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건성 객가문화를 찾아서(2)

복건성 삼명시 객가문화 체험기

by 생각쏟기


전편의 글을 이어나갑니다.


최근에 와서 중국도 무형문화재를 매우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어딜 가도 이게 우리 전통문화라면서 표시하고 드러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문화적 가치라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참 아리송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하고는 같은 문화권이라 중첩되고 논쟁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죠.

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이나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점은 점점 이런 것들이 사라져 간다는 겁니다. 이것이 네 것이냐 내 것이냐를 따지기 전에 점차 사라져 가는 것들을 어떻게 지켜내고 보존하는지가 더 먼저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복건성 여행은 옛 문화를 경험하는데 좋은 시간들임엔 분명했습니다.


중국의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沙县小吃 샤시엔샤오츠'라는 거리식당을 종종 보게 됩니다.

중국인들의 대표적인 거리음식이 되어버린 이 브랜드를 저도 접해본 적이 여러 번 있죠. 하지만, 沙县이 어딘지 어떻게 이런 브랜드가 되어버렸는지 특별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바로 이 沙县小吃의 본고장에 가게 되면서 이해가 넓어졌습니다.


중국은 정말 그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특화된 음식을 다 먹어보겠다는 '포부'를 가진다면 아마도 소화기관의 기능이 끝날 때까지도 마치지 못할 수도 있죠. 이런 다양한 음식문화 속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잡고 발전한 대중음식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沙县小吃입니다.

Ourchinastory-cover-shaxian_x1.jpg 중국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매장과 沙县小吃 음식들


중국엔 정말 먹거리가 많은데 어떻게 조그만 한 지역의 음식이 이렇게 대중화될 수 있었을까요?


'샤시엔샤오츠(沙县小吃)'는 沙县이라는 복건성의 한 지역의 이름을 차용한 음식명입니다. 小吃는 우리식으로 말한다면 '분식' 같은 느낌으로 보시면 될 듯싶네요. 이 음식들의 특징은 조리법이 간단하고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주로 간장과 땅콩소스를 사용하는데 강한 맛이 적다 보니 중국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용이 가능한 맛입니다. 간단한 재료로 즉석에서 만들 수 있어 식당들에게는 높은 회전율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듯 저가의 가성비 높은, 그리고 선택지가 많은 음식으로 중국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물결과 함께 도시로 이주해 생업을 이어가는 노동자와 학생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인식되면서 실용적, 서민적, 가성비 중심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러한 대중화된 음식으로는 '兰州拉面 란조우라미엔'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예전 리커창총리가 물가를 이야기하면서 이 兰州拉面의 가격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당시 중국의 물가를 가늠하는 일종의 '빅맥지수'같은 역할을 하는 음식으로 볼 수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해 보자면 沙县小吃는 그보다 훨씬 메뉴 선택지가 많아서 이보단 더 성공한 지역 음식문화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전역에 8만~9만여의 매장이 있는데,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형태라기보다는 지배구조가 매우 느슨한 네트워크형 구조입니다. 쉽게 점포를 열 수 있고,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맛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원래 요리법이 간단하여 기본 골격은 비슷합니다. 연구자들에게는 '중국 외식업의 맥도날드화'의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네요.


중국은 2021년 이 지역음식을 무형문화재로 등재하게 됩니다. 좀 더 체계적으로 홍보를 하고 여러 가지를 개선하고 있죠. 어쩐지 이 지역에 갔더니 생각보다 훨씬 세련되고 잘 꾸며진 홍보공간과 먹거리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역시나 많은 관심은 빛을 발합니다.


객가인(客家人)들은 오랜 이주과정에서도 자신들의 먹거리 문화를 지켜내 왔습니다. 중원의 쌀을 소비하는 문화에서 복건성의 척박한 환경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재료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쌀로 빚은 면이나 만두형태들을 다양한 작물로 변화시키거나 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맛보는 沙县小吃가 된 거죠. 따지고 보면 음식자체의 특징도 있겠지만, 객가인들의 근면성과 결집도 한몫했을 거라 여겨집니다. 객가인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화교로 명성을 펼쳤듯이 말이죠.


미식거리에 있던 한 식당은 그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우리 일행은 그곳에서 떡매질부터 맷돌갈기 그리고 여러 간단한 체험들을 하면서 영상을 찍었습니다.

곳곳에 방문객들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놨더군요.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체계적인 공간 운용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곳곳에는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밀키드식의 포장된 상품들이 보였고, 다양한 소스들이 구매객들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IMG_2743.JPEG 맷돌가는 체험을 하는 일행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는 것은 '手打扁肉' 체험입니다. 얇은 네모난 만두피에 다진 돼지 허벅지살을 싸서 끓인 물에 약 1분 40초 정도 삶아 준비된 탕에 넣어 내놓는 음식입니다. 고기엔 아무런 첨가물도 넣지 않는데요, 그 맛이 일품입니다. 어디선가 숙련된 요리사가 만두피를 싸는 장면을 봤는데, 경이롭기 그지없었거든요. 이번에 싸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언젠가 직접 해 먹어 보려는 생각입니다.


IMG_2750.JPEG 직접 체험하며 만든 手打扁肉


음식은 그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음식의 재료와 만드는 방식등은 하나의 문화로서 아주 강한 유대감을 표현하는 매개체이기도 하죠. 객가인들은 어느 환경에서도 자신들의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며 결속력을 다졌을 것입니다. 이제는 객가인을 넘어 전국적인 미식거리로 인식된 沙县小吃. 이 먹거리가 탄생한 고향에서 제대로 체험을 한 셈입니다. 이젠 거리에서 식당을 보게 되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질 듯싶네요.


제가 이곳에 있는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중국 친구가 묻습니다.

'沙县小吃가 정말 맛있더냐?'

실은 아직 제대로 체험하기 전에 받았던 질문이라, 그냥 괜찮은 거 같다는 표현만 하고 말았는데요.

반나절의 체험을 하고 난 다음엔 '건강한 맛'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제가 직접 만든 '手打扁肉'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복건성에 방문하신다면 이곳으로 미식여행을 해보시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보입니다.


83b1f200b0de28ac75c427af90c673bb.JPEG 우리를 위해 전시해 놓은 여러 종류의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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