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미얀마 껄로
혹시나 해서 긁어 보았는데
들판이 펼쳐졌다
가난한 동전 테두리가
금빛으로 물들었다
스쳐가는 거리에선
아이들이 손을 흔들고 그 손을 따라
낡은 열차가 휘청거렸다
굳은 마음에 웃음이 일었다
선뜻 제 자전거를 내어 준 소년들의 입가엔
환한 바람이 피어올랐다
레드 루이보스 향이었다
마을을 닮은 손바닥만한 고양이는
내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음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지나간 자리가 간지러웠다
열차가 강을 건너고 늪을 가르고
야트막한 언덕을 가로지르는 동안
내내 그랬다 오늘도 그랬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수치 여사는 다시 구금되었다고도 한다. 군이 장악한 나라에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나의 나라도 그런 시절을 겪었다. 책과 영상매체,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전해 들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덜 개발되었지만 단정한 거리,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비슷하면서도 그들만의 특별함이 남아 있는 음식들, 유난히 친절하고 수줍어 보이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양곤의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던 남자아이는, 몇 번이나 우리와 눈을 맞춘 후에야 자신이 한국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리고 해맑게 웃었다. 호객이나 하려고 한 두 마디 배운 것으로 거들먹거리는 태도는 아니었다. 나를 동물원 동물보듯 빤히 쳐다보는 인도인들의 무례함과도 달랐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당신 앞의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당신들. 어두운 시대를 이겨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