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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m Ahn Sep 25. 2024

헬스케어 PM 첫 한 달

헬스케어 PM 이야기

8월 26일 - 8월 30일 '떨리는 첫 출근'


드디어 첫 출근 날.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좋은 첫인상을 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어떨까? 머릿속에 가득한 잡생각으로 스타벅스에 들려 커피 한잔 들고 회사로 향했다. 버지니아비치는 그래도 적은 인구는 아니지만 전에 살았던 애틀랜타나 LA에 비해 작기 때문에 출퇴근 교통 체증도 없었다. 현지인들은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하던데 내가 느끼기엔 교통체증은 없다... 막히면 한 5분 더 걸리는 정도? 


떨리는 마음으로 건물에 들어서자 사원증 발급을 위해 사진을 찍고 HR 담당자가 내려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었다. 우리 마케팅 부서는 2층에 위치해 있고 사무 공간은 키만큼 높은 칸막이와 여닫이 문으로 되어 있어 완벽한 privacy가 보장되는 구조이다. 


출근 첫날 아직은 깔끔한 내 자리


간단한 안내를 받고 *매니저가 나를 불렀다. 다시 한번 우리 팀에 조인한 것을 축하해 주었고, 내가 담당하게 될 업무 등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우리 회사는 전체직원이 1,500명 정도로 엄청 크지도, 적지도 않은 규모의 회사이고, 사업분야는 크게 Biologics, Organ Procurement, 그리고 Life Sciences로 나누어지는데 내가 속한 사업부는 Biologics이다. Biologics 부서에서는 Allograft (동종이식재) 제품을 만드는데 specialty기준으로 팀이 나뉘어 있다. 크게 Spine, General Orthopedics, Sports Medicine, Wound Management, 그리고 Dental로 나누어지는데 내가 속한 팀은 Spine팀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가장 큰 팀이다. 나는 이 중에서도 약 $30M 규모의 OEM 제품 담당 PM이다. 


*내 직속 매니저(Sr. Director)는 인도인으로 미국에 온 지는 20년이 훌쩍 넘었다. Biomedical Engineering을 전공한 매니저는 졸업 후 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MBA를 했고 그 후로 Orthopedics 분야의 회사에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Zimmer Biomet, J&J etc.) 


지난 2년간 학생으로서 자유로운 시간 속에 살다가 오랜만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꽤 재미있었다. 그리고 첫 한 주는 모두가 바쁜 와중에 나만 여유로웠던 시간이었다. 


8월 30일 - 9월 4일 '회사 분위기 파악 중'


와이프와 아들이 한국에 있는 바람에 조용한 주말을 보내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둘째 주가 되니 드는 생각은 점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오버페이스를 하는 것도 안되지만 너무 소극적인 태도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경력직이다. 신입 때처럼 한없이 모르는 상태로 있기엔 눈치가 보였다. 또한, 우리 회사는 전형적인 백인위주의 미국회사이다. 따라서 아시아인으로서 모든 부분이 그들에겐 눈에 띌 것이다. 한국사람이 그래도 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까진 한국인은 없는 것 같았다. 


지난주 매니저가 공유해 준 30일, 60일, 90일 플랜을 통해 앞으로의 내가 해야 할 업무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업무라기 보단 PM으로서 업무 시작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인 업무들이었다. 각종 툴 사용법, 유관부서 key contact 소개, 내부/외부 미팅 참석 등이었다. 다른 PM들을 보니 다양한 부서와의 미팅이 정말 많다. 특히 PM의 주 업무 및 역량 중 하나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수많은 유관부서와의 미팅을 주관하고 리딩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다른 PM들의 업무를 관찰하니 타 부서와 미팅이 정말 많아 보였다.


사람들도 너무 좋다. 내가 혹여나 먼저 다가가 인사를 못하더라도 먼저 와서 인사를 해주시고 서로 잘 챙겨주는 분위기이다. 특히 우리 회사의 근속연수는 꽤 긴 편이다. 10년은 기본이고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생각보다 찾아보기 쉽다.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직접 느끼게 되겠지.


