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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lks On Media Jan 19. 2019

우리가 에미상 수상식에 간 이유는?

첫 번째 ToM: Talks on Media  / 72초 TV 편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ToM: Talks On Media의 첫 번째 강연 내용입니다. 


ToM입니다.


범 미디어 사람들이 월요일이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같은 모임을 상상해 봅니다. 일로 만나고 일로 헤어지는 일상인지라, 정작 필요할 때는 찾을 수 없는 게 사람인지라, 평소에 별다른 일이 없어도 미디어란 이유만으로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그 첫자리에 72초 TV의 성지환 대표를 모셨습니다. 


초창기 MCN 사업자 중에 디즈니를 언급했던 인물들은 참 많습니다. 호기 있게 몇 조의 가치를 언급하면서 스스로 MCN이란 작은 물에 있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곤 하셨습니다. 아쉽지만 몇 년이 흐른 뒤에 MCN 시장을 넘어서는 그림을 그리는 분들을 찾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72초 TV의 성지환 대표는 돋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TV나 영화 등의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는 사업자를 찾는다면 가장 근접한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분이 날개를 달았습니다. 에미상에 초대를 받은 거죠. 에미상의 의미와 가치를 안다면 초대 그 자체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 올 지 상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냥 날아온 초대는 아닐 터, 초대를 받기까지 어떤 노력을 해 왔고, 무엇이 다른 사업자와 남달랐는지를 물어보고 들어 볼까요?


01 에미상(Emmy Awards) 출품하게  계기


어느 날, 에미상 출품 안내 메일을 받았어요. 하지만 에미상이 TV 프로그램 대상 시상식인 만큼, 처음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죠. 그런데 시상 부문에 '숏폼 시리즈(Short-Form Series)'가 있어 출품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저희 작품들 중에 가장 TV 콘텐츠에 가깝다고 생각한 세 작품을 선정해 출품했고, 작년 9월 <신 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이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드라마 <신 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


02 에미상 시상식  이야기


에미상은 크게 EMMY와 International EMMY로 나뉘어요. 저희가 출품한 건 International EMMY였죠. 첫 날인 토요일에는 'Nominee Medal Ceremony'가 열렸어요. 노미네이트 된 작품들을 하나씩 호명해주며 메달과 인증서를 주고, 후보에 오른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죠. 식이 끝난 뒤부터 이틀 동안 Nominee Panels(패널 토크)가 진행돼요. Short-Form Series가 첫 번째 순서였고, 저희와 함께 노미네이트 된 칠레와 캐나다 제작진들, 그리고 게스트분들과 함께 숏폼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https://www.iemmys.tv/international-emmy-awards/nominees/


03 Nominee Panels 중요한 화두


가장 이슈가 되었던 화두는 '숏폼 콘텐츠로 돈을 어떻게 버는가?'였어요. 저희와 달리 해외의 숏폼 콘텐츠는 미디어 그룹 산하에 있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방송국에서 돈을 지원 받든, 협찬을 받든, 재판매를 하든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죠. 그 자리에서 '72초는 기업하고 같이 만들었어'라는 대답을 했더니 많은 분들이 신기해했어요.


주석: 에미상 홈페이지를 뒤져서 겨우 찾은 72초 TV의 흔적. 정작 이들은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찍어오지 않았다.


04 에미상 시상식에서 기억에 남는 


에미상 후보 중 하나가 '태국판 복면가왕'이었어요. 리메이크 작품도 후보에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신기했죠. 리메이크 작품이라도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가할 수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봐요.


태국판 <복면가왕>


05 에미상에 다녀온 소감


문득 2015년 2월,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가 생각났어요. 72초는 ‘미디어 업계에 변화가 있으니, 여기에 뛰어들어 정복해야겠다’는 비장한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에요. 그저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까지 콘텐츠를 만들어온 거죠. 그런데 어느덧 에미상 시상식에 앉아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무척 긴장이 되기도 했죠.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놀라운 경험이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에미상 레드카펫에서 찍은 사진 첨부)


06 72초에 있어 에미상 노미네이트가 갖는 의미


간단히 말하면 전 세계 미디어 업계의 심장부에 소위 말하는 '인싸 인증'을 했다는 거죠.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미디어 업계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한국의 72초라는 콘텐츠 제작사가 노미네이트 되었다'라고 알린 거니까요. 실제로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한 마디로 대우와 눈빛이 확연히 달라지는 걸 느꼈죠.


