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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흑곰 Aug 02. 2019

마음의 시선이 감정을 결정한다.

생각하는 대로 보이더라.

여느 부부가 그러하듯 결혼 11년 차를 관통한 나와 아내 사이에도 잘 맞는 부분, 그렇지 않은 부분이 항상 존재한다. 나는 물론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했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의 다른 가치관, 동일한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고 처리하는 성격과 성향 등의 차이는 사랑이라는 말과는 달리 나를 장시간 괴롭혀왔다. 물론 지금도 그대로인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로 인한 감정의 구린내도 여전히 풍기고 있다.


그렇게 투닥투닥, 알콩달콩 11년을 지내오며 아직도 서로의 입장에서 변하지 않는 병과도 같던 단점들은 내가 잘 덮어두거나 무시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사실 그걸 깨달은지는 몇 해가 되었지만 늘 깨닫는 것에만 그치기 마련이었다. 생각만 했고 마음을 먹지는 않았으며, 그러니 결국 실천까지는 이르지도 못했다.




아이와 아내는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다. 나는 방바닥 코알라 신세를 9년째 이어가고 있다. 출근 시간이면 늘 둘의 자는 모습을 쳐다보고는 나오는 날이 많다. 그 모습을 9년째 보고 있지만 여전히 자는 모습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랑스럽다. 어딘가 모르게 측은해 보이고, 지쳐 보이고,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그럴 때면 둘의 얼굴을 쓰다듬기도 한다. 입은 다물었지만 마음은 '어이구... 살아 내느라 고생한다.'라면서 안타까움의 색깔을 띤다. 그러다 보면 며칠 전 있었던 말다툼이나 감정의 충돌들이 뇌리를 스쳐가면서 마음은 이내 미안함의 색깔로 바뀐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 말했을까?' '그게 뭐라고 쓸데없이 민감하게 굴었을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할 걸...'과 같은 후회의 문장들이 마음속에서 LED 전광판 마냥 형체를 바꾸며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이런 훈훈한 반성과 다짐이 며칠 혹은 몇 시간도 가지 않아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또 균열이 생겼다 붙었다를 반복한다. 

사는 건 그런 과정의 반복이지 않은가.




관계란 그런 것 같다. 마음먹기 달린 것 같다. 바라보기 나름인 것 같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미움을 섞었더니 그 사람의 미운 모습이 내 눈동자를 가득 채웠고, 

괜스레 짜증을 섞었더니 그 사람의 짜증스러운 모습이 내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보고 싶은 대로 보였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을 생각했더니 그 사람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보이고, 

예쁘다고 생각했더니 그 사람의 예쁜 모습이 보였다.


결국, 내가 가진 마음이 내 눈에 비치는 모습을 결정했다. 

앞으로 나쁜 마음보다는 좋은 마음으로 심장을 물들여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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