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 B. par Agnès V.>(1988), Agnès Varda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아녜스 바르다
발췌 영상 (프랑스어 자막 & 한국어 번역)
https://youtu.be/BdYZjkymQoU?si=LSe9OwfnoY3RXxVU
« Ce que je voudrais vraiment, c’est de faire tout un film, tout un long-métrage, moi, comme je suis. Avec mes jeans, mes vieilles pulls, mes cheveux n’importe comment, en pyjama, pieds nus dans mon jardin. »
-Jane B.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영화 한 편 내내 장편 영화 한 편 내내, 진정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내 청바지, 낡은 스웨터를 입고, 머리는 대충 아무렇게나 하고, 잠옷 입고, 내 정원에서 맨발로 다니는 거야." -제인 B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1988), 아녜스 바르다
1. 제인 버킨 영국인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제인 버킨은 사실 영국 출생이에요. 영국에서 배우 겸 모델로 활동하다가 프랑스에 건너오게 되었고, 싱어송 라이터이자 시인인 세르주 갱스부르를 만나며 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60년대 말에서 70년대 프랑스의 문화 아이콘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프랑스 여배우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안나 카리나, 모니카 벨루치도 프랑스인이 아니라 각각 덴마크, 이탈리아인이에요. 물론 이들의 경우, 외모가 각별하게 아름답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프랑스, 특히 빠리에는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에드가 모랑은, ‘프랑스’라는 것은 단지 하나의 개념일 뿐이고, 프랑스인이 되기 위해서는 ‘프랑스인이 되려는 욕망 Vouloir être français’ 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물론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욱 복잡한 일이고, 사회에 통합된다는 것 또 다른 문제이지만요.
2.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인 버킨의 프랑스어는 완벽하지 않아요. 그녀의 프랑스어에는 여전히 영국 악센트가 남아 있고, 관사의 성수를 틀리기도 하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언어는 완벽하게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목표이니까요. 프랑스인들도 성수 일치나 구어에서 자주 쓰지 않는 까다로운 문법을 종종 틀리기도 하고요. 한국인들이 국문법을 마스터하지 않고 허술하게 말하는 것처럼요. 물론 언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지만, 완벽하게 구사하고 싶다는 강박은 빨리 버릴 수록 좋은 것 같아요. 틀리는 것에 괘념치 않고 이런 저런 표현을 마구마구 즐기며 써보는 걸 추천합니다.
3. 80년대 말, 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친구인 제인 버킨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멋진 다큐멘터리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가 만들어졌어요. 영화 속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마치 인형극을 하듯 제인 버킨에게 다양한 역할을 자유롭게 제안하고, 둘은 함께 연기를 하고, 촬영을 하면서 즉흥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나갑니다. 대개의 아녜스 바르다의 다큐멘터리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도 마치 어린 아이들이 어떠한 편견과 제약 없이 즐겁게 노는 것처럼 느껴져요. 오고 가는 둘의 대화에서 사고는 확장되어 가고 영화는 예술과 삶에 대한 현명하고 흥미로운 통찰을 담아냅니다.
4. 이 영화 어제 개봉했어요! 삶의 활력을 가져다 줄 강력 비타민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왕왕 추천합니다. 영화 보시면 왠지 모르게 자신을 짖누르고 있던 무거운 것들에서 해방되면서, 왠지 더 미학적이고 유희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실 거예요. 영화 보고 나오시면 세상이 한층 재밌고 밝아져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관심 있는 분들 주저 말고 꼭 보러 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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