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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헤는나무 Feb 01. 2021

손금을 봤습니다.

타고난 운명이란?

양손 모두 독립적 두뇌선이라고, 옛날에는 결혼 못하는 손금이라 했다.

구속, 속박, 잔소리를 싫어하고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을 견디기 싫어한다.

남편도 구속하고 속박하는 존재가 될 수 있어 결혼을 하더라도 늦게 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또한 7~8세 연상이거나 연하가 잘 맞는 편이다.

시대가 변해 요즘은 종종 보이지만, 그런 경우 비혼주의자 혹은 늦은 결혼을 생각한다.

독립심이 강해 도전이나 모험심이 강하고 관습이나 권위,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는 특징을 갖는다. 이런 손금이라면 부모의 간섭을 극도로 싫어한다.




내 양손의 손금은 특이 손금인 독립적 두뇌선이라고 한다.

손금 지식은 백지상태이다. 독립적 두뇌선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고, 특이 손금이라는 것도 난생처음 접한다. 속박을 싫어하는 성향을 손금에서 집어내니 신기할 뿐이다.

지적 욕망이 강하고 합리적, 이성적이지만 타인을 배려한다는 개인 성향 설명도 대부분 일치한다.

재물운은 있으나, 현재는 장애선이 막고 있단다. 돈을 벌어도 나갈 데가 많아 잘 모이지 않고, 만족도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하니......

대박! 족집게다.


재물운이 애초에 있었는지 의심스럽지만, 아무튼  경제적으로는 여유 있는 편은 아니었다.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바쁜 생활이었지만 도토리가 계속 사라져 버리는 형국이었다.


'독립적 두뇌선'이라는 단어에 10대, 20대의 과거가 떠올랐다.

뭔가 알고 싶어 반문했지만 늘 명쾌하지 않았다. 뭔가 계속 답답했고, 부모님의 가치와 맞지 않아 힘들었다. 사실 그때는 그런 것도 잘 몰랐다. 당시엔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이 당연했고, 부모님의 뜻을 거스를 정도의 배짱도 없었다.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 무엇을 갈망하는지 모른 채 지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했다. 위기의 시간에는 강요가 아닌 온전한 '선택'이었음을 떠올린다. 스스로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임이라 여겼다.

엄마도 어디선가 듣기를 내 기가 세다고 했다. 결혼을 늦게 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결혼 부담을 주셨다. 결혼은 부모님의 최대 관심이자 숙제거리였다. 대학 졸업 직후부터 결혼이 곧 안정적인 삶인 것인 양 그렇게 여기셨다. 어떤 점에서는 딸의 출가로 당신의 역할을, 짐을 덜고자 하셨다.


결과적으로 결혼으로 부모와 독립했다.

신혼 초 심야영화를 보고 귀가를 하다 해방감에 킬킬거린 적이 있다. 퇴근 후 또는 주말에는 원하는 교육 수강을 하러 다니며 자유를 만끽했으나 그 시간은 일 년이 남짓이었다.

출산으로 나를 당기는 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줄은 부모와는 또 다른 형세라 웬만해서는 놓을 수 없는 인연이었다. 세상에 없는 행복을 주면서 그 행복을 순식간에 없애버리는 존재, 자식이 이었다.


지금은 제2의 자유 시기다. 사춘기가 지난 딸아이에게는 나의 지나친 관심은 간섭이다.

시간적 여유가 늘었으니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여전히 갈망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도 욕망 덩어리로서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금전이 따라주어야 나의 자유는 더 빛을 발하게 되겠지만, 코로나 19로 어차피 한정적인 상황임을 감안해 그럭저럭 위안 삼을 만하다.


우연히 접한 손금으로 지난 과거를 떠올린다.

부모님과 어떤 점이 맞지 않았는지, 무엇을 갈망하고 있었는지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내면의 소리에 일찍 귀 기울였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해본다.

어쩌면 결혼을 아주 늦게 했거나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일 뿐.


손금은 태어나면서 갖지만 세월에 따라 변한다. 변한다는데 주목하련다. 결국 노력에 의해 개척하는 것이며, 과거 관점에서는 변한 것도 운명인 것이다. 미래 관점에서 보면 바꾼 것이지만. 지나고 보면 그것은 그것대로 운명이었으리라.


이참에 완전히 손금을 바꾸면 어떨까 생각한다. 재물운은 일직선으로 뻥 뚫리고, 건강운, 가족운 등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볼펜으로 선 긋듯이 그렇게 바꿔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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