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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 Jun 17. 2024

방향 다시 잡기

Re-orient

구조조정을 알리는 공지를 보게 되었는데...



2편, 방향 다시 잡기


'차라리 보지 말걸'


전체적인 맥락은 내 매니저가 사전에 이야기한 대로였다. 제품 R&D 규모가 축소되면서 디자인 팀 역시 작아져야 했고, 두 팀이 하나로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옆 팀의 디자인 팀장이 남게 되었고, 내 자리는 사라지게 된 것이다. (회사를 나오고 난 뒤에, 그 팀장이 내게 링크드인으로 연락을 해줬다. 이렇게 결정된 건지 몰랐다며,  본인은 내가 다른 팀이랑 이야기가 된 줄 알았다고 했다.) 다행히, 내 팀원들은 모두 새로운 팀으로 들어갔다. (만일, 나와 같이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어차피 떠날 생각을 올 초부터 하고 있었지만, 모든 게 이렇게 진행될 줄은 생각 못했다. 막상 당하니 기분이 영 별로였다. 회사는 정말 냉정한 곳이다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2주,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퇴직금을 받고 나가던가, 아니면 내부 팀 이동을 시도해 보는 것. 이미 계획된 휴가를 이틀 앞두고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 혼자 멘붕에 빠졌다. 회사 내부 채용 공고를 보니, 다행히 한 팀이 내 레벨의 사람을 뽑고 있었고 채용 담당자는 내 예전 동료였다.


바로 연락을 취했다. "나 네 팀 포지션에 관심 있는데, 네가 하는 제품에 대해서 궁금하고, 이 포지션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라고, 십 분뒤 답장이 왔는데, 안 그래도 내 매니저에게 내 상황을 들었다고 하면서 바로 미팅을 잡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인터뷰를 계속 보고 있고, 만일 내가 관심 있으면, 타임라인이 빠듯하다 보니 인터뷰를 빨리 잡아주겠다고 하면서 30분가량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두 가지가 걸렸다. 하나는 그 팀이 하는 제품의 위치가 지금 내가 있었던 제품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과 매니저 역할이 아닌 IC 역할을 원한다는 점이었다.


두 가지 걸리는 점 때문에, 지원을 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 ‘어차피 회사를 나가면 포트폴리오 만들어야 하고 인터뷰도 해야 하는데, 이참에 연습이라 생각하고 해 보자.’였다.


관심 있다고 전했더니 리쿠르터랑 이야기해서 바로 스케줄을 잡아줬다. 그것도 이틀 뒤... 그것도 한국의 시차 때문에 새벽으로 잡혔고, 나에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내려고 했는데, 밤늦게 준비하고 있자니 현타가 여러 번 왔었다. 어떤 결과로 이어지던,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이, 탐 & 탐스 (가칭).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 참 이상하네."



운명의 장난인가, 나랑 같이 일했던 친구 둘이 인터뷰어로 들어왔다. 사실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한 친구는 내가 온보딩을 시켜줬었고 다른 친구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랑 협업을 했었다. 포트폴리오 리뷰라서 이 회사에서 임팩트가 있었던 비전 프로젝트와 템플릿 프로젝트를  부랴부랴 정리했었는데, 두 친구 모두 어느 정도 컨택스트가 있는 상태라, 4시간 동안 준비한 것치곤, 잘 마무리가 되었다. 그 뒤 탐스랑 1:1 인터뷰를 진행을 했고, 두 번의 인터뷰를 미치고 다음날 하이어링 매니저인 옛 동료에게 이메일이 왔다. “찬, 언제 이야기할 시간 돼?”



“찬, 너 정말 관심 있어?”
라는 옛 동료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한 템포를 쉬었다.


그 친구는 내가 매니저를 하고 있을 때 같이 일한 거여서 내가 IC 일 때 어땠는지 주변에 물어보았다고 했다. 다행히 프로덕트 매니저들도 호의적이었고, 나랑 같이 일했던 인터뷰어 역시 '찬이 자기보다 훨씬 나은데 어떻게 평가하냐'라는 찬사까지 했을 정도라 했다. (정말, 평소에 잘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은 덤이었다.)


사실, 그 하이어링 매니저랑 이야기하기 전 마음의 정리는 어느 정도 되어있었다.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무엇보다 동기부여가 안되었다. 이런 마음이 크다 보니, 인터뷰를 빠르게 진행해 준 호의를 베풀어준 옛 동료에게 미안해질 것 같았다. “아무래도 네가 다른 사람을 뽑는 게 나을 것 같아. 나는 잘할 자신이 없네. 조금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 라 말하니, 솔직히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며 굿럭이라 말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렇게 4년 동안 애정을 쏟았던 회사에서 나왔다. 


우연찮게 나오자마자,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리쿠르터에게 연락이 왔고, 운 좋게 온사이트까지 진행이 되었다. 당연히 되지 않게느냐는 오만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결과는 좋지 못했다. 회사를 나올 때보다 당연히 오퍼를 받을 줄 알았던 회사에서 거절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충격이 더 컸다. 그러면서 당장 앞에 놓여있는 것을 추구하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백수와 구직자 사이의 시간이 시작되었고, 그 속에 다음 커리어를 찾는 나만의 4가지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1. 내 주위에서 많이 쓰는 product

2. 내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곳

3.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

4. 길게 봐서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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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어느 아침, 쌍무지개가 떴다. 다 잘 될 것이다.

창 밖으로 보였던 쌍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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