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커리어 피버팅과 전이기술에 대한 단상

박사님들의 커리어 피버팅 ▶


의사들의 커리어 피버팅 (Pivoting)


나는 실험을 영원히 놓을 수 있을까?

바이오 박사를 하고, 학계가 아닌 곳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메디컬팀 (의학부)에서 일한다는 것은 영원히 실험을 놓게 된다는 의미이기에 결정이 쉽지 않았고, 도전적인 커리어이기도 하다. 


나아가 독립된 연구자로서 실험과 논문, 특허등의 전문성을 담은 PhD 라는 타이틀 또한 모두 내려놓은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PhD라는 학위가 나에게 부여해줄 수 있는 메디컬 팀원으로서의 역량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꼭 바이오 박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의학부에서 근무하는 많은 전문가들, 이를테면, 비임상 커리어에 도전하는 의사, 약사, 간호사, 바이오 학사, 석사등의 관련 전공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메디컬팀에서 만난 많은 동료 의, 약사분들이 임상의 길을 던지고, 메디컬팀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했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진료실, 병원등 임상으로 돌아가시는 사례들을 꽤 자주 접했었는데, 하물며, 언제든 돌아갈 곳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면허증"이 아닌, 단지 "졸업 학위"일 뿐인 "바이오 전공자"라는 타이틀로 파이펫을 영원히 놓아야 하는, 혹은 비연구직으로 커리어 피보팅 하는 것은 까딱 잘못하면, 커리어 폭망의 길..


분야를 바꿔서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많은 직장인들의 고민도 이와 다르지는 않을것 같다.



전이기술 (Transferable skill)


2017년 PhD의 커리어와 전이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 (Melanie Sinche et al., 2017 An evidence-based evaluation of transferrable skills and job satisfaction for science PhDs,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85023)을 먼저 살펴보자. 이 논문에는 바이오 PhD가 61%로 가장 많이 참가하였으니, 특히 나 같은 생명과학 전공자들에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리학 18%, 사회과학 8%, 공학 8%, 컴퓨터과학 5%)


전이기술은 간단하게 말하면, 다양한 분야 혹은 여러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을 의미하고, 석박사 학위과정 중에서도 이러한 기술을 연마하여, 이를 바탕으로 연구직 (R&D) 커리어뿐만 아니라 비연구직 커리어로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앞서 말한 커리어 피버팅 (Career Pivoting)의 전제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8099명의 연구직/비연구직 박사학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수행하여, 학위과정 동안 어떤 전이기술(Transferable skills)을 숙련시킬 수 있었는지, 각각의 기술들은 학계 혹은 인더스트리에서 각각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을 굉장히 자세히 분석하였다.




다양한 전이기술들


▶ 관련 분야에 특화된 전공 지식 (Discipline-specific knowledge)

▶ 정보를 통합하고 모으고 해석하는 능력 (Ability to gather and interpret information)

▶ 데이터 분석 능력 (Ability to analyze data)

▶ 구어로 소통하는 기술 (Oral Communication Skills)

▶ 의사결정 및 문제 해결 능력 (Ability to make decisions and solve problems)

▶ 글로 소통하는 기술 (Written communication skills)

▶ 빠르게 배우는 능력 (Ability to learn quickly)

▶ 프로젝트 관리하는 능력 (Ability to manage a project)

▶ 창의적/혁신적 사고 (Creativity / Innovative thinking)

▶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능력 (Ability to set a vision and goals)

▶ 시간 관리 (Time management)

▶ 팀으로 일하는 능력 (Ability to work on a team)

▶ 조직 밖의 사람과 일하는 능력 (Ability to work with people outside the organization)

▶ 다른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 (Ability to manage others)

▶ 진로를 계획하고 인지하는 기술 (Career planning and awareness skills)


이 논문에서 나열된 결과들은 다양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커리어 피버팅을 생각하는 의사, 약사, 바이오 전공자들에게도 스스로의 역량과 강점을 고찰해 보는 “첫 번째 기준”은 될 수 있다.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 커리어 피보팅 (Pivoting)


일단 특정 분야의 전문가 혹은 경력자들이 그 역량을 활용할 수 있되, 다른 방식의 업무를 하기 위한 커리어 피보팅을 고려한다면, “내가 이런 전문가니까, 내가 이런 경험이 있으니까, 혹은 나는 박사니까, 혹은 나는 의사니까, 나는 이런 역량이 있으니까" 라는 마음가짐을 내려두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아무리 내가 전문가여도 조직 내에서 나의 가치가 빛나기 위해서는 항상 배우는 자세에서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분야로 커리어 피보팅 (Pivoting) 을 해야 한다면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원하는지, 그리고,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 학위과정 중의 전이기술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회사마다, 요구하는 역할과 역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함께 일해야 하는 해당 분야의 수많은 경력자들과 전문가들이 나의 동료가 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이런 전문가이고, 내가 맞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면, 정말로 Welcome to the 커리어 폭망의 길!


작가의 이전글 리더의 자질-내가 할 줄은 몰라도, 보는 눈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