07 <신 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 노미네이트가 갖는 의미


한 마디로 '미디어 권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기존 미디어의 흐름이 그저 '미디어 기업'들의 잔치였다면, 이제는 그 흐름이 미디어 기업에서 비(非) 미디어 기업으로 옮겨지고 있어요. 미디어 시장에 1) 광고주와 2) 콘텐츠 제작자, 3) 플랫폼과 4) 소비자가 있다고 했을 때, 2와 3에 해당했던 방송국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요. 지금은 광고주가 미디어 시장의 판을 만들 수 있게 됐죠. <신 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은 CJ 오쇼핑과 같이 만든 콘텐츠예요. 이 콘텐츠에도 전통적인 미디어 플레이어는 하나도 없어요. 그런 콘텐츠가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건 미디어 권력이 분산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거죠.


08 올해 미디어 시장의 전망


올해 미디어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OTT(Over the Top)'에요. 특히 올해는 OTT 시장에 거대 기업의 충돌이 일어나는 해에요. 가장 큰 신호탄은 디즈니가 넷플릭스에서 빠지고 '디즈니 플러스(Disney +)'라는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에요. 아마존과 넷플릭스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죠. 72초가 특히 주목하는 건 제프리 카젠버그가 'Quibi'라는 이름으로 숏폼 콘텐츠를 다루는 'New TV'를 시작한다는 소식이에요. 한국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 M'을 통해 웰메이드 숏폼 콘텐츠로 시장을 만들어보겠다고 선언했어요. 이외에도 레드불, 아마존, 애플 등 많은 기업들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이 중에 전통적인 미디어는 하나도 없어요.




http://storylab.com/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The Story Lab'이에요. 광고대행사 '덴쓰'가 만든 이 콘텐츠 회사는 콘텐츠와 광고주를 먼저 엮음으로써 엄청난 성공을 거뒀어요. 이 사례는 미디어가 종속되어가고 있음을, 즉 미디어가 무언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줘요. SKT가 옥수수를 운영하는 건 데이터 패킷을 만들기 위한 콘텐츠가 필요해서이고,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을 운영하는 건 (제프 베조스가 언급했듯) 신발 한 켤레라도 더 팔기 위함이에요. 1) 그 자체로 돈이 벌리는 미디어와 2) 다른 것을 위해 존재하는 미디어가 있다면 앞으로는 후자가  많아질 이라고 봐요.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의 전성기는 이제 끝나지 않았나 싶어요.


09 그래서 72초는 무엇을  것인가


72초의 철학은 '관습화 된 것들을 새삼스럽게 바꾸며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이고, 이 철학을 지키기 위한 방식은 '본질은 지키고 새로움은 더한다'로 설정했어요. 저희는 지난 4년간 다양한 시도 끝에 올해부터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 집중할 예정이에요. 'Originality 만들어내고이를 활용한 파생 비즈니스를 하는 '이 저희의 수익 모델이에요. 지금까지는 '72초 Original', 즉 저희가 제작하는 콘텐츠의 'Originality의 자체적 활용'을 중시했다면, 앞으로는 'Something Original by 72초', 즉 앞서 말씀드린 시장의 변화에 맞게 '무언가를 위한 목적성을 72초만의 Originality로 이루어주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무게를 두려고 해요.


10 마치며


앞으로도 기업들은 점점 자신만의 플랫폼을 만들고,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들어 나갈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플랫폼을 만들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접점이 반드시 영상 플랫폼일 필요는 없어요. 영상 콘텐츠는 사람을 모으는 역할을 해요. 개성 있는 콘텐츠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모으죠. 영상 플랫폼이 아니라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접점으로 삼는 도 치열한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Q&A 총 18개의 질문이 쏟아졌고, 72초 TV는 성실하게 각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질의 응답에만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었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ToM에 참석하시면 질문의 내용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질문 1]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는  있어 기존 레거시 미디어와 차이가 있다면?

기준을 어떻게 놓고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콘텐츠의 호흡이 다르고, 다루는 주제가 달라서 차이는 있지만, 만드는 과정이나 시스템 자체는 점점 레거시 미디어와 비슷해지고 있어요. TV 드라마들이 조금씩 경량화되고 있는 반면, 디지털 콘텐츠는 무거워지고 있어 점차적으로 그 둘은 비슷해지고 있어요.



ToM의  시즌 1 일정입니다. 

https://www.facebook.com/ToM-Talk-on-Media-577721342671482/

1월 14일에는 김조한 이사를 모시고 <아잇 Ait> 서비스에 대해서

1월 21일에는 남세동 대표를 모시고 Vrew에 대해서

그리고 1월 28일에는 CES를 미디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신청은 https://goo.gl/wvHWpt


2월 11일에는 배정민 부장을 모시고 FLO에 대해서 

2월 18일에는 우상범 대표를 모시고 딩고의 새로운 계획을

2월 25일에는 김영종 대표를 모시고 아프리카 TV의 보석 프릭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신청은  https://bit.ly/2AQCtuH


3월 신청인 이곳에서

https://goo.gl/SQvQD3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ToM-Talk-on-Media-57772134267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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