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진로이야기를 나누면 희망보다 답답함, 막연함 같은 다소 무거운 경우가 단어를 사용한다.
뭔가가 확실하지 않아 느끼는 불안감 같은 것을 말한다.
나 역시 그랬다.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물음표가 가득해 세상 속 방향 찾기가 힘겨웠다. 당시엔 인터넷도 없고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과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다. 성적에 맞춰 진학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지만, 이후 부딪치는 갖가지 질문에도 혼자 끙끙거렸다.
그 경험이 커리어코치로 이끌었다.
백수로 두문불출하던 때 '직업상담원' 채용공고가 눈에 확 뜨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공부한다 세월 보내다, 큰 맘먹고 입사한 회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월급도 못 받고 동굴 속에 있을 때다. 일간지 반 페이지를 채운 채용공고를 먼저 발견하신 건 아버지였다. 건네받은 공고문을 읽고 또 읽어 지원서를 내고 시험을 치렀다.
태어나서 두 번째로 간절히 기도를 했다. 첫 번째 기도는 중환자실에 계신 아버지의 회복을 바라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간절함이었고, 두 번째는 취업에 대한 절실함이었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직업상담원은 취업컨설턴트, 커리어 컨설턴트, 커리어코치라는 이름으로 재 설정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커리어코치라는 역할이 무겁게 느껴져 압박도 느낀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남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간절함, 두려움,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막막했던 나의 청년기가 떠오르며 현재와 과거가 맞물린다. 그 막막함을 덜 겪길 바라는 마음에 더 열심히 응원한다.
그런 내가 조금 바뀌었다.
진지하게 고민하며 가치 있는 것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별 다른 이유 없이 끌리는 것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하나의 직업으로 버틸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생계를 위해서, 지시받았기에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하고 싶어서, 누군가 해야 될 것 같아서, 작지만 삶의 원동력이 되어서.... 등의 이유로 해보는 거다.
내게는 낭독이 그렇고, 타로 상담이나 그림책을 배우는 것이 그렇다.
물론 이것이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과 접점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당장은 취미라 하기도 뭣한 것을 하고 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한다.
핸드폰이나 TV를 보는 것보다 생산적인 이유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어제보다 오늘, 나의 남은 시간은 줄고 있으니 하루라도 더 빨리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가장이라서, 주부라서,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워서, 몸이 약해서.
여건은 다르다지만 끌리는 일을 해 볼 수 없다 생각하면 쓸쓸하다.
더 작고 소소한 것이라도 하자고 말하고 싶다.
책 '미라클 모닝'에서는 기적의 6분을 강조한다.
조용한 침묵 1분, 확언 말하기 1분, 책 2~3페이지 읽기 1분, 성과 그려보기 1분, 몸 움직이기 1분, 일기 1분
이런 식으로 아주 짧게 아침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한다.
6분의 짧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기적이라고 하니, 적은 시간으로도 무엇인가 해 볼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