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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un 02. 2019

# 128. 우리의 골프

# 우리의 골프 
 
지난 4월 20일, 
 
해가 하늘 높이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쓸 무렵 제제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한적한 도로를 한참 달리고 나서야 도착한 목적지는 다름 아닌 공원이다. 
 
"골프 치는 곳에 가보고 싶어." 
 
"그래?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빠가 찾아볼게." 
 
뜬금없이 골프라니, 오랜만에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입은 타이거 우즈 소식보다도 사실 더욱 반가운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47개월 제제를 데리고 골프연습장을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시 궁리하던 중에 마침 알맞은 곳이 하나 떠올랐다. 작년에 제제와 함께 들렀던 공원 중 하나는 골프연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에서 조성한 곳이다. 무엇보다 이용객이 적어 민폐를 끼칠 일은 없으니 일단 가보기라도 하자고 생각했다.  
 
집을 나선 지 삼십 분 만에 공원에 도착해 알맞은 장소에 주차를 마쳤다. 
 
"자, 여기야. 제제가 말한 골프 치는 곳." 
 
"우와! 여기 우리가 와본 곳이지?" 
 
탁 트인 시야가 만족스러운 곳이다. 공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제제의 표정도 밝았다. 과자도 한 개씩 먹고 우유도 마셔가며 그렇게 아홉 개의 홀을 돌았다. 골프백도 클럽도 없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필드를 누볐다. 제제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아빠, 나 골프채 사줘." 
 
"제제 골프 칠 줄 알아?" 
 
언젠가 골프에 관심을 보일 거라는 생각은 했다. 제제는 이미 30개월 무렵에 골프연습장에서 우드와 퍼터를 잡아본 경험이 있다. 스치듯 지나는 경험이 모이면 가끔 큰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저기 땅에 구멍이 있고 거기에 깃발이 꽂혀 있어. 골프채로 공을 쳐서 저 구멍에 넣으면 된다고 아빠가 그랬잖아. 난 할 수 있어." 
 
"좋아, 어린이가 할 수 있는 골프가 있거든. 그럼 우리 그것부터 시작하자." 
 
그때 그 골프연습장에 들렀을 때부터 내 인터넷 쇼핑 장바구니에는 게이트볼 세트가 담겨 조용히 세월을 보내고 있다.  
 
결제 버튼을 누를 때가 왔다.
정확하게 17개월 만이다. 
 
 
#47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우리의_골프 
#이제부터_시작이다



제제가 골프 치는 곳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갑자기 필드에 나설 수도 없고 연습장에 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았죠.
함께 과자를 나누어 먹고
음료수도 한 모금씩 마시면서
탁 트인 공원을 돌아다녔어요.
30개월 제제입니다. 귀엽죠? 당시 제제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골프연습장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이 47개월이니까 그날 이후로 17개월 만에 골프에 관심이 생긴 셈이네요.
골프 배워서 나쁠 건 없어요. 취미로 즐기면 좋죠, 그런데 아직 너무 어립니다. 보통 열 살은 되어야 시작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간접적으로 체험을 해보면 골프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17개월 전부터 제 인터넷 쇼핑 장바구니에는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볼 세트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류의 제품인데 잘 응용해서 놀아보려고요.
함께 놀기 위해 장바구니에 담은 지 17개월 만에 결제 버튼을 누를 때가 왔네요.
맬릿(게이트 볼 방망이)과 볼 하나씩 들고 이곳에서 제제와 함께 우리만의 골프를 즐겨보려고요.
제제에게 가르쳐 줄 것이 참 많습니다.
함께 즐길 것도 지천에 널렸죠.
하지만 꼭 지킬 겁니다. 제제가 원하는 경우에만 하게끔 하려고요. 권할 수는 있겠지만 강요는 하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재미를 느끼고 진심으로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곤하겠죠?
다음 이 공원에 들를 때, 우리는 진지하게 경기에 임할 겁니다.
끝없이 집중하고 치열하게 대결한 후에 돌아오는 길엔 음료수를 한 잔씩 사 마실 거예요.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인 우스꽝스러운 골프 경기, 벌써부터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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