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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 Jan 13. 2023

UX가 뭐예요?

UX 디자이너는 어떤 일 하나요?

User eXperience의 약자로 사용자 경험이라고 대답한다면...


필자가 Bank가 뭐 하는 곳이냐는 아이에 질문에 은행이야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일 것이다. 적어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줘야 할 것이다. "너도 인형 들고 가다가 씽씽이 타려고 할 때, 아빠나 엄마한테 인형을 맡기잖아. 그런 거랑 비슷하게 아빠가 일을 하면서 번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곳이야."




작년 말 한국에 들어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를 소개할 일들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국 IT 기업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아무개입니다"라고 소개를 했는데, 종사하고 있는 산업에 따라서 바로 이해가 될 수도 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과 무관한 곳에 계신 분들은 눈에 물음표를 띄우고 계신 게 보였다. 산업 디자이너/프로덕트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는 무언가 그림이 그려지지만 UX 디자이너는 약간 뜬 구름같이 머릿속에 쉬이 그려지지 않는다. 



앞에 UX는 무얼 나타내는 걸까?


우선, 필자는 미국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직장에서만 근무를 했었기에, 한국에서 정의하는 UX, 혹은 다른 산업에서 정의하는 UX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내가 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의 UX는 그 해당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총체적인 경험을 의미하고, 이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이 사용자의 총체적인 경험을 좋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UX 디자이너는 그 제품을 사용할 이용자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보고 그들이 원하는 기능을 찾아내어 추가하거나, 그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개선하거나, 그들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일련의 작업을 한다. 그리하여 사용자가 제품을 보다 의미 있게(meaningful), 유용하게(usable), 편리하게(easy of use), 섹시하게(aesthetically pleasing) 이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게 제품의 성숙도에 따라서 어떤 부분의 UX가 강조되느냐가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신사업에 UX 디자이너가 참여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편리하고 보기 좋게 만드는 것보다 사용자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심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잠재적 고객들에게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기존 시장에 나와있는 경쟁사의 장단점을 분석하기도 할 것이며,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테스트를 해보기도 할 것이다.


반면에 이미 시장에 나온 지 된 제품이나 기능에 UX 디자이너가 참여하게 된다면, 기존 사용자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지점들을 서베이나 인터뷰를 통해 찾아내고,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들을 디자인에 녹여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해 나가는 일을 할 것이다. 혹은 시장에 새로 나타난 경쟁사에게 마켓 점유율을 계속 빼앗긴다면 기존 제품의 모습을 새롭게 단장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MS나 구글 같은 큰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새로운 design language를 발표하는 일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하면, UX는 사용자의 경험이란 포괄적인 개념이고 UX 디자인이라 함은 제품을 사용자 관점에서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하고 UX 디자이너는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혹자는 기존의 디자인 중에 사용자를 생각하지 않는 분야가 어디 있어? 


건축 설계도 그곳에 머물 사람을 생각하며 설계하는 것이고 가구 디자인도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맞춰서 디자인하는 것이고, 그래픽 디자인도 이를 볼 사람의 가독성과 심미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할 텐데 말이야.라고 반문한다면 맞아요! 라 끄덕일 것이다. 다만,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적어도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사용자가 중심이 아니라 기능 혹은 비즈니스 중심적으로 생각해 왔었다. 그 이후, 일상에선 모바일/터치스크린 보급과 더불어 그 안에 들어있는 애플리케이션들, 홈 오토메이션 기기로, 직장에선 Saas (Software as a service) 기업들의 등장으로 우리가 하루에도 접하는 소프트웨어들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비행기 조종사에게만 제공되었던 대시보드가 이제는 좌석에 앉아있는 아이도 혼자 원하는 만화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손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게 된 것이다. 


2007년 아이폰이 나온 다음에야 하드웨어 성능/기능의 수의 많고 적음 보다 이 제품이 어떠한 사용자 경험을 전달해 주는지를 풀어내는 게 소비자에게 더 어필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이야 애플 역시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성능이 예전 버전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강조하고는 있지만, 간간히 '우와, 정말 신박하다' 생각되는 UX 개선사항들도 있다 - 맥 화면 구석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Notes, 기술적인 한계로 생겨난 아이폰의 검은색 부분을 활용한 Dynamic island 등.


Dynamic island

오랫동안 전면 카메라와 여러 센서들 때문에 모바일 전면 상부에 화면으로 표시되지 않는 영역이 있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삼성을 필두로 이 영역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을 했고, 카메라 영역까지 얇은 디스플레이를 이용하여,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화면 전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애플은 다르게 접근했다. 완벽하게 덮을 수 없으면 이를 활용하로. Dynamic Island라고 명명한 이 기능은, 오히려 기존의 검은 영역을 확장해 각종 알림 및 활동 관련 정보를 참신하게 담아냈다. 

https://youtu.be/XBJ95sF6Usw




요즘 면화의 제국 (empire of cotton)이란 책을 보고 있는데, 결국 UX 디자인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사용자 중심으로 옮겨 풀어가려는 노력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면화라는 하나의 특정 상품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어떻게 재배되고, 운송되고, 투자되고, 제조되고, 판매되고, 소비되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역사를 재해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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