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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ha Jun 25. 2020

흐르는 물

사람에서 사람으로 흐르는 에너지와 기질


<멋진 신세계>의 저자 올더스 헉슬리의 할아버지 토마스 헉슬리는 학구열이 대단했다. ‘단테’의 글을 원어로 읽기 위해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긴 배에서의 여정에서 잠이 오지 않아 칸트와 헤겔을 독파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의 학자적 성향과 탐구 정신은 자식, 그리고 손주들에게 흘러내려갔고 그의 손주들은 다양한 분야의 거장으로서 진리를 탐구할 수 있었다. 올더스 헉슬리는 20세기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저자 중 한 명이 되었고, 그의 형 줄리안 헉슬리는 초대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동생 앤드류 헉슬리는 생리학자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헉슬리가가 워낙 명문가이긴 하지만 단순히 사회적, 경제적 위치 덕분에 이들이 편리하게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리라. 올더스는 젊은 나이에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고, 중년에는 구강암에 걸렸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등 다양한 고통과 함께하면서도 삶과 학문을 향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단순히 가문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그에게 열정과 인내가 깊숙이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살기 좋은 곳이듯, 좋은 부모는 아기에게 ‘젖’과 ‘꿀’을 준다고 한다. 여기서 ‘젖’은 1차원적인 보호를 ‘꿀’은 삶에 대한 사랑, 살아 있다는 행복감을 상징한다. 많은 부모가 젖은 주지만 꿀은 주지 못한다. 꿀을 주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으로 살면서 그 행복이 흘러가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구열뿐만 아니라 행복도 감정도 모두 흐른다.


한 사람이 지닌 에너지와 기질, 감정은 계속 흐른다. 강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도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사랑하는 사람 간에, 뜻을 함께하는 동지 간에 흘러서 물이 섞인다. 위에서부터 이미 흘러온 물은 지금 내가 바꿀 수 없지만, 현재 나의 물이 깨끗할 수 있도록 그것에 집중해야겠다. 그래서 나에게서 그로, 나에게서 세상으로 흘러가는 물이 조금 더 깨끗해질 수 있도록.



내가 책을 좋아하는건 엄마가 늘 책을 좋아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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