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건, 앞이 깜깜하고 소름돋고 무서운 일이다. 가면 갈수록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20대 쯤에 겁 없고 체력이 넘칠 때 해치워버려야하는 것이 임신과 출산인가보다.) 히틀러나 오사마빈라덴이나 폴포트의 부모가 ‘내 자식은 커서 세계의 빌런이 될거야’하며 낳아서 키웠겠는가. 한번 세상밖에 뽑아내놓으면 이 살아있는 것이 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은 죽을때까지 멈출수 없다. 잘못 풀린 게임을 리셋 하는 마냥 다시 자궁속에 집어넣을수도 없고. 내 자식이니까 내 맘대로 주물러서 좋은 인간으로 형성할거야! 라고 맘먹을수는 있지만 꼭 그렇게 되리란 보장이 없다. 혼자 먹고 말하고 싸돌아댕기는 인간을 조종하려 드는것 자체가 모순이다. 조종 당하는 자식도 스트레스고 조종이 맘대로안되는 모체도 스트레스다. 이 새로운 생명이 바깥을 돌아다니며 누굴 만나고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이며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애기 낳는건 무섭다. '얼마나 귀여운데! 너도 한 번 낳아봐!' 하는 말은 아무도 나한테 한적 없지만, 골때리게 무식하고 무책임한 말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며 '얼마나 귀여운데! 한 번 키워봐!'도 동급으로 무책임하다.
이런 인간 번식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한다면 저출산 시대에 그게 왠말이냐! 라고 누가 할지도 모른다. 일단 나는 한글로 글을 쓰고 있지만 국적도 거주지도 한국이 아니어서 통계적으로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상관없는 인간 1명이지만... <차이나는 클래스> 방송에서 저명한 인구통계학자가 나와서, 지금 한국은 2명이 결혼해 0.8명만 낳는 초저출산 시대라고, 이렇게 가다간 600년후에 한국이 사라진다고 했다. 티비 속 모두가 충격과 안타까움의 리액션을 했다. 티비 밖 나는 조금 헛웃음이 났다. 오래 살아봤자 100살인데 600년후에 나라가 없어지는걸 신경 쓸 일인가?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시대도 500년 밖에 안 갔는데, 대한민국이 지금부터 600년이나 더 가면 선방한게 아닌가? 결론적으로, 기후 위기 때문에 600년이 다 흐르기도 전에 일단 지구의 모든 나라가 해수면에 잠길것 같은데?
아니 사실 기후위기가 문제가 아니였다. 오늘 본 다큐멘터리, 씨스피러시 <Seaspiracy>가 친절하게 전세계 대부분이 외면하거나 눈이 가려져 모르고 있던 현실을 까발려준다. 무분별한 어업으로 현재 해양생물의 70% 정도가 사라졌고, 이대로 계속 가다간 2048년엔 물고기가 한마리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물고기가 없어지면 어때? 그냥 육고기 먹으면 되지~ 라거나, 난 원래 생선 비려서 잘 안먹어~ 하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먹는게 문제가 아니다. 지구 전체의 산소 90%를 해조류가 만들어내고 있고, 어류가 사라지면 먹이사슬 붕괴로 해조류도 사라진다. 산소의 90%가 사라진다. 대기는 이산화탄소로 가득 찰 것이다. (화성의 대기 90%가 이산화탄소다) 육고기가 뭐야, 숨 쉴 공기조차 없어지기 시작할 것 이다. 앞으로 고작 27년 뒤에. 100세 시대 좋아하시네, 100살 되기도 전에 굶거나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죽겠구만.
"100세시대 라는데 그때까지 뭐하고 살지 모르겠어요~"
하는 어떤 젊은이들의 고민은 한낱 쓸데없는 것이었다. 우린 그전에 다 죽을 것이다, 물고기 대량학살을 멈추지 않으면. 에반게리온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 나오는 빨간 죽은 바다는 사실 불가능한 것이었다. 바다가 그렇게 되기 전에 인간은 숨을 못셔서 다 죽을테니. 빨간 바다를 맨눈으로 서서 보고 있을 인간도 없을 것이다.
