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골프
지난 4월 20일,
해가 하늘 높이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쓸 무렵 제제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한적한 도로를 한참 달리고 나서야 도착한 목적지는 다름 아닌 공원이다.
"골프 치는 곳에 가보고 싶어."
"그래?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빠가 찾아볼게."
뜬금없이 골프라니, 오랜만에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입은 타이거 우즈 소식보다도 사실 더욱 반가운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47개월 제제를 데리고 골프연습장을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시 궁리하던 중에 마침 알맞은 곳이 하나 떠올랐다. 작년에 제제와 함께 들렀던 공원 중 하나는 골프연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에서 조성한 곳이다. 무엇보다 이용객이 적어 민폐를 끼칠 일은 없으니 일단 가보기라도 하자고 생각했다.
집을 나선 지 삼십 분 만에 공원에 도착해 알맞은 장소에 주차를 마쳤다.
"자, 여기야. 제제가 말한 골프 치는 곳."
"우와! 여기 우리가 와본 곳이지?"
탁 트인 시야가 만족스러운 곳이다. 공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제제의 표정도 밝았다. 과자도 한 개씩 먹고 우유도 마셔가며 그렇게 아홉 개의 홀을 돌았다. 골프백도 클럽도 없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필드를 누볐다. 제제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아빠, 나 골프채 사줘."
"제제 골프 칠 줄 알아?"
언젠가 골프에 관심을 보일 거라는 생각은 했다. 제제는 이미 30개월 무렵에 골프연습장에서 우드와 퍼터를 잡아본 경험이 있다. 스치듯 지나는 경험이 모이면 가끔 큰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저기 땅에 구멍이 있고 거기에 깃발이 꽂혀 있어. 골프채로 공을 쳐서 저 구멍에 넣으면 된다고 아빠가 그랬잖아. 난 할 수 있어."
"좋아, 어린이가 할 수 있는 골프가 있거든. 그럼 우리 그것부터 시작하자."
그때 그 골프연습장에 들렀을 때부터 내 인터넷 쇼핑 장바구니에는 게이트볼 세트가 담겨 조용히 세월을 보내고 있다.
결제 버튼을 누를 때가 왔다.
정확하게 17개월 만이다.
#47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우리의_골프 #이제부터_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