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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l 14. 2024

'백마장족 마을'에서의 점심식사

사천성 소수민족 '백마장족'이야기

대략 1000킬로미터를 넘는 거리를 낯선 지역이면서 낯선 도로환경에서 운전을 했습니다. 

처음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막상 운전을 해보니 생각보다는 도로환경이 나쁘지 않더군요.

중국생활 중에 가장 많은 거리를 운전해본건 의도치 않게 중국직장동료를 도와주느라 광저우에서 상하이까지 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약 14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둘이서 번갈아 가면서 하루 만에 달려왔었죠. 네 개의 성省(광동성, 복건성, 강서성, 저장성) 지나 상하이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성을 지날 때마다 느낌이 다르더군요. 밥 먹는 시간, 기름 넣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곤 계속 운전대에 앉아 있었습니다. 약 13시간 정도의 고된 운전경험이었지만 한 번 해볼 만한 경험이었단 생각입니다.


뭐든 한번 해보면 자신감이 붙습니다.

10년 전의 장거리 운전할 때에 비해서는 중국도 도로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산악지역이라 차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대지진 후의 도로 정비를 완비해서인지 운전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전 광저우-상하이의 운전에서는 운전 중 수없이 많은 차량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더 정신을 차리고 조심해서 운전을 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다행히도 사고차량은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운전했던 경로를 대략이나마 정리해 봤습니다.

이번 여행 노선과 숙박지역

청두시(1박) - 삼성퇴박물관 - 평우현(2일) - 빠시지아옛마을 - 구채구(3,4일) - 송주고성(5일) - 모우니고우풍경구 - 도강언 - 청성산 - 상하이복귀 


(중국말은 우리식의 한자음으로 표현하거나 때로는 중국어 발음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최근 추세는 중국어발음으로 지역명을 쓰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한자어 지역들은 그대로 한자음을 적었습니다. 사천지역은 소수민족들이 많이 있고 지역명 중에는 그들 언어를 한자로 표현한 것도 많이 있습니다. 한자음을 찾아서 쓰려고 해도 독음이 여러 개가 있을 때 어떤 음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어 표현이 참 쉽지 않습니다. 윗 지명의 밑줄 그은 부분은 소수민족들의 발음으로 예상되는 바 중국어 발음으로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


오른쪽 중국 지형도를 보시면 가운데 녹색의 동그란 지역이 있죠? 

여기가 사천분지(四川盆地)입니다. 중국이 땅이 넓다고는 하지만 막상 지형도를 놓고 보면 보다시피 오른쪽의 평야와 양질의 토지에 비해서 왼쪽 대다수의 땅은 높은 산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 과거의 수많은 영토약탈 전쟁들을 보면 지형의 형태와 그 맥을 같이 하죠. 지금이야 모든 소수민족의 역사를 한족의 역사로 다 수렴해서 중국사를 정리하려고 하지만, 막상 보면 한족의 역사는 오른쪽 일부지역에서의 역사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떤 역사를 공부하기에 앞서서 그 나라의 지형적 특색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역사이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거친 환경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온 이민족들은 끊임없이 한족의 비옥한 평야를 탐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천의 일종의 동서의 경계지역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고,  사천분지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습니다. 

저희가 여행한 넓은 지역도 중국 전체 지도에서 보면 오른쪽 지형도의 노란 점의 영역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표현해 보니 현재 중국대륙은 정말 넓긴 넓습니다. 


이 높은 산악지대의 서쪽지역으로 가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티베트자치구가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도 티베트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이들을 라사지역의 티베트인과 구분을 해서 '阿坝藏族아바짱주'라고 부르죠. 오랫동안 한족과의 접촉이 많아서인지 문화적으로 많이 동화되었지만, 티베트인들의 종교와 전통을 많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쪽 지역엔 제가 살고 있는 상하이 주변과 비교했을 때 매우 다른 풍경들을 볼 수 있죠. 저희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九寨沟 지우자이고우, 구채구'를 방문하러 가는 여정 중에 또 다른 소수민족인 '백마장족'이라 불리는 이들의 마을 '扒昔加古寨 빠시지아옛마을, 파석가고채'를 들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扒昔加古寨 빠시지아옛마을, 파석가고채 (출처: 인터넷 검색)
직접 찍은 마을풍경. 생각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멋진 경관.


'扒昔加古寨'의 '扒昔加'는 중국의 소수민족 '白马藏族'의 언어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언어에서 '扒昔加'는 '신성한 땅' 또는 '신성한 장소'를 의미합니다. '古寨'는 고대 마을이나 성채를 의미하므로, '扒昔加古寨'는 '신성한 땅의 고대 마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챗GPT 해석)


 '阿坝藏族아바짱주, 아바장족'과 '白马藏族바이마짱주, 백마장족'은 또 다른 소수민족이라고 합니다. 우린 그냥 다 같은 티베트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이렇게 나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네요. 

백마장족을 오래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백마장족을 1950년대부터 티베트인(짱주)로 분류를 했지만, 그들의 언어와 문화는 오랫동안 다른 티베트인들과는 상당히 달랐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이 정의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2012년 상하이 푸단대학의 연구진들에 의하면 이들의 DNA를 연구한 결과 백마장족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부족이며 티베트족의 조상이 아니란 사실을 발견했다고 하네요. 자세히 연구하면 이렇다는 이야기입니다. 