기후 위기, 의류 쓰레기, 플라스틱 빨대 사용, 석탄 사용, 자동차 배기가스, 1회용품 사용, 비닐봉지 사용,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등등등 우리가 환경문제라고 생각하면 떠올리는 모든 이슈들이,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그렇다고 저 문제들을 무시하자는건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얘기하지 않을까? 왜 나는 그동안 어마무시하게 그물에 들어올려지는 생선들을 티비로 보면서 별 생각이 없었을까? 심지어 <인어공주>나 <니모를 찾아라>를 보면서 거기서 인어공주 아빠가 말하는 "생선을 먹는 야만적인 인간들!"이라는 표현을 듣고도, 니모가 거대한 그물에 다른 물고기들과 잡혀 빨려들어가며 고통받는 장면을 보고나서도, 생선을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진 못했다.
왜냐하면, 전 지구상의 모든 상업적 어업 뒤에는 어마어마한 자본과 폭력조직이 형성되어있고, 그들이 재력과 무력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을 포장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환경단체들은 그들 손아귀에 있고, "지속 가능한 어업"라벨을 아무한테나 붙여주면서 돈놀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단체도 "생선을 덜 먹으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큐에 나오는 모든 환경단체들이 그 점을 지적하자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렇게 이 세상은, 내가 오늘 참치를 먹고싶다고 생각할때, 이 참치를 잡으면서 그물에 같이 걸려든 돌고래가 때죽음 당했다는 걸 절대 연상시키지 못하도록 교묘히 내 눈을 가려왔던 것이다. 5대양의 거대 쓰레기섬의 절반 이상이 그물 같은 어업 쓰레기인데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건, 다들 플라스틱빨대가 꽂힌 거북이를 보고 안타까워하는거에 정신이 팔려있기 때문이다. 유리빨대를 쓰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난 빙다리핫바지였어ㅠㅠ
다큐멘터리는 결국 "생선을 먹지 않는 것"이 어업을 막고 바다를 살려서 우리가 멸종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쪽으로 흘러간다. (자연산 물고기를 잡는게 바다를 파괴한다면 양식만 하면 되잖아? 하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왜냐면 양식용 물고기에게 먹이는 사료도 결국 물고기로 만들기 때문에 그게 그거...)
그런데 상업적 어업을 막기 위해 개개인들이 "생선을 먹지 말자"운동을 펼친다고 하면, 그 어업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은 뭘 먹고 살아야하나. 물고기 잡는 사람, 손질하는 사람, 보관하는 사람, 유통하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서빙하는 사람, 그 사람의 가족들 등등등. 모두가 해조류를 이용한 대체육/대체생선을 만드는 사업으로 뛰어들수도 없고. 당장에 <동원참치>를 바다를 파괴하는 악마기업이라고 불매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한국처럼 해산물이 풍부하고 식문화에 깊숙히 뿌리박힌 곳에서는.
벌써 한~참 전에 나왔던, <스시 장인: 지로의 꿈 - 2011>을 보면 다큐 후반에 이제는 이 생선도 사라졌고, 저 생선도 사라졌고 하면서 여러가지 사라진 스시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왜 사라진거지!?? 이제 못먹나? 안타까워라. 했는데, 답은 간단했다. 다 잡아버린 것이다. 왜 그 간단한걸 몰랐을까. 무의식속에서 밀어낸 것이다. 인간들이 생선을 너무 많이 잡아족쳐서 씨를 말려버렸다는 호러를 알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다큐에서도 설명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해충돌이기 때문에. "이 호호할아버지가 열심히 스시를 만드는걸 보고 일본에 관광와서 스시를 드세요!!" 하는 다큐에서 "무분별한 어업을 막기 위해 생선을 먹지마세요!" 할수 없는 것이다.
