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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질-내가 할 줄은 몰라도, 보는 눈은 있다?

 감독이 선수로 뛰려고 하면 망할까? ▶



역할이 넓어지고, 팀원을 통해 일하게 되고, 많은 의약제품을 총괄 담당하게 되면서, 현장에서 뛰는 많은 팀원들(MSL)이 전문지식(질환, 치료제, 경쟁제품, 임상데이터, 규제환경, 새로운 절차, 시스템, 시장동향, 매일 쏟아져나오는 논문들과 연구결과들, 다이나믹한 시장환경과 제품/절차/규제/경쟁의 혁신이 이루어지는 바이오헬스케어 인더스트리..)을 쌓아가는 속도를 종종 따라가기 어려울 때 가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동료 매니저, 리더분들이 토로하는 일종의 탈숙련화 Deskilling 현상 인데, 이는 "팀장, 리더는 팀원이 일을 하게 해서 성과를 이루는 사람" 이라는 정의와 만나면서, 적어도 의학부에서는 리더쉽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목격하곤 한다.

 

꼭 의학부가 아니더라도, 많은 분야에서 자신만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많은 사람들.

각 부서의 매니저, 리드, 헤드들은 Specialist 인가? Generalist 인가? 

그 경험과 전문성들이 쌓여 수직성장을 (승진) 하고 팀의 수장으로 일하게 되는 경우,

어떻게 변해야 할까?


감독이 선수로 뛰려고 하면 안 된다
내가 직접 다 할 줄 아는 것은 아니지만, 큰 그림에서 보는 눈은 있다?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룩한 여자배구,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비선수 출신이다.
리더가 전문가 일 필요는 없다.
리더는 전문가여야 한다.

맞는 말일까?

(정답은 왠지 진리의 케바케. 회사가 요구하는 리더쉽에 따라 정답은 달라지겠지만. 큰 조직에서는 리더가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다 할 수도 없다. 반면에 작은 조직이나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 벤처에서는 리더(창업자)의 전문적 역량이 아주 중요할 수 있다.)






피터의 법칙은 여러가지로 보고되고 있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조직의 수장이 점점 무능해지는 (탈 숙련화) 현상, 개인역량이 뛰어난 고성과자보다 협업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더 성공적인 리더가 되는 현상, 수직적 조직체계에서 승진할 수록 전문가들의 역량이 도태되는 현상등을 말한다. 

이를 통해 누가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배경이기도 되기도 한다.

https://www.bbc.com/korean/53378900


당현히 피터의 법칙의 배후에는 어쩌면, 전문성만이 리더의 필수조건이나 자질은 아니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도 같다. 





Who, Not How 라는 책에서는 "어떻게" (노하우, 전문성) 가 아닌 "누구"에 집중하라는 것을 강조한다. 단순한 "위임"과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미래에는 자신만의 전문성과 경험만으로, 소위 말하는 일당백이나 1명의 슈퍼 히어로같은 사람이 모든 걸 할 수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가를 "연결의 중요성"으로 강조한 책이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회사이름, 직책의 아우라를 다 떼고, 내 이름 석자만 남았을때, 내가 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시장에서 나의 역량을 평가해야 살아남는다" 혹은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되라" 메세지와는 얼핏 반대의 결을 가진 책인데, 맞는 말일까?



실제로 바이오 산업에서는 NRDO 모델, CRO, CDMO등과 같이 파이프라인의 주기별로 전문성은 외주로 돌리고, 전체적인 개발 process만 governance 하는 비지니스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다양한 생태계에서 이루어지는 네트위킹, 오픈이노베이션등도 결국 각자의 전문성이나 How는 서로 교환, 상호 활용하는 일종의 Who, Not how 전략이다. 





나는 의사가 아니지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Country Medical Director를 MD 만으로 한정하지는 않았고, non-MD의 의학부 수장들이 업계내 (외자사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지난 9개월간 회사의 의학부를 총괄해야하는 경험을 하였다. 진료임상과 신약개발의 임상은 다르다. 이제 메디컬팀을 리딩하는 것은 단순히 임상경험의 유무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조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고, 활용하고, 팀원들을 성장시키는 "리더"로서의 경험이 "전문가"로서의 역량만큼이나 중요해지는 경험을 (임시지만) 9개월의 의학부 총괄 기간 체험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그동안 Specialist 로써 성장 할 수 있었다는 과거와 달리, 팀이 커질 수도록 실무에 있어서 deskilling 이 발생했던 (그 많은 파이프라인과 치료제들의 site별 이슈들 하나하나를 담당 실무자들 만큼 깊이 알기 어려워지는) 사례들을 다시 상기해보기도 하고, 끊임없이 업무의 디테일을 놓지 않으려던 노력들 (필요하면 직접 엑셀도 돌리고, site 방문도 직접 하고, 각종 문서 play들 직접 drafting도 하고...) 에 대해, 회사의 동료나 상사들은 진정한 조직의 "리더"가 되기 위한 옳은 방식은 아니다는 피드백을 수 없이 듣기도 하였다.  (감독이 선수로 뛰려고 하지 말아라) 오히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내외부) 조율하고, 의사결정을 함께 내리고, 각 팀과 팀원들의 전문성과 정보들을 이끌어내는 역량들이 리더로서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9개월 간 큰 사고없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들을 마무리 했지만, 자리를 더 이어가진 않으면서, 다시 희귀질환팀과 신경질환팀을 이끄는 팀리드의 업무들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지금" 가진 경험과 역량, 그리고 "앞으로" 보강할 경험과 역량들이 무엇인지, 팀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등을 정리해보면서 모처럼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다. 


물론 Leader = Generalist 는 아니다. 또 Who와 How를 명확하게 나누기도 어렵다. 책을 다 읽었지만, 여전히 바이오산업에서 How는 중요하다. How를 기반으로 Who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맞겠다. 다만, How가 과거처럼 그 사람의 학위나 전공전문성만으로 증명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Generalist 도 Specialist 도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학부(메디컬팀)라는 특히 전문성을 강하게 요하는 특수성있는 조직에서 "팀장, 리더는 팀원이 일을 하게 해서 성과를 이루는 사람" 이란 메세지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완전한 Generalist 리더는 없으며,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하여야 하고, Specialist 라고 해서 과거에 쌓아온 타이틀이나 스펙, 경험으로만 일하는 리더는 역시 전문가인 팀원들에게 리더쉽의 challenge 을 받을 수 있다. 


파이펫을 잡고, 랩에서 연구하고 실험했던 기간이 총 9년반. 파이펫과 랩가운을 내려놓고, 바이오박사로서는 아무도 진출하지 않았던 메디컬팀에 합류한지도 곧 9년 반이 된다. 돌이켜 보면, 신약개발의 life cycle에서 제일 처음과 IND과정을 학위과정과 포닥을 통해 경험해보고, 메디컬팀에서 임상시험의 계획, clinical operation, 허가, 약가 런치, PMS, 마케팅까지의 경험들이 "Who, not How " 관점에서는 맞는 것 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는 결국 나의 정체성(혹은 전문성)을 흐리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불편했던 듯). 나 혼자만의 역량으로 이루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모두 팀으로, 동료들과, 내외부 관계자들과의 협업) 그게 메디컬팀의 일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 체질적으로 주어진 업무들의 detail에서 뒹구는 것(Specialist)이 "나의 성장"을 위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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