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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Dec 23. 2019

영화를 보고 書 책을 보고 書
"암전"

"암전" (Running out of time) 1999


그러고 보면 영화 선택의 기준 중에 음악이 있다. 영화를 떠올리면 그 음악이 생각나고 음악을 들으면 그 영화의 장면이 떠오른다.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에 좋은 영화들이 많이 개봉했다. 이영화 암전도 그 좋은 영화 중 하나다. 두기봉 감독의 연출력과 내가 좋아하던 유덕화, 유청운을 볼 수 있는 영화였고 무엇보다 지금으로 치면 영화의 씬 스틸러(Scene-Stealer)였던 몽가혜까지 볼 수 있었던 추억의 영화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중화권 영화들의 공통적인 특징 하나가 진지함과 코믹의 적당한 어우러짐이다.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두 주연배우 중 유덕화가 진지함을 담당했다면 유청운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진지함과 코믹의 버무려짐을 담당한다. 영화가 마냥 어둡거나 진지하지만은 않다. 중간중간 소소한 유머를 넣으면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이 좋다. 다소 뻔한 전개가 예상되는 지점에서 음악이 주는 힘은 이쁘게 만든 케이크에 마지막 데코레이션을 장식하는 완성의 힘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음악이 없었다면 아무런 감정 없이 지나칠 수도 있었다.


이 장면의 OST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덕화가 경찰의 눈을 피해 버스에 올라타고 그 버스에서 연인으로 위장하고자 몽가혜에게 다가간다. 연인처럼 같은 노래를 들으며 말이다. 이 장면은 내가 수십 번 돌려봤던 멋진 장면이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예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이 장면을 보며 홀로 감정 이입했던 때가 기억난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도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옅은 회색빛 도시를 지날 때 이 노래를 들으면 감성 돋는다.


몽가혜는 이 장면을 포함해 몇 장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면 몽가혜가 기억난다. 그만큼 이 장면에 대한 단상이 강했던 모양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배우를 생각하면 이 장면과 음악이 생각난다.




뭔가 속을 알 수 없는 유덕화와 개그인지 진지인지 모를 유청운과의 캐미는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가장 큰 힘이다. 톰과 제리처럼 보이지만 절대 물렁한 톰이 아니다. 사람 냄새 진하게 풍기고 허허실실 하는 캐릭터는 유청운이 아니었으면 소화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볼수록 톰과 제리



중간중간 어색한 부분이 있고 이 장면을 왜 찍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씬들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이 텐션일 수는 없다. 결말에 이르러서 배가 산으로 가는 영화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면에서 영화 '암전'은 결정적 장면과 흐뭇한 반전을 선사한 잘 만들고 재미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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