난 스시는 물론이고 해산물 요리를 좋아한다. 영유아 시절에 한국의 강원도에서 자란 영향이었는지, 엄마아빠가 무슨 부부동반 저녁식사자리에 날 데려가면, 내가 뒤뚱뒤뚱 테이블 마다 돌아다니면서 생선회만 집어먹었다고 한다. 멍게, 꽃게, 새우, 아마에비, 고등어, 참치, 랍스터, 성게, 광어 등등 다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저번주에 마지막으로 먹었던 생선이 내 인생 마지막 생선이 될줄 몰랐다. 내가 마지막으로 먹었던 생선은 동원 캔 속에 담겨있던 참치였다. 일본인들이 하도 먹어대서 이제 멸종위기라는 참치. 거기에 나도 동참한 꼴이었다. 이제는 좋아하지만 먹으면 안되서 전전긍긍하는 상태로 들어가게 생겼다. 그러고보니 '생선만 안먹는 사람'을 칭하는 말은 없네. 세상은 너무 '육고기'를 안먹는거에 치중해있었다. 포유류/조류라서, 생선보다는 좀 더 우리와 닮아서. 생선은 뭐 눈꺼풀도 없고 죽여도 별로 안아플거 같고, 그렇게 막 피가 철철 나오지도 않으니까. 그런데 사실 생선을 직접 손질해보면 꽤 피가 많이 나온다는걸 알수 있다. 씨스피러시 다큐멘터리의 쇼킹한 마지막 부분을 보면 영국의 북쪽 섬마을에서 돌고래를 '지속가능하게' 사냥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냥 해안가가 피바다다. 씨뻘건 피비닷물이 출렁이고 몸을 덮치는 와중에 사람들이 우걱우걱 돌고래의 모가지를 썰어댄다. 에반게리온보다 더 끔찍한 붉은 바다가 여기있다. <절벽위의 포뇨>처럼 물고기가 사람 얼굴을 하고 사람 말을 하면, 사람이 물고기를 덜 잡고 덜 먹게 될까?
물고기도 육고기도 먹지 말고 식물만 먹자고 하는데, 결국 식물도 생명이다. 상추도 잘릴때 우리가 듣지 못하는 높은 주파수로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뭐 열매를 맺는 식물들은 동물들이 먹어고 씨를 퍼트려주길 바래서 그런 먹기 좋은 맛과 모양으로 열매를 내놓긴 하지만. 넓은 차밭이나 포도나무밭을 보면 향기도 좋고 아름답고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닭장속에 다닥다닥 같혀있는 닭들이나,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다닥다닥 자라고 있는 식물이나, 외계인이 본다면 같은거로 볼지도 모른다.
결국 이게 다 인간이 너무 쪽수가 많아서인 걸로 귀결되어버린다. 에볼라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도 결국 무분별한 어업때문에 우리에게 닥쳐왔다. 아프리카나 중국의 어촌에서 인근 바다에서 물고기가 더이상 안 잡히니까, 사람들은 물고기 대신 열대우림속의 야생 동물들을 잡아다가 팔아먹기 시작했고, 그런 원숭이나 박쥐 같은 야생동물들의 시체가 피를 뚝뚝 흘리며 여기저기 유통되다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와 돌게 된 것이다. 인간 쪽수를 조정하려는 지구정화작용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난 신체멀쩡한 암컷인간이지만, 인간 쪽수가 늘어나는 것에 직접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려고 한다. 허지웅 작가 덕분에 알게되서 읽었던 중국 SF소설 <삼체>도 1권은 신나게 읽었는데 2권에서 급 재미없어진 이유가, 400년 후에 외계인이 침공한다는데 다들 벌써부터 후손들을 걱정하고 후손보험펀드를 들고, 우린 어차피 망했어! 하면서 실패주의에 휩싸이는 출연인물들에게 몰입을 할 수 가 없어서였다. 나는 후손을 남길 생각도 없고, 후손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하기 보다 지금 당장이 문제다. 지금을 해결해야 미래가 있다. 그래서 난 애를 안 낳고, 힘들겠지만, 생선을 안 먹기로 했다. 바다가 30% 이상 보호 될 때까지. 결국 인간은 뭘 해서 지구를 구하는게 아니라, 뭔가를 안해야 지구를 구한다.
그리하여 질문에 대답. 내가 지을 우리 집은 나, 남푱, 루카스, 이렇게 인간 둘 고양이 하나가 사는 집이 될 것이다. (집에 몇 명이 살 건가요? 라는 질문에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건축주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