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현실이 꿈이고 꿈이 현실일지도
두 번째 엄마 꿈을 꿨다.
첫 번째는 장례식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저 멀리 꽃밭에 누군가 평온하게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었는데 엄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파스텔 톤의 옹기종기 핀 작은 꽃들 사이에서 엄마는 입관식 때 함께 넣어 보낸 원피스를 입고, 눈을 감고,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나도 웃음이 났다.
고민도 없이 가장 먼저 '엄마 이제 아프진 않아?' 라 물었고 엄마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하나도 아프지 않고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 후에도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나는 엄마가 드디어 아프지 않다는 사실이 기뻐 다른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했다.
두 번째 꿈은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슬펐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 전, 오랫동안 살았던 집에 온 가족이 모여 있었다. 일상과 별다를 바 없는 순간이었고 집도 실제와 얼추 비슷했는데, 다만 꿈속에서도 엄마가 돌아가신 분이고 잠시 놀러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낮에는 엄마, 동생들과 동네 뒷산에 올랐다. 외출하면 꼭 쓰시곤 했던 가발이 더울 법도 한데 땀 한 방울 없이 거뜬하게 등산하는 뒷모습이 대견했다.
가장 뒤처지는 건 나였다. 나를 두고 앞서가는 가족들에게 서운함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미안함이 섞여있었다. 살면서 여러 종류의 미안함을 느껴봤지만 이제껏 마주한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의 미안함 같았다.
나는 아직 엄마가 있는 삶이 익숙해서 엄마가 없는 삶이 더 꿈같다. 엄마 없는 삶의 시간이 더 길어진 날이 오면, 그땐 단번에 알 수 있을까. 그때 다시 이런 엄마와의 일상을 꿈꾸게 되면 서운함과 미안함에 쭈뼛거리는 대신 하고 싶었던 말을 예쁘게 정리해서 오롯이 전달할 수 있을까. 진심의 작별을 고하며 편안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엄마를 오래 안아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