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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Nov 06. 2023

전 남자친구에게

보내지 못 할 걸 알지만서도

그리운 J에게,


안녕 J. 네가 많이 그립고 자주 머릿속에 떠오르는 요즘이야. 넌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 몹시도 궁금해. 너와 헤어지고 너에게 해주지 못한 게 많아서 미안하기도 아쉽기도 했어. 벌써 헤어진 지도 2년이 다되어 가더라. 시간 참 빠르게 흘러가지. 너를 그토록 붙잡고 싶기도 했지만 웃으면서 편지를 주고받으며 헤어질 수 있어서 우리의 결말에 감사하기도 해.


한참 토론을 했었잖아. 세상에 좋은 이별이란 것이 존재하는 걸까. 그럼에도 우리는 좋은 이별을 하기 위해 꽤나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아. 서로의 애칭을 지우고 이름으로 바꾸기. 카카오톡 즐겨찾기에서 내리기. 스킨십은 손만 잡기. 기념일을 챙기지 않기. 하나 둘 우리 둘만의 헤어지기 위한 규칙을 세워서 이별을 준비해 갔잖아. 5년이란 시간 동안 너와 함께 일상을 나누면서, 헤어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내가 안고 갈 수 있는 것일지 정말 두렵기도 실감이 안 나기도 했어. 그럼에도 우리 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헤어져야 하기에 결단을 내려야 했지.


그렇게 2월 어느 날 결심이 서더라. 지금이라면 정말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았어. 나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긴 했었나 봐.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만들어줘 봤어. 너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상처받고 화장실 가서 몰래 울기도 했고. 몰래 울었다고 생각했지만 네게 퉁퉁 부운 눈을 들켰고 그걸로 사귄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다투기도 했어. 그럼에도 난 네가 참 좋았다.


우리의 마지막도 밸런타인데이와 가까웠잖아. 그래서 난 네게 마지막으로 꼭 초콜릿을 다시 주고 싶었어. 우리의 처음처럼.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었나 봐. 그 초콜릿과 편지에 내가 널 사랑했던 모든 마음을 진심을 전부 담았다 생각해.


정말 소중히 여겼던 J야. 여전히 너와의 추억은 나에게 몹시도 소중해.


네가 없는 하루를 단 하루라도 생각한 적이 없어.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마지막이 찾아왔고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바보같이 울고 웃으며 헤어졌지. 헤어졌는데도 나의 일상에는 너의 흔적이 너무나도 많더라. 네가 준 선물과 편지가 집 곳곳에 있고, 난 여전히 너와의 추억 속에 떠돌아다니곤 해. 누구를 만나던 네가 기준이 되었고, 너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이 항상 고맙게 느껴져.


전달하지 못할 걸 알면서 이 편지를 쓰는 이 순간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나의 진심이 쏟아져내려. 글을 쓰는 손가락이 무겁고 아려와. 나를 많이 사랑해 주고, 누구보다 아껴줘서 고마워. 내가 밑바닥을 헤매며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같이 밑에서부터 손을 내밀어주고 끌어올려준 너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이상하지 그토록 싸운 적도 많고, 서로를 미워한 적도 많았지만 네 생각을 하면 여전히 애틋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야. 너랑 같이 지낸 마지막 일 년은 너무나도 행복했어. 덕분에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 내가 널 잊을 수 있긴 할까. 아마 평생 마음 한 편에 너와의 추억, 너의 따뜻함을 안고 가지 않을까 싶어.


곧 겨울이네. 같이 갔던 삿포로도 떠오르고, 눈 맞으면서 손잡고 거리를 활보했던 것도 새벽에 라멘을 먹으러 갔던 것도. 꽃게가 좋다며 매일 같이 노래를 불렀던 것도. 비에이에 가던 버스에서 내가 추위에 벌벌 떨자, 몸을 덥혀줬던 것도. 아, 더 이상 떠올리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많이 보고 싶어. 특히, 웃는 모습이 몹시 보고 싶은 날이야.


얼마 전에 너의 생일이어서 전화를 했어. 내가 그랬잖아. 요즘 힘든 일을 겪고 있다고. 그때 너의 말이 정말 많은 위로가, 힘이 되어 주더라.


힘든 일도 항상 이겨내 왔고, 우리는 더 힘든 일을 겪었고, 아무리 힘든 일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을 잘 알잖아. 그러니까 누나는 지금 겪는 일도 틀림없이 이겨낼 거야. 이 말이 너무나도 마음 깊숙이 내려앉았어.


주변에서는 내가 괜찮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대. 그런데 너는 어떻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니. 누구보다 나를 잘 알았던 너이기에, 내가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과정을 전부 봐왔던 너였기에. 그 옆에서 내 손을 놓지않고 끝까지 잡아줘서 고마운 너였기에. 너의 한마디가 나에게 정말 큰 용기가 되더라.


여전히. 많이 애정해. J 너를.


앞으로도 잘 살았으면 좋겠어. 많이 그립고, 네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할 수는 있을까. 걱정도 되는 나날이지만. 네가 미래에 가정을 꾸리는 게 아직은 상상이 가지 않아. 때가 된다면 너도 결혼을 하려나. 그게 누구든 행복하기를 바랄게. 너무 잘 살지는 마. 질투하고 싶지 않거든. 그래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너이기에 가정을 잘 지킬 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넌 사랑받고 행복하게 잘 살 거야. 나도 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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