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과 버림에 대하여, 에반게리온에 빠지다
여느 때보다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는 요즘이다
고소 사건 이후로 많이 지치기도 했고 그럼에도
요즘은 무탈하게 하루가 지나간다
벌써 3월이기도 하고, 바쁘게 살았음에도 시간을 흘려보내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버텨나가고 있다
최근은 몇 달 전에 비해 불안하거나 초조한 게 조금 덜해졌다 그만큼 기대감도 없어졌고 포기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뭐, 어찌 되었든 내 현생은 살아가야 하니까
최근에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1. 렌즈삽입술
2. 몸무게 증량
3. 에반게리온
크게 말하자면 이렇게 세 가지쯤 될 것 같다
1. 렌즈삽입술
렌즈삽입술은 잘 보이지만 불편한 것도 참 많았다
여느 수술이 그렇듯 한동안 물이 닿으면 안 되고, 안약을 꼬박꼬박 넣어줘야 했다 눈에 손이 닿으면 깜짝 놀라게 되고 조금만 이물감이 느껴져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수술한 지 고작 12일 되었기에 이런 기분일 수도 있다
얼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안정기가 왔으면 한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소프트렌즈 낀 것처럼 잘 보이는 건 신기하다..!
2. 몸무게 증량
고소 이후에 몸무게가 11킬로가 늘었다
이건 진짜 안 빠진다
7킬로를 뺐는데 수술해서 운동도 못하고 스트레스는 먹는 걸로 풀다 보니 다시 원상 복구되었다
나 대체 살 어떻게 뺀 거지..?
원동력도 없고 관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쳇바퀴처럼 무너진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 이건 당연한 결과인가 보다
그럼에도 다시 포기하지 말고 그냥 하자
생각하지 말고
그게 네가 꿈꾸는 건강한 미래일 테니까
당뇨 걸리지 말고 잘 살아야지
아픈 건 싫잖아
3. 에반게리온
삶이란 본질이 고독한가 보다
타인을 받아들일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는 것인가 봐
모두가 추악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실수를 할 수도 무너질 수도
절망할 수도 멘탈이 바스러질 수도 있다
벼랑 끝까지 내몰릴 수도 흔들릴 수도 후회할 수도
그럼에도 살아가야만 하는 게 삶이기에
중학생 때 봤으면 공감하지 못했을 이야기들
서른둘, 지금 봐서 다행이야
엔드오브에반게리온을 보며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조마조마 숨을 부여잡고 한 장면이라도 놓칠까 온통 몰입하며 에반게리온에 빠졌다.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전환되는 화면 효과, 연출, 영상미, 그로테스크한 장면과 대조되는 평화로운 음악, LCL 오렌지주스로 변해가는 사람들
심오하고 고어하고 이해가 안되는 장면이 많지만
그럼에도 감정을 자극하는 미친 작화와 연출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타인을 찾지만
타인을 갈구할수록 스스로를 상처 입히게 된다
그걸 알면서도 공존해야만 하는 사회이기에
오늘 하루종일 드라이브를 하며 노래를 들었다
EOE ost -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잔혹한 천사의 테제
허무와 공허 고독 속에서도
삶은 이어져 가야 한다
그게 삶이란 것이니까
타인과 공존하지만 하나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니까
고독을 진정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