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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Jan 03. 2024

우리가 사회인 야구할 때, 저들은 우승을 했다.

   

6회 초였다.      


롯데의 투수, 믿음의 이민석의 공을 상대로 LG 이재원이 홈런을 쳤다. 이후 박해민이 좌측 안타에 성공하며 1루로 나아갔다. 박해민을 상대로 견제했는데, 공이 빠진 틈을 타 2루로 이동하였고, 문성주의 안타로 박해민은 3루, 문성주는 1루에 위치하게 되었다.     


다음 차례는 김현수였다.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이 날아갔다. 1루를 향해서 말이다. 이건 일반 시민들이 봐도 병살도 가능하며, 어찌저찌 이닝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리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루수가 일단 홈으로 송구했다. 그리고 홈에서 3루로 공을 던졌다. 3루와 홈 사이에서 박해민은 위기에 처했다. 원래라면 포수와 3루수, 홈으로 백업이 들어온 선수들과 3루수가 서로 공을 던져가며 박해민을 아웃시켜야 한다. 그런데 3루수가 포수한테 공을 던지지 않는다. 왜? 직관 때는 제대로 이해를 못 했는데, 영상으로 다시 보니, 포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3루수와 공 전달받아야 할 선수들이 홈으로 들어오지 않은 거다. 결국 3루수 한동희는 2루수에게 공을 던져 1루에서 2루로 오려는 문성주를 아웃시켜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그런데 중요한 게 있다. 2루에 수비수가 없는 거다. 이러면 공을 왜 또 던져? 그나마 외야의 황성빈이 급하게 들어왔으나, 결국 한동희의 공을 놓치고 말았고, 공은 흘러서 저 멀리 날아갔다.      


결국은 이렇다. 아웃될 수 있었던 박해민은 홈으로 들어와 득점한다. 문성주는 2루에서 수비가 실패하자마자 3루까지 들어온다. 1루에서 아웃될 수도 있었던 김현수는 2루까지 가고. 이게 말이 되나? 아웃 카운트 따윈 없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8회 초다.      


이번에도 김현수다. 좌측 땅볼을 만들어냈다. 솔직히 병살까진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1루는 아웃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그조차도 늦어서 실패. 그 와중에, 3루에 3루수가 왜 없어? 언제든지 공을 던져서 아웃시킬 수 있게 해야, 진루를 더 이상 못하지. 1루에서 2루까지 갔다가, 3루수가 없다는 걸 파악한 문성주는 3루로 뛰어갔다. 살살, 천천히, 급하지 않게. 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냐? 이후 채은성의 안타로 점수를 또 내주고 말았다.   

  

 

 사직 야구장 홈 응원석은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게 프로야구냐? 사회인 야구지.     



 2023년, 29년 만에 LG 트윈스가 우승했다.     


 와일드카드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6연승을 거둬 기세가 막강했던 NC 다이노스. 그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2:0으로 지고 있던 게임에서 3:2의 역전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였고, LG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든 KT 위즈. 그 KT 위즈를 상대로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해낸 LG 트윈스.     


 29년 우승 특집으로, LG는 29% 할인, 29만 원 할인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강남에서 팝업스토어로 우승을 축하하기도 하고. 할인 행사나 팝업스토어 뿐만이 아니라 우승 그 자체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출처, 스포츠조선


 결국엔 우승을 해낸 LG, 나의 애증의 존재인 롯데. 이 둘의 직관 경기에서 사회인 야구를 목격했던 날이 바로 2022년 8월 4일이다. 이틀 전 8월 2일 멋진 승리를 목격하며, 또 다른 승리를 거두길 바라고 갔던 날이기도 했다. 어쩌면 직전 직관에서 통쾌한 승리를 맛봤기에, 말도 안 되는 수비를 보자마자 실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https://brunch.co.kr/@kc2495/127     


그날, 나름 재밌었던 경기다.     


