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무죄인가?
법치주의는 법의 의한 지배이다. 따라서 법치주의란 치자의 덕목이지 피치자의 덕목이 아니다. 또한 법은 상식의 기초 위에서 존재하는 규범의 하나이다. 그 법이 상식에 반할 때 법으로서의 가치는 상실한다. 이 책 어디에나 법은 존재한다. 국가가 국민들을 고문하고 구속하고 때로는 죽일 때 사용하는 도구도 法이고, 국민이 국가에 저항하고 자유와 민주화를 외칠 때도 法을 외쳤다. 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란 흔하디 흔한 그 말이 진짜 정답이었던 것이다.
"인혁당 가족들은 가장들이 붙잡혀가서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까지 면회 한번 못했다."
이수병의 처는 당시 서른이 채 안된 젊은 나이였다. 그녀는 어린 딸은 둘러업고 아들은 걸려 매일 서대문 구치소로 출근했다. 그러곤 문틈 사이로 열심하 안을 들여다보다가 어쩌다 남편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대법원 선고를 일주일 남겨둔 어느 날, 젊은 새댁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마음 착한 교도관의 배려로 꿈에 그리던 남편을 한 1분쯤 볼 수 있었다.
이걸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두 손 부여잡고 울기는커녕 말 한마디, 눈길 한번 제대로 맞출 수 없었던 만남이었다. 그 착한 교도관이 문을 열어주어 구치소 마당에 들어설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남편과 아는 내색을 했다간 그 교도관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 새댁은 말도 못 붙이고 그저 남편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눈이 나쁜 이수병은 바짝 다가와서야 처자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어린 딸을 보고는 딱 두 마디. "많이 컸네, 많이 컸네." 영문을 모르는 호송 교도관은 빨리 가자고 독촉을 했고 남편은 웃으며 지나쳐 갔다. 1분!
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일주일 뒤 남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리 허무하게, 그리 빨리 갈 줄 알았더라면 그때 아무 말이라도 한 번, 그냥 누구 아빠하고 한번 불러라도 볼 것을." 책 319쪽.
대법원은 1974년 4월 8일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다. 그리고 하루도 지나기 전에 처형했다. 이른바 인혁당 사건이다. 사법살인이라고 불린 이 사건에 대해 당시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습니까"라며 "앞으로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개소리를 시부리며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 되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또 한 번 개소리를 시부렸다.
과연 法은 無罪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