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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상 Mar 24. 2024

데미안은 늘 예고없이 나타난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는다. 유년에 바치는 숭배와 허비한 시간들에 대한 회고로 얼룩진 젊음을 살아낸다. 그렇게라도 견뎌내 열꽃을 피워내기를 반복한다. 


한정된 자신의 에너지를 내어주었기 때문에 대가를 바라지만, 초월한 자를 열망하는 자신의 위선에 몸서리치기도 하는 싱클레어는 시대 너머 인간의 보편성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다양한 변수로 예측할 수 없는 삶, 하지만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모습은 여러 인물로 줄거리에 등장한다. 다시 한번 살아봐도 좋을 만한 삶이라면, 나는 어떤 모습을 한 누구와 어울리려 했을까? 


실패가 용납되는 사회적 안전망과 방황하는 젊음을 포용하는 교육 시스템, 믿을 수 있는 어른의 존재와 세대를 넘나드는 교류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알아서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비록 전쟁을 겪었지만, 그 상처 역시 돌아갈 집에 돌아와 안락을 느끼며 치유할 것이다.


인간과 짐승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모두가 인간이 되려 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집단과 군중, 과반수를 강조하는 군대식 서열 문화와 형님식 경영이 만개한 사회 풍토라면 온전한 개인으로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을 테다. 


나는 누구의 품에서 보호받고 있는지, 어떤 사상을 흠모하며 고유함을 키워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볼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청소년기에 완독하였을 때는 눈에 밟히지 않았던 문장도 여럿 보였고, 마치며 니체의 영원회귀가 가장 생각나는 것이 우연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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