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140]
워드를 열고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를 말하고 글을 적어 달라고 하면 바로 적어준다. 내용을 줄여달라고 하면 줄여주고 늘려달라고 하면 늘려준다. 자신의 의견을 주며 수정해 달라고 하면 의견에 맞게 바꿔준다. 이 워드 파일을 파워포인트 몇 장으로 만들어달라고 하면 착착착 만들어준다. 슬라이드의 분위기도, 내용도 요청하는 대로 바꿔준다. 세부자료를 위해 엑셀을 열어 영업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 3가지를 뽑아달라고 하면 데이터를 돌려서 의미를 찾는다. 결과를 그래프로 그리라고 하면 원하는 형태로 그려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대형언어모델과 비즈니스데이터,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365 앱을 연결해서 손쉽게 일에 도움을 주는 ‘코파일럿’Copilot을 발표했다. 우리가 경험했던 ChatGPT의 감동이 채 사라지기 전에 이를 활용하는 서비스를 런칭한 것이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우리가 쓰는 말을 알아듣고 바로 도와준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때문에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일하는 방법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 같다. 프로그램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으니 일을 시키기도 더 쉽고, 좀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도 말을 알아들으면 더 재미있는 것처럼, 일하는 것도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수작업에 해당되는 것은 프로그램에 시키고, 우리는 진짜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며 원하는 결과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도 금방 크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능력도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질 것이니 지금보다 훨씬 더 유용해질 것이다. 이번 서비스의 런칭으로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고, 기존에 일일이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해야 하는 시대의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느낀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것이 놀랍다. 윈도우와 오피스로 개인컴퓨팅 세상을 연 이후에 아주 오랫동안 구글, 애플, 아마존에 밀리며 뒷방 노인네처럼 올드해져 가던 회사가 다시 부활해서 가장 앞장서서 뛰어가고 있는 것이다. 불과 십여 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를 맡은 사티아 나델라는 어떻게 조직의 영혼을 되살릴 수 있었을까?
그가 했던 일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은 ‘조직의 문화를 바꾼 것’을 꼽는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과 질투가 심한 사일로 조직의 대명사로 유명했다. 이런 회사를 협력적이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그는 많은 노력을 했다. 조직의 리더를 맡고 그가 제일 먼저 고민한 것은 자신과 회사의 ‘존재이유’였다. 과연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미션을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이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정하고, 가야 할 방향도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로 바꿨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하나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드는 것(One Microsoft), 고객 중심(Customer Obsessed), 다양성과 포용성(Diverse and Inclusive), 성장하는 사고(Growth Mindset)였다. 그리고, 이 핵심가치에 맞게 조직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스템을 바꾸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경쟁의 문화를 협업의 문화로 바꾸기 위해 많은 제도를 뜯어고쳤다. 그것 중에 대표적인 것은 ‘스택랭킹’이라 불리던 상대평가 제도를 없앤 것이다. 그동안은 상위 20, 중간 70, 하위 10으로 나눠서 상위 그룹에는 보상을, 중간 그룹에는 도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하위 그룹은 내보냈다. 이것이 직원들에게는 서로를 경쟁하게 만들고, 상사와 동료 간을 의심하고 갈등하게 만들어왔다.
이 제도를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상사는 일 년에 몇 번씩 그가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팩트 기반으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전체 성과 평가에 대해서 상사가 생각하는 수준에 맞게 결정하고 보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팀장이 평가하기에 팀원 모두가 똑같이 열심히 했으면, 그에 맞게 결과를 주고 보상도 똑같이 나눠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공정한 평가와 보상의 권한을 팀장에게 줌으로써 팀장은 팀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고, 팀원도 평가와 보상 권한을 가지고 있는 팀장의 리드를 더 따르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구성원들이 피드백하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혼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 피드백 제도의 이름도 관점(perspective)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이름의 변화는 피드백의 목적이 팀원의 성장을 위해 팀장의 관점을 확인하고, 팀원도 자신의 관점과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인식시켰다. 이를 통해 팀장과의 성과 면담 시간을 팀원을 코칭하는 자리로 바꾸었고, 팀원은 좀 더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변화와 성장의 계기로 활용되었다.
또한 평가 기준에는 자신의 업무 성과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다른 구성원들이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는지와 다른 구성원의 지원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평가기준에 포함하면서 제도적으로도 구성원들이 협업을 활발하게 하도록 바꾸었다. 이렇게 되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다른 사람을 가장 잘 도운 사람이 가장 성공하는 조직이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10여 년간 마이크로소프트 안에서 이런 변화가 조직문화의 기반이 되었기에 오픈AI라고 하는 조직과 기술에도 수용적일 수 있었던 것이고, 앞선 기술을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속도감 있게 효과적으로 적용하면서 상품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직의 영혼은 쉽게 깨어나지 않는다. 리더의 비전과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접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지속적인 교육과 코칭,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성공사례를 통해 확신과 올라간 에너지가 선순환되며 깨어나는 것이다.
앞으로도 열린 혁신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우리 조직에는 이런 혁신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해 보자. 방법은 ChatGPT에게 묻거나 성공사례를 보면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맞는것인지 동료들과 함께 확인하며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함께 갈 수 있다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더 빨리도 갈 수 있다.
(주)어치브코칭 대표코치 이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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