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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lks On Media Mar 08. 2019

FLO가 뭐예요?

ToM의 네번째 만남: FLO의 배정민 매니저가 말하는 음악시장 

신청은 이곳에서
https://goo.gl/SQvQD3

01 존재에 대한 [인식]


처음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저를 포함한 초기 멤버들은 많은 분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어요. 전문가 분들을 만나면 ‘왜 SK에서 멜론을 팔고 음악 사업을 또 시작하지?’라는 질문을 받았고, 주변 지인들로부터는 ‘멜론이 SK 아니었어요?’라는 질문을 받곤 했죠. 그래서 늘, 새롭게 시작하는 이 서비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SK의 새 음악 플랫폼에 어떤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인지, 서비스와 고객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던졌습니다.


02 세상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나에 대한 [관찰]


작년 이맘때 모두가 블록체인을 얘기하고 있었다면, 올해는 모두가 5G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지요. 사회적으로 보면 인공지능과 새로운 기술들로 인해 ‘기본 소득 제도’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고, 지리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뿐만 아니라 넓은 지평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작년 초에 동료들과 미국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에 다녀왔어요. 사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국내에 있는 서비스 말고 해외의 다른 서비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함이었죠.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스포티파이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사실 국내 음원 시장은 굉장히 특이해요. 팝이 이렇게 인기가 없는 나라가 거의 없어요. K-POP이 전 세계적으로는 인디음악으로 분류가 되는데, 이 인디음악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굉장히 독특한 시장이죠. 이런 특징 때문에 글로벌 트렌드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주 빌보드 차트를 보면 핑크퐁의 ‘Baby Shark’가 5주째 36위에 위치해 있어요. 최근 그래미 어워즈를 시상하러 가는 등 전세계적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Fake Love가 5주차에 65위였던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수치에요. 한국에서 만든 유아용 음악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을 보며 이제는 더 이상 동요를 동요로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옥수수, POOQ을 비롯한 OTT 서비스의 성장 곡선이 상향하는 것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에서 빠져나와 OTT로 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영상을 보는 시간과 음악을 듣는 시간은 중첩될 수 없기 때문에, 이 영역은 저희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입니다. 또 한 편으로 작년에 굉장히 주목할만한 것이 공연을 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2017년에 비해서 20% 이상 티켓 판매량이 늘었는데,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이 여가생활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며 동일한 여가 시간을 두고, FLO는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봤습니다.



03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


2004년 11월, 처음 ‘멜론’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의 기사를 보면, 15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이미 그 때부터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문제는 그것들을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느냐죠. 사내 데이터베이스에 고이 봉인되어 있던 멜론의 초기 보고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과거 멜론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과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멜론이 불법 다운로드와의 전쟁을 벌이며 성장한 이야기, 2000년 후반 PC 기반 서비스가 모바일로 넘어갈 때, 스마트폰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성경 구절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시대의 변곡점에서 이제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선배들의 이야기를 변화의 촉매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04 음악이 갖는 근원적 가치에 대한 [고민]


‘FLO가 무엇인가’ 보다 더 큰 고민은 ‘음악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에요.  FLO는 음악 플랫폼인데, 도대체 ‘음악’은 무엇인지, ‘감상’은 무엇인지, 이 둘이 합쳐진 ‘음악 감상’은 또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에서, 소수의 제한된 사람들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축음기가 발명되면서 소리를 채집하고, 전파할 수 있게 됐죠. 이후로 음악이 테이프가 됐다가 CD가 됐다가, 스트리밍이 됐는데 이제 다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져보고 있습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면 극장에서 홀로그램의 형태로 공연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음악의 궁극적인 형태가 아닌가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SK에서 ‘홀로박스’라는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아직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05 퀸과 커피소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다양성]


작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큰 인기를 끌면서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지상파 방송에 나간 적이 있어요. 저희 팀에 계신 분에게 그 방송을 보셨는지 여쭤보니, 안 봤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농담 섞인 말로 ‘이게 요즘 유행인데, 안 보시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자기는 퀸보다 커피소년을 더 좋아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이 때 아차 싶었죠. 방금 제가 했던 말이 상대방의 취향을 은연 중에 무시하는 발언일 수 있었다는 것 때문에요. 동시에 그만큼 우리조차 자신의 취향을 우선으로 삼기 어려운 일상 속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FLO는 기존의 ‘실시간 차트’ 중심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플레이리스트’ 중심으로 가는 게 맞겠다는 기획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분명 실시간 차트도 취향의 하나이기 때문에 차트를 없애지는 않았지만, 차트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플레이리스트 방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중입니다. 베타 기간 동안 쌓고 있는 경험을 통해 더 나아질 계획입니다. 
 
 



06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으면 하는 [바람]


 FLO가 타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포인트 중 하나로 ‘멀티캐릭터’ 기능이 있습니다. 더 나은 ‘큐레이션과 추천’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추가된 부분이에요. ‘나’에게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아침에 출근하는 ‘나’와 밤에 클럽에 가는 ‘내’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이상한 음악이 추천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동일한 고객이라고 할지라도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줄 땐 키즈 차트를 선택할 수 있게 하기도 하고, 시간대 별로, 상황 별로 각각에 맞는 자신의 캐릭터를 골라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도, 변화한 환경 때문에 어느 새 본인의 음악 취향은 과거 어딘가에 묻어둬야 했던 사람들도 서비스에서 소외시키지 않고 챙기고자 하는 마음들이 FLO에 담겨있어요. 예를 들어 저같이 아이를 둔 30대 부모들은 나와 부모님과 아이의 플레이리스트가 서로 섞이지 않도록 구분해줄 수 있죠. 더 나은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다 보면 그 와중에 개인적인 경험도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FLO는 갓 런칭한 신생 서비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실제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베타 서비스 오픈 시점부터 서비스 안에 아이디어 제안 공간을 마련해 사용자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소중히, 주의깊게 청취해왔습니다. 실제 사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고 있고, 그때마다 ‘FLO Rada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부분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지속적으로 고객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07 이상과 현실간의 [썸]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박보검과 송혜교가 썸을 타기 시작했던 회차가 방영된 날이 우연히 저희 서비스가 런칭한 날이었어요. 이걸 보면서 저는 FLO도 고객들과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죠.