白马藏族바이마짱주, 백마장족의 복장과 문화소개 이미지


어쨌든 이들의 마을을 방문했는데요, 썰렁했습니다.

관광객들도 별로 없고, 표지판도 신통찮고, 여기가 관광지가 맞긴 한 건지 한참 의심이 들더군요. 들어가는 입구는 공사판이었고 차를 어디에 주차를 해야 할지 잠깐 망설이다가 그냥 아무 데나... 여기까지 오긴 했으니 잠깐 둘러보고 식사라도 하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인터넷 사진들을 검색해 보면 많이 미화시켜 놓긴 했지만, 대충 별 볼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악지형을 계속 운전을 했으니, 식사는 어디서든 해야 하기에 마을 구경도 할 겸 겸사겸사 들렸습니다. 다행히 입장료는 없더군요. 

딸아이의 투덜거림을 잠재우고자 말 태워준다는 꼬드김에 들린 곳인데... 어디서 말을 타야 하지? 난감해졌습니다. 여기저기 마을을 둘러보다가 퉁명스럽게 식사하러 가라는 마을 청년의 말을 건성으로 듣다 고개를 돌려 혹시 말 탈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봤습니다. 금방 화색이 돌더니만 자기가 태워줄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본 초원지대로 오라고 하면서 그렇게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초원지대를 한참을 한 바퀴 도는데 50위안을 지불했습니다.


내내 툴툴거리다 말 타서 신난 딸아이

상하이 여자들은 중국 내에서 중국여자로 불리지 않고, '상하이여자'로 불립니다.

여러 이유 중에서 대가 세고 다루기 어렵다는 의미가 담겨있죠. 좋게 이야기하면 독립적이고 세련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앞의 의미가 더 강하게 부여됩니다. 

상하이에서 상하이인의 가정에서 태어난 제 딸아이는 '상하이여자'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명도 벅차다는 상하이여자를 두 명이나 데리고 여행을 하다 보니 한국남성의 패기는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죠. 


여행은 남는 게 사진이라고들 해서 저도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정말 현장의 그 대자연은 한 장의 사진으로 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기억작용에 도움이라도 받아야 하기에 최대한 현장의 느낌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기술이 많이 부족하네요. 그렇게 여행일정을 마칠 즈음 어느덧 제 핸드폰 사진은 천장이 훨씬 넘겨 있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눌러댔을까요?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찍었습니다.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제 머릿속엔 담아놓은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한 연세가 지긋하신 외국 할머니 사진인데, 어떤 거리 퍼레이드에서 모든 이들이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을 때 혼자 흐뭇한 표정으로 거리를 쳐다보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다들 사진으로 상황을 담고 있었지만, 그 할머니는 흐뭇한 미소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더군요. 핸드폰이 없어서 사용할 줄 몰라서 일까요? 사진을 담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자신의 기억에 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거죠.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아직도 10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입니다.

그나마 이렇게 사진을 찍었으니 이런 글에 올릴 수 있지 않냐 하면서 스스로를 토닥거려 봅니다. 

두 상하이 여인들의 각 종 포즈

그렇게 한 참 산책과 말타기를 끝나고, 결국 말을 태워준 청년의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뭐 그렇게 호객을 하는 모양입니다. 마을은 주로 이렇게 관광객들을 통해 수입을 내는 모양이더군요. 근데 이렇게 고객이 없어서 어떻게 사나... 괜한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청년이 알려준 집으로 향하니 마당에서 한 젊은 여자분이 빨래를 널고 있었고, 식사를 하러 왔다고 하니 바로 준비해 주겠다고 서두르더군요. 우린 내부보다 마당의 평상이 좋을 듯싶어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습니다. 뭐 특별히 선택지는 없고 그냥 일인당 80위안 정도로 알아서 차려 달라고 했죠. 3명이서 240위안 정도이니 무척 비싼 편이었지만, 손님이 하도 없어서 우리라도 보태주자는 심정이었습니다. 가격 흥정 없이 그냥 주문을 마치고 한참을 기다리다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 입구와 음식을 기다리면서 식사 기다리며 핸드폰 보는 딸아이
백마장족마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현지 음식들

한참을 기다리다(정말 한참을 기다렸음) 음식이 나오더군요.

윗 사진의 여러 음식과 함께, 후에 밥과 탕과 몇 가지 음식이 더 나와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사진을 너무 일찍 찍었네요) 어떤 산채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선하고 맛이 있었고, 소고기를 가공한 음식들은 짠맛이 강해서 겨우 몇 점을 먹었네요. 그럭저럭 예상했던 음식들이라 큰 불만 없이 허기를 채우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구채구풍경구 입구 근처의 호텔이 저희 목적지였습니다. 꼬불꼬불 산악지형의 차를 조심스럽게 운전하면서 대략 110킬로미터의 거리를 2시간 15분 정도 걸렸습니다. 중간에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는 계속물이 보여서 잠깐 내려 물 온도 좀 느껴보고 다시 출발했죠. 다니다가 마음대로 세워서 자연을 느껴보는 것. 이 맛에 자가운전여행을 하는 거겠죠? 


운전 중 잠깐 정차하고 계곡물 체험

무사히 구채구풍경구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딸아이는 근처에 KFC와 맥도널드가 있다는 것을 그리 반기더군요. 유명한 관광지라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혼잡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 오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다 이곳에 모여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내일의 구채구풍경을 기대하면서 또 하루를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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