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천지
3월의 마지막 날,
우리가 들렀던 공원에는 벚나무가 한창 마술 공연을 펼치는 중이었다.
갑자기 불어오는 봄바람에 벚나무는 기분이 좋은 듯 몸을 떨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몸에서 수천수만 개의 벚꽃을 순순히 내어주었다. 바람을 타고 비산하며 나비의 날갯짓을 하던 그것들은 이내 함박눈처럼 우리 곁으로 쏟아져내렸다.
'어때? 예쁘지?'
겨우내 웅크렸다가 기지개를 켠 벚나무는 내게 생(生)의 한 자락을 슬며시 보여주더니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충분히 그럴만하다 싶어 고개를 주억거리며 박수를 보냈다.
아내와 제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내는 제제를 품에 안고 벚나무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비록 내 몸에는 내어줄 꽃이 단 한 송이도 없지만 둘을 바라보며 벅차오르는 내 가슴엔 사랑꽃이 비처럼 내렸다.
나도 벚나무에게 내 생(生)의 한 자락인 그들을 슬며시 보여주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때? 예쁘지?'
벚나무가 나에게, 내가 벚나무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각자의 마술을 뽐냈다. 나부끼던 벚꽃이 다시 아내와 제제의 위로 폭죽처럼 펼쳐졌다. 벚나무의 꽃들과 나의 꽃들이 그렇게 하나로 엉켜 그림이 됐다.
그날, 그 그림 속은 온통 꽃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