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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Jan 24. 2024

안타면 어떻고, 홈런이면 어떠하리. 모든 게 같은걸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2회 초부터 안타 2번에 볼넷으로 노아웃 만루가 되면 어떠하리.     

노진혁의 좌중간 안타로 2:0 되면서, 1, 3루가 되면 어떠하리.     

볼넷 2번 내줘서 만루, 이후엔 밀어내기 1점 내주면 어떠하리.      

박민우의 우측 구석으로의 깊은 안타로 5:0이 되면 어떠하리.     

볼넷으로 또 만루를 내주고, 양의지의 우측 안타로 2회부터 6점 차면 어떠하리.     

6회 초에도 박건우와 양의지의 3루 간 안타에 노진혁의 좌측 안타로 7:0이 되면 어떠하리.     

7회 초엔 안타 3번으로 8:0이 되고, 볼넷으로 만루가 되면 어떠하리.     

그 와중에 마티니의 벽을 맡고 튀어나오는 안타로, 3루가 홈을. 2루가 3루를 찍고 홈을. 1루가 2루, 3루를 찍고 홈을. 홈에서 출발한 마티니가 1, 2, 3루를 거쳐 홈까지 들어와 4타점을 내주면 어떠하리.     

4타점 안타든, 4점 홈런이든 어떠하리. 어차피 똑같이 11점 차인걸.      

8회 초에도 박민우 2루타, 이명기 좌측 안타, 김기환 중전 안타로 2점 더 내주면 어떠하리.      

9회 초엔 투수 최준용이 타자 천재환 상대로 한 헤드샷으로 퇴장당하면 어떠하리.     

이후 희생 플라이로 3루 주자까지 들어오며 스코어 14대 0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면 어떠하리.     

1:0으로 지든, 14대 0으로 지든 어떠하리.     

결국엔 패배한 건 매한가지인 거 아니겠는가?     


솔직히 말하면, 괜찮겠는가?      


이래도 슬프고, 저래도 슬프며.    

  

이래도 되지 않고. 저래도 되지 않다.     



14:0이 우리 롯데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 갔던 닭강정조차 다 먹지도 못했다. 오늘따라 쓰기만 하네.     


2022년 벌써 11번째 직관이다. 기아, 키움, 삼성, KT, SSG, LG, NC……. 두산, 한화 빼고 7팀에 패배하는 경기를 9번이나 봤다. 그게 내 복인가 싶기도 하다.      


   

이쯤 되니 내가 안 괜찮다.     


오늘도 사직야구장에서 사직역까지 터벅터벅 걸어간다. 가는 길이 너무나도 무겁다. 하염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발은 땅에서 떨어지지 않고, 한숨만 계속 나오며, 어깨는 축 늘어진다. 패배의 맛은 매번 쓰기만 쓰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음 직관 땐 승리하리라 믿으면서도, 금일의 큰 패배 때문에, 오늘만큼은 그 믿음이 줄어든다. 그러면서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이 모든 패배가 혹시 나 때문인가? 내가 직관해서 그런가?     


 


올해는 어떻게든 20번 직관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9번 남았다.     


롯데를 위해서 9번을 포기해야 할까?    

 

12번째 직관 가기가 두렵다.      


안타면, 볼넷이면 어떻고, 홈런이면 어떠하리.      


그걸 롯데가 해내면 괜찮고, NC면 괜찮지 않더라.           

     

2022년 직관 전적          

1회차 - 5/17 화요일, VS 기아, 4:3 패          

2회차 - 5/28 토요일, VS 키움, 6:3 패          

3회차 - 6/8 수요일, VS 삼성, 4:2 패          

4회차 - 6/11 토요일, VS KT, 4:0 패          

5회차 - 6/17 금요일, VS SSG, 6:2 패     

6회차 - 6/25 토요일, VS 키움, 13:5 패     

7회차 - 7/14일 목요일, VS 한화, 10:7 승     

8회차 - 7/24일 일요일, VS 기아, 23:0 패      

9회차 - 8/2일 화요일 ,VS LG, 4:3 승     

10회차 - 8/4일 목요일, VS LG, 12:2 패     

11회차 - 8/7일 일요일, VS NC, 14:0     

2023년 직관 전적          

1회차 - 4/1 토요일, VS 두산, 12:10 패          

2회차 - 5/26 금요일, VS 키움, 2:0 승          

3회차 - 5/27 토요일, VS 키움, 6:5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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