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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 Jan 20. 2023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서

뒤늦게 UX 디자이너의 꿈을 꾸다

2023년 새해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미국 와서 부쩍 무거워진 몸을 가볍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컸다. 2년 전 이맘때도, 우연찮게 본 유튜브에서 “초보러너가 더 멀리 지치지않고 달리는 방법”라는 자극을 받아 한 달 정도 오기로 하다가 예전부터 안 좋았던 무릎의 통증이 심해져 그만두었다. 개인적으로 대학교 과 야구부에서 포수를 하다 무릎이 나간 게 아닐까 하는 억측을 해보지만, 내 무릎이 견딜 수 있는 중량보다 내 몸이 더 무거워졌다는 사실을 결코 부인할 수는 없다. 


난 학창 시절 때 순발력이 뛰어났다. 

고등학교 때, 동아리 계주 달리기에서 동아리 장은 빠질 수 없어서, 가장 중요도 적다고 생각했던 첫 번째 주자로 뛰었는데, 사람들 우려와는 다르게 6명 중 1등으로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겼고, 그다음 라운드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유독 벼락치기에 능했고, 그래서 범위가 주어진 중간/기말 시험들도 단기간 집중해서 잘 봤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하나, 고등학교 처음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서,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시험에서는 많이 헤맸던 것 같다. 


이번에는 꾸준히 달리고 싶었다. 


그리서 다시 그 유튜브 채널을 찾아봤더니 “왕초보러너에게 필요한 30일 러닝 프로그램. 이대로만 해보세요”라는 영상이 있었다. 3년 이상 꾸준히 달리고, 그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라 속는 셈 치고 시작했다. 첫날은 3분 걷기 1분 작게 뛰기, 둘째 날은 쉬고, 셋째 날은 3분 걷기 2분 뛰기 이런 식으로 차츰차츰 그 리듬에 몸을 적응시켰다. 1주일 되었을까, 이제 좀 뛰어볼까 하는 마음에 한 스텝을 건너뛰었더니 바로 무릎에서 신호가 왔다. 나 아직 준비 안되었다고…


대학생 때, 주위 친구들은 다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왠지 모르게 그 길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2년간 군 현역 생활을 했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그때의 2년간의 쉼이 내가 UX로 온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감히 생각한다.

공대 전공 지식들이 2년 동안 없어지는 동안, 그때 접한 책들과 함께 생활했던 선임/후임들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배우게 되었고, 그 시간 안에서 나를 찾는 과정을 보냈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가라면 당연히 안 간다.)

사람을 위해 공간을 만드는 건축을 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이 사용자를 위해 디지털 공간을 디자인하는 UX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갔다. 그리고 마침, 제대 후에 UX라는 분야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턴과 리서치 경험을 통해 UX가 적성에 맞다는 것을 안 후(자기 암시를 한 후) 미국으로 공부하러 나왔을 때는 이미 20대 후반이었다. 

일찍 취직한 친구들은 이미 5-6년 차의 직장인들이었고, 공부를 꾸준히 이어간 친구들 중에는 이미 박사를 딴 친구도 있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았을 때, 

사람들은 다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서 달리고 있었다. 


누구는 걷고 있고, 누구는 달리기 선수처럼 빠르게 뛰고...

하지만 여기는 그 누구도 빨리 가라며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가라며 잡아당기지 않는다. 


오늘은 이렇게 뛴 지 10번째 되는 날이며 걷는 시간보다 뛰는 시간이 많아진 날이기도 하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도,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나는 장거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내 페이스에 맞춰서 나아가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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