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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랑 Dec 17. 2020

말은 듣기 위해, 글은 쓰기 위해 배운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살지 말고. 쓰고 싶은 글은 다 쓰면서 살자.

하고 싶은 말은 전부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마음에 담아둘 말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아도 좋다는 암묵적인 신호다. 마음에 담아둔 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모이고 그들의 말까지 담아둘 마음을 마련해야 한다. 마음에 ‘말’을 담아 두기만 하면, 고인 물이 썩듯이 정신이 병든다. 병든 정신은 영혼을 조금씩 증발시키고, 그렇게 영혼이 사라지면, 우주도 사라진다.

쓰고 싶은 글은 전부 쓰면서 살 수 있다. 마음에 담아두어야 했던 말은 그렇게 옮겨 담으면 된다. 말은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글은 읽어줄 사람이 없어도 된다. 혼잣말하면 미친놈이 되지만, 혼자 쓰는 글은 아무리 미천해도 일기로 남는다. 다행히 하늘 아래 마음 나눌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에게 편지를 쓰면 더욱 좋다. 어쨌거나 한 줄이라도 쓴다는 것은, 마음속에 화산을 블랙홀로 밀어 넣는 일이다.

말해야 할 때 하지 못한 말. 말하고 싶은데 하기 싫은 말. 그럴 때 입은 꾹 다물고, 손은 연필을 꼭 쥐면 된다. 흑연 심을 향나무로 감싸야 연필이 아니다. 글로 밀어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연필이고, 글로 받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은 종이다. 남이 쓴 글로 컵라면 같은 위로를 받으려 하지 말고, ‘너’가 아닌 ‘나’가 쓴 글로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렇게 나무를 많이 심다 보면, 내 안의 마음을 그 마음의 밖에서 볼 수 있게 된다.

| 말을 배운 것은 듣기 위해서고, 글을 배운 것은 쓰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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