1회 말. 렉스가 안타를 쳤다. 안치홍의 번트. 처음엔 2루로 보내고 아웃이 된 줄 알았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번트 안타 획득으로 1루에서 살아남았다. 한동희의 3루 쪽 타격으로 1, 2루 병살이 되었지만, 이어진 타석에서, 전준우의 타격으로 날아간 공이 투수 글러브 맞고 튀어 나갔다. 유격수가 공을 못 잡아서 놓쳤을 때, 1점 득점에 성공했다.      


3회 말도 마찬가지다. 황성빈 안타, 렉스 안타, 안치홍의 번트로 1아웃 2, 3루가 되었다. 이때 LG 투수 김윤식의 공을 포수 허도환이 흘리면서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1점 추가 득점으로 2점이나 얻었다.      

 

정말 재밌었다. 비록 LG는 12점이나 냈지만.     


1회 초. 박해민 안타 및 도루. 채은성의 좌중간 안타로 1점 득점     


4회 초. 김현수 포볼. 채은성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로 2, 3루. 오지환의 담장 앞까지의 희생플라이로 동점. 낮은 공을 가르시아가 잡아당겨 쳐서 채은성이 들어오며 3:2. 문보경 초구 타격으로 우측 깊숙이 들어감. 2, 3루 위치. 이재원의 좌측 담장을 때리는 안타로 2, 3루가 다 들어오며 5:2.     


6회 초. 맨 앞에서 언급한 상황이 이루어지며, 8:2     


8회 초. 문성주 좌측 안타. 채은성 안타로 9:2. 가르시아 우측을 가르는 안타로 2점 득점 및 가르시아 3루 도착. 11:2     



솔직히 너무나도 화가 났다.     


12:2? 그래. 10점 차로 질 수 있지. 23:0 경기도 봤는데. 그런데, 이런 수비는 진짜 아니지 않냐? 이게 수비인가? 하나라도 아웃은 시켜야 했다. 그런데 아웃 하나도 못 시키고. 공을 놓치는 모습에 수비 커버가 안 되는 모습. 심지어. 집중력이 떨어져서 3루에 3루수가 없는 모습까지. 너무나도 큰 수비 실책 덕분에, 야구 경기 한동안은 안 보고 싶더라.     


선수들도 집중력이 떨어졌겠지만, 수비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감독 및 코치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이런 걸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도록 디테일을 살릴 수 있게 만드는 거야말로 지도자들의 몫 아닌가?     


그날은 정말 프로야구팀이 아니라, 사회인 야구팀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 돈 낸 게 아까운 경기였다. 12:2라는 큰 점수 차가 문제가 아니라.

디테일에서 정말 실망스러웠다.     

   


올해 우승한 LG도 경기마다 섬세하지 못했던 날들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런 디테일을 잘 챙길수록 우승에 가까워지는 거 아니겠는가?

롯데 자이언츠는 언제쯤 디테일을 잘 챙겨서 가을야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한숨이 절로 나온 날이다.     


2022년 직관 전적          

1회차 - 5/17 화요일, VS 기아, 4:3 패          

2회차 - 5/28 토요일, VS 키움, 6:3 패          

3회차 - 6/8 수요일, VS 삼성, 4:2 패          

4회차 - 6/11 토요일, VS KT, 4:0 패          

5회차 - 6/17 금요일, VS SSG, 6:2 패     

6회차 - 6/25 토요일, VS 키움, 13:5 패     

7회차 - 7/14일 목요일, VS 한화, 10:7 승     

8회차 - 7/24일 일요일, VS 기아, 23:0 패      

9회차 - 8/2일 화요일 ,VS LG, 4:3 승     

10회차 - 8/4일 목요일, VS LG, 12:2 패     

2023년 직관 전적          

1회차 - 4/1 토요일, VS 두산, 12:10 패          

2회차 - 5/26 금요일, VS 키움, 2:0 승          

3회차 - 5/27 토요일, VS 키움, 6:5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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