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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Jun 12. 2021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세상을 망친다-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피터 글릭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저: 마이클 셀렌버거)” 비판(1/2) (newspeppermint.com)


책으로 엮어서 냈다고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것과 다르게 출판은 산업입니다. 비록 사양산업일지라도요. 모두가 같은 주장을 해서 심심할 때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은 시장논리상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으로 엮여서 쓰인 모든 말들이 다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을 보고 정말? 내가 알던 게 틀렸다고? 라고 생각했거나 이게 맞는지 아닌지 혼란스러우신 분은 위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이러한 주장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옳은 것도 아닙니다. 최소한 '다른'주장을 하려면 근거를 정확히 해석하고 제시해야 합니다. 

근거를 입맛대로 골라서 짜깁기 한 책을 검증 없이 믿고, 또 나중에 '내가 책에서 봤는데...'라면서 자신도 모르게 틀린 이야기를 하면서 '다들 속고 있어.'라고 하는 게 음모론자입니다. 그렇게 안아키도 생겼던거죠. 그분들도 나름대로 배운 바 이론이 있습니다. 

우선 저는 저 책을 꼼꼼히 읽지 않았고 서가에서 보고, 최소한 저런 책을 만들려고 나무가 종이가 되었다니 필자 본인에 주장에 적합한 일이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주장에 따르면 나무를 아무리 베어도, 그리고 그것을 아무 짝에 쓸모없는 일에 낭비해버려도 상관 없죠. 발전한 기술이 뭐든지 해결해 줄 테니까요. 아무튼 저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비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저 책을 읽은 분이 했고 위에 번역본이 있고 링크가 있어요. 제가 무쓸모한 책을 돈을 주고 사서 남의 주장에 레퍼런스를 체크하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그것은 피터 글릭씨가 이미 잘 해놓으셨는데 제가 왜 또 합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맨 앞문장입니다. 


"책으로 엮어서 냈다고 무조건 신뢰해선 안 됩니다." 


세상엔 정말 많은 책이 있습니다. 제가 더 어렸을 때는 수술없이 D컵 가슴 만들기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매일 누워서 팔뚝을 주무르고, 브릿지 자세로 뱃살을 주물러 가슴으로 모아주면 지방이 이동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믿는 분은 없겠죠.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도 있었습니다. 좋은 말을 해주면 물 결정이 아름다워진다는 것이죠. 헤비메탈을 들려주면 물 결정이 삐뚤어지고, 이런 물은 몸에 나쁘다고 합니다.(저는 최소한 이런 것을 믿지 않는 분들을 대상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건강코너에 가면 언제나 약 먹지 말라는 책이 즐비합니다. 특히 우울증 약들이 여전히 얼마나 미움을 받는지 알 수 있죠. 감기약도 먹지 말라고 하고 하루에 두 시간만 자도 괜찮다고 합니다. 저라면 제 인생을 정말 하루에 두 시간만 자도 괜찮은지 실험해보는데 낭비하지 않을텐데요. 최소한 그는 그것으로 돈을 벌었고 여러 나라에 번역서가 나오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 책의 독자는 졸음운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을걸요. 건강에 대한 책은 너무 위험한 주장이 많아서 다 꼽기도 어렵고, 합법적으로 빌린 돈 안 갚는 방법의 저자는 그 책 때문에 고의성이 인정되어 사기죄로 감옥에 갔습니다. 

그런 책들이 아무렇게나 이런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서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죠. 근거를 제시한다고 다가 아닙니다. 그 근거가 얼마나 믿을 만한가가 문제입니다. 물론 어떤 책을 읽을 때 그 근거를 하나하나 체크하고 찾아보는 것은 너무 힘든 일입니다. 누가 독서를 그렇게까지 하고 싶겠어요.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는 연구자도 아닌데요. 하지만 우리는 보고 들은 걸 무조건 다 덜컥 믿는 게 아니고 보류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아무거나 믿는 게 좀 지칩니다. 기존의 상식을 깨부수는!! 뒤엎는!! 그러면 보통 틀렸어요. 상식을 깨부수는게 아니라 그냥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주장해버려요. 근데 자신감이 있고, 책으로 엮이거나 유명하면 다들 검증없이 그걸 믿습니다. 뱃살을 주물러서 가슴으로 보내면 가슴이 커진다는 이야기가 아침방송에 나오고, 그럼 방송이니까 믿습니다. 아마 저도 몰라서 그렇지 별 이상한 걸 다 믿고 있을 거예요. 최소한 알던 것과 너무 다른 이야기면 일단 보류하고 집에 와서 대충이라도 검색해보면 좋겠습니다. 음모론자가 안 되기 위한 대단한 비법이 있어서 그걸 첫째 둘째 셋째 나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저 책이 워낙 이슈인데, 어쩌다 이걸 보게 되면 저것만 아니라 뭐든지 '아 그러게 의심해야지.'하길 바라서 썼습니다. 왜냐면 의심은 그냥 상식적인 거니까요. 우리가 항상 하는 일인데, 어떤 가짜들은 너무 믿음직해서 까먹는거예요. 주류에 속지 않겠어! 라고 생각하다가 별 이상한거에 속는다니까요? 차라리 교과서에 나왔으면 수정될때까지 믿고 있어도 오케이인데, 교과서에서는 말해주지 않는 진실! 이라고 아주 가짜를 믿어버리면 그건 문제가 되잖아요. 저들은 그저 이론을 기술했을 뿐인데 내가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면 손해는 내가 보는 건데. 인생은 실전이잖아요. 상식선에서 의심해보는 것을 잊지 않는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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