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갑이다. "환갑"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노래한 노사연 님의 노랫말에 한없이 공감합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나이 드는 것이 싫어 나이를 세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일부러 내 나이를 기억하며 살고 싶지 않은 허영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마흔에서 쉰으로 넘어갈 때도 그랬고, 쉰에서 예순으로 넘어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한국 나이와 만나이를 오가며 나이를 계산하다가,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정말 나이를 잊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나이를 인정할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나도 '인생60'이 되었거든요.
육십에 들어서는 순간은 확실히 품격부터가 달랐습니다. 여느 생일에 받는 선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축하를 받았습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그렇습니다. 육십은 어쩌면 우리가 노인의 첫발을 내딛는 나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사실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 "인생은 60부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서로를 격려해 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육십을 살아오면서 보니,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축하 풍습이 몇가지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있는지 찾아볼 시간은 없지만,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니 어딘가엔 있겠지요. 뭐, 깊이 따질 것 없이 그냥 패스~.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특별한 순간은 바로 첫아이를 낳았을 때입니다. 이때, 딸보다 아들을 낳았을 때 더욱 격하게 축하를 받습니다. 나는 딸만 둘이라 득남의 축하는 받지 못했지만, 나와 남편은 대단히 만족했습니다. 사실 아이를 낳고 나면 아들이든 딸이든 그 감동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딸 예찬’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좀 더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딸 자랑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나의 육십 입성의 품격을 높여준 것은 바로 딸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두 번째는 환갑 축하입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짧아 사람이 태어나서 육십이 될 때까지 무탈하게 살아만 있어도 가족과 지인들에게 거하게 축하받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가 되었고, 노령 인구가 많아지는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건강한 실버 세대가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다들 오래 살고 있지만, 나이 육십, 환갑을 축하해 주는 미덕은 변치 않아 참 다행입니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는 요즘, 그래도 축하받으니 좋습니다. 그것도 육십의 품격이 느껴질 만큼 축하를 받으니 더욱 기쁩니다. 이는 순전히 내가 딸을 둘이나 두었기 때문입니다. 딸이 하나였어도 다르지 않았겠지만, 둘이다 보니 서로 의논하며 이벤트를 곧잘 준비합니다. 이제 두 딸 모두 직장에서 인정받는 K-직장인이 되고 보니, 씀씀이도 점점 업그레이드 되고 있습니다. 이벤트가 화려해졌다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 이제 손가락 빨아야 한다"며 엄살도 부리지만요.
주위를 돌아보아도 역시 살가운 애정 표현은 딸이 월등합니다. 물론 집집마다 자녀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육십을 살면서 보아온 보통의 가정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도 이제 나이드는 거 무서워하지 않고 육십의 품격에 맞게 살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