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고의적인 근육의 움직임. 그로 인한 분노와 또 다른 감정에 대하여
나의 분노는 좀 논리적인 데가 있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도 지키는 것을 남한테 요구할 때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감각과 세계관이 다르니까 '참을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이 당연히 나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분노가 치밀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 친한 친구와 손절까지 간 적이 있었는데, 이유는 이런 것이었다. 내가 가진 취미, 내가 요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너무 쉽게 '별로'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요즘 좋아하게 된 것 - 당시 니체의 사상에 대해 친구는 심취해 있었다 - 에 대해 이런저런 반박 몇 마디를 했더니 정색하고 이런 말을 했다.
'다른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니체)에 대해서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그전까지는 남의 말에 잘 반대하는 그 친구의 화법에 대해 '저렇게 하니까 나도 내 생각에 대해서 한 차원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아'. '다른 의견을 들어볼 수 있으니 좋군'. 하면서 당장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괜찮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완전히 질색했다.
’뭐지? 본인이 의견을 내면 자유로운 다른 생각이고 남이 하면 무례한 지적질이 되는 건가?‘
이런 사람들이 내가 어렸을 적부터 가장 열받는 경우였는데 그때는 딱히 부를 말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4글자로 심플하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내로남불‘
그런데 우리 집에 내로남불이 살고 있다. 나의 남편이다. 남편은 평소에 인상 쓰면서 엄청 짜증내면서도 내가 짜증내면 자기를 봐라, 자기는 전혀 짜증을 내지 않는다, 라면서 짜증을 낸다. 방귀를 엄청 뀌면서도 (그것도 고의적으로) 내가 방귀를 뀌면,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우리는 이런 사이가 아니지 않느냐며 헛소리를 북북 뀐다.
웃긴 것은 분노는 논리적인 것인데 사랑은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노를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너무 명확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우기는 남편이 내심 귀여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어느 유튜버가 '귀여워 보이면' 큰일 나는 거라고 했다. ‘멋있어!' 하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가면 시들해질 수 있는데, '귀여워'하기 시작하면 자고 나서 퉁퉁 부운 눈도 '귀여워' 할 수 있고 덥수룩하고 지저분하게 난 수염을 '으이구‘하면서도 ’귀여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그렇게 답도 없는게 ‘귀여워’하는 감정인데
큰일이다.
나는 우리 집 내로남불을
귀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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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부부#내로남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