회사 내 Donor 기증자를 추모하는 장소


9월 7일-9월 11일 '나는 경력직이야'


둘째 주가 지나니 점차 회사의 분위기도 익히고 회사의 제품 및 비즈니스들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헬스케어 산업에서 6년간 일을 했었고 MBA를 하면서도 헬스케어 산업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기존에 했던 분야와는 다르지만 크게 어렵진 않았다. 사용하는 language가 같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Medical Device 분야에서 일을 하면 업무 관련해서 자극적인 자료(사진 및 영상 등)를 많이 접하게 되는 데, 하루는 회사의 주요 고객인 KOL (Key Opinion Leader) 중 한 분이 회사에 방문하여 회사 제품을 이용한 치료에 대해 발표를 해주었다. 동료들이 발표 자료 중 징그러운 사진이 있을 수 있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며, 불편하면 나갔다 들어와도 된다고 조심스럽게 걱정해 주었다.  


6년간 다져진 내공이 있기에 큰 거부감은 없었고, 그냥 업무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게 바로 경력직이라는 건가? 


셋째 주가 되니 주어진 것만 하기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나라는 존재를 알리고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주기 위해 Market Intelligence (산업 동향) 보고서를 만들어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보내고 약간 오버했나? 싶어 고민하던 찰나 매니저가 좋은 피드백을 해주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9월 14일-9월 18일  나는 한국인!


신기하게도 가족 중에 한국인과 결혼한 동료도 있고, 와이프가 한국인인 동료도 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갖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생각은 "Koreans work fxxxing hard"이다. 나는 이게 참 좋은 것 같다. 한국인들과 일을 하면 항상 열심히 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데 나는 이 생각이 바뀌지 않도록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들어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고 일에 적응이 되어가니 매니저도 이제는 본격적인 업무를 하나씩 맡기고 있는데 일을 함에 있어 내가 가장 초점을 두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업무 시작 전 매니저가 기대하는 바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기. 그리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명확히 확인하기.


실제 사례) 담당 파트너사에서 제품에 대한 가격할인 요청을 받았다. 이에 매니저는 앞으로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10% 할인에 대한 임팩이 어느 정도가 될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현재 예측되는 내년 판매량을 기준으로 할인을 통해 줄어든 마진을 상쇄시키기 위한 volume 인상이 주 내용이었다. 하지만, 매니저의 입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을 해보았고 단순히 10% 할인에 대한 정보 외에도 추가로 worst / normal / best case 시나리오를 분석해서 자료를 전달했다. 이를 전달받은 매니저는 지금 상황에서 가격인하보다는 내부적으로 원가 조절이 가능한 부분을 먼저 살펴보고 다시 가격인하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내가 전달한 자료만으로 이런 결정을 한 것이기에 매니저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두 번째) 요청받은 업무에 빠른 피드백 주기. 명확하게 타임라인에 대해 확인하고 중간중간 업데이트를 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 줄이기.


실제 사례) 점차 업무에 적응을 하니 매니저가 이제는 여러 일을 동시에 요청하기 시작했다. 사실 업무 요청이라기보다는 원래 내가 담당자로서 해야 할 일인데 현재 온보딩 중이기에 기다려 주고 있던 것이다. PM으로서 하는 업무들의 많은 부분이 여러 부서와 관여가 되고, 중요도나 타임라인이 모두 다르다. 초반에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실수 (타임라인 놓치기, 잘못된 내용 전달하기 등)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메모하고 시간관리 툴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이 잘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요새 고민도 하나 생겼다. 내가 리드를 해야 하는 프로젝트이고 관련해서 타 부서 director에게 피드백 요청을 받아야 할 일이 있었다. 지난 화요일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금요일 오전까지 아무 답장이 없자 오후에 메일을 다시 한번 보냈다. 매니저가 이메일 chain에 들어있기 때문에 follow up 메일을 통해 진행 과정 업에이트도 할 겸 보냈던 것이다. 그러자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이번 주 출장이 많아 바빴었고 다음 주 월요일 관련한 내부 미팅이 있을 예정이라 그 후 피드백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사실 director level과 직접적으로 업무 요청을 하는 일이 많이 없었을 텐데, 이 부분에서 아직은 마음이 편하진 않았고, 나와 level이 많이 차이나는 director에게 일을 푸시하는 느낌이라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건 점차 적응되겠지?


이렇게 나의 첫 한 달은 잘 마무리가 되었고 다음 주에는 시카고로 출장을 간다. 헬스케어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 많은 출장 중 대부분은 Tradeshow라고 불리는 학회에 기업의 스폰서로 참가를 하는 것인데 주목적은 회사 제품 홍보, 잠재고객 발굴, 산업 동향 파악 등이 있다. 이번에 참가하는 학회는 NASS (North American Spine Society)라고 미국에서 가장 큰 Spine 관련 학회 중 하나이다. 

가서 실수하지 말고 잘하고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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