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다정소감>
작년에 동갑내기 절친이 그랬다. 올해는 우리에게 점집 문지방 한번 안 넘어본 사람도 다 안다는, 역학계의 슈퍼스타 ‘아홉수’와 ‘삼재’가 겹친 한 해라고. 믿지 않고 싶었지만, 믿을 수 밖에 없을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잘 치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피박에 광박까지 쓴 고스톱 한 판 같았달까. 너덜너덜해진 영혼이 조금씩 회복되며 손놓고 있던 글쓰기가 다시 하고 싶어졌다.
역경과 고난이 닥쳤을 때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몇몇 작가들의 인터뷰가 인상에 남았던 탓일까. 내게도 그런 글쓰기의 ‘감(感)’이 입만 벌리고 있으면 뚝 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예전처럼 깜빡이는 커서와 눈싸움만 며칠을 하다가 내게 글을 쓰고 싶게 만들었던 작가의 책을 찾던 중, 때마침 눈에 띄는 신간을 찾았다. 바로 이 책 <다정소감>
<아무튼, 술>에 홀딱 반해 데뷔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찾아 읽고 입덕했지만, 그녀만의 글을 읽고 싶다는 핑계로 부군과 함께 쓴 <전국축제자랑>은 슬쩍 제껴놓고 있었다. <다정소감>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다정다감’을 활용한 그녀 특유의 장난스러움이 반가워 장바구니도 안 거치고 바로 구매, 다운로드해 읽기 시작했다.
역시 그녀의 글들은 나를 웃기고,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게 만들었고, 무언가를 쓰고 싶게 만들었다. 그녀의 인생에 나타나준 여러 사람들의 ‘다정’에 대한 ‘소감’을 적어서 <다정소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밝힌 작가의 에필로그를 읽으며, 내가 받은 수많은 ‘다정’들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붙임 : '혼비백산'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싶었던 필명이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 '닉 혼비'에서 비롯됐다는 작가의 말을 기사로 확인했으나, 이 책에서 그녀가 '혼'자 '비'맞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로선 필명의 유래를 바꿔줬음하는 바램이 생기는건 작가의 장난기에 전염된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