FLO의 핵심 기능은 ‘음악 추천’이에요. 복잡한 메뉴 말고 단순하고 쉽게 UX를 구성해서, 좀 더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플랫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서비스가 ‘너에게 꼭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최근 스포티파이의 큐레이터 Tuma Basa가 유튜브에, 유명 DJ Charlie Sloth는 애플 뮤직에 영입됐어요. AI의 추천이 잘 되면 사람이 필요가 없을텐데, 아직까지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맞춤복 같이 완벽한 큐레이션을 위해서 어디까지 AI가 관여하고, 어디까지 사람이 보완할 것인지, 그 비율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아직 어려워요. AI가 더 발달되고, 데이터가 더 많이 쌓여 사람들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면 앞으로 더 ‘음악 추천’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글 트렌드를 보시면 2004년 ‘개인화’라는 키워드가 급성장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2010년경에는 거의 사라졌어요. 많은 기업들이 ‘나에게 맞춰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지 못해, 개인화에 대한 기대가 점차 꺾인 거죠. 그런데 그 시점부터 다시 ‘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비슷해 보이는 단어지만 지금의 ‘큐레이션’과 과거의 ‘개인화’는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도 제가 품고 있는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입니다.




08 결국 [나, 우리]


FLO가 런칭하는 날, 개발팀에서 1년 반 동안 FLO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준 사람들들의 노고를 기념하고자 몰래 FLO 어플리케이션의 특정 부분을 터치하면 사람들의 이름이 뜨는 이스터 에그를 넣어놨어요. 여러 사람 중에 제 이름도 있는 걸 보고 너무 좋아했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이지만, 결국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죠. FLO는 지금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FLO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 사이에 수평적인 문화가 정착되고,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니 주변에 음악, 그리고 새로운 플랫폼에 관심있는 좋은 분들이 있다면 FLO에 대한 많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Q&A


1.    음악에 대한 고민이 FLO의 어떤 부분에 담겨 있나요?
 
 
대부분의 음악 서비스에서 메인 화면의 구성이 똑같아요. 상단 50%는 신규 음악이, 하단 50%는 실시간 차트가 차지하는 구성이죠. 이같은 구성은 예전부터 정해져 온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걸 깨는 게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작년 4월에 네이버 ‘바이브’가 출시되었고, 이후 윤종신씨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 차트 왜곡과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한 비판을 가하기도 하는 등, 음악업계 안팎의 문제의식이 강화되면서 변화에 대한 내부 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FLO가 취한 이 방식이 2019년 지금 이 시점의 한국 시장에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치열하게 질문을 던지는 중입니다. 
 
 

2.    실시간 차트 외 다른 방식을 깊이 고민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상파에서 시청률이 50~70%가 나왔던 시절에는 차트가 중요했어요. 차트 자체가 대중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였던 셈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굉장히 달라요. 영상 분야는 이미 한발 앞서서, 인공지능이 내 취향에 맞는 영상을 추천해주는데, 왜 음악은 그렇지 않냐는 거죠.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찾으려면 더 많은 음악을 들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시간 차트와 더불어 추천 알고리즘도 쓰고, 아티스트나 DJ를 섭외해 음악을 추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변화를 추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3.    플랫폼 사업의 고객은 음악을 듣는 ‘리스너’도 있지만, 콘텐츠를 공급하는 기획사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기획사에 대한 FLO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FLO는 출시된 지 이제 정확히 두 달이 지났어요., 아이로 치자면 아직 백일도 안 된 서비스입니다. 그런 면에서 콘텐츠 공급 영역에 대한 고민은 사실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은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런칭하고, 큰 무리없이 서비스를 안정화시키는 것에 집중했으니까요. 하지만, 좋은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 집단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M, JYP, 빅히트 3사 이외에도 파트너십을 넓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중입니다.
 
 

4.    현재 고객들은 FLO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요? 
 
 사람들이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듣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아요.  평균적으로 봤을 때, 한 달 동안 듣는 곡이 200곡을 넘는 이용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환산하면 하루에 음악을 길어야 20분 정도 듣는다고 할 수 있죠. 저희가 제공하는 플레이리스트에 보통 2~30개의 곡이 들어가 있는데, 하루에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다 듣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20분이면 눈에 띄는 플레이리스트 중 상위 5~6개 정도의 곡을 듣는 수준인데, 한땀 한땀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분들 입장에서는 좋은 곡들이 많은데 참 아쉽죠. 결국, 이 플레이리스트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성해서, 고객들이 더 오래 음악을 즐기게 할 지 역시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인 것 같아요.
 
 

5.    FLO가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되었으면 좋겠나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음악이 나오는 부분이 전체의 60~70%까지도 차지한다고 해요. 이처럼 FLO가 우리의 일상에 OST를 입혀주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마 이건 FLO만의 목표는 아닐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발전해가면 좋겠어요. 또, 긴 시각에서 보면 한반도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해외 이용자들에게까지도 사랑받는 음악 서비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월 11일에는 jtbc의 간판 송원섭 CP를 모시고 Producership에 대해서  

3월 18일에는 한정수 키위 미디어 이사를 모시고 <공원 소녀> 진출기를

3월 25일에는 옥자와 태양의 후예의 아버지가 되시는 서우식 대표를 모시고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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