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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버지 Jun 18. 2024

락스는 아무 죄가 없다

락스와 인간의 유사점

  락스로 화장실 청소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엄청난 냄새에 머리가 아플 지경. 실제 락스 자체의 성분은 그렇게 심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락스가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면 클로라민이 생기며 그 물질의 냄새가 나는데, 클로라민(chloramine, NH2Cl, NHCl2)수돗물의 정화에 쓰이는 암모니아와 염소가 반응하여 생성되는 무색의 액체이다. 고로 락스냄새라는 표현은 락스 입장에선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락스냄새에 대한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문득 우리의 삶이 락스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락스의 궁극적 역할은 세균을 죽이고 정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문제를 바로잡고 더 나은 상황으로 가고자 하는 바는 인간이 보통 하는 바램과 같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삶을 놓아버린 상태이거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일 수 있다.

  또한, 락스가 곰팡이나 세균을 만나 화학작용을 통해 역한 냄새가 나는 것 역시 우리의 삶과 유사하다. 우리의 삶 역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화학작용 속에 내적고통을 느끼고 역겨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아프고 다치기도 하지만 결국 락스가 그랬던 것처럼 잘 견뎌내면 더욱 정리되고 말끔해진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사람 또는 이벤트를 만나 격렬한 화학작용을 거쳐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락스가 그랬던 것처럼 역한 고통을 이겨내면 더욱 반짝반짝한 화장실, 싱크대를 마주하는 것과 같이. 오늘 만나 후배와의 대화 중 튀어나온 락스 한 단어에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쓰고 보니 억지(?) 아니 내적성장의 화학작용이라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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