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카페에 올라오는 현장후기에 의하면 올해 5월, 산티아고길 그중 프랑스길에 순례자가 폭증하여 숙소대란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이런 숙소대란은 한국인 순례자들 때문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티아고는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도 매우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
(1) 혼자 가도 좋다
작년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에 갔을 때, 외국인 솔로트래커들이 전체의 절반 정도로 보였다. 서양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50대 이상이 되면 혼자가 되는 남성 또는 여성들이 엄청나게 많다. 특히 솔로이고 은퇴한 서양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산티아고는 그런 솔로들이 여행하기는 참 좋은 선택지라고 하겠다. 또, 배우자의 체력적인 문제로 혼자 오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 외국인 솔로들과 만날 때마다 나는 말을 걸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 순례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사연과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었다. 또, 이 순례를 통해 인생의 resetting을 시도하고자 혼자 떠나온 사람들이었다. 뭔가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싶을 때는 혼자가 더 좋은 법이다. 또, 은퇴 후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혼자 순례 중인 외국인 순례자 1
혼자 순례 중인 외국인 순례자 2
혼자 순례 중인 외국인 순례자의 모습 3
(2) 순례 중 수많은 친구들을 만난다
산티아고길중 프랑스길은 약 800Km에 달한다. 그리고 이 길을 모두 걷는 데는 보통 35일 정도 소요된다.
프랑스길의 코스
이 긴 길을 걷다 보면 다른 순례자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작년에 프랑스길을 걸을 때 참 많은 외국인들을 만났고 길을 걷는 동안 혹은 숙소에 머무는 동안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아래는 순례 중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외국인 솔로들이다.
캐나다인 빌, 이탈리아 청년 다비드 (팜플로나)
네덜란드 여성 헬마(우테르가)
미국인 데이비드, 영국여성 제니(빌라마요르 데 몬하르딘)
네덜란드인 게하르도(부르고스)
미국인 청년 탐(사아군)
프랑스인 도미니크 (만실라)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홀로 온 외국인 솔로들은 순례 중 누구나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이 길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젊은이들과 대화를 한다면 금상첨화.. 그래서인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젊은 여성 순례자들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더욱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특징이자 장점은 길 위에서 만나면 남녀노소, 국적 불문하고 모두 친구처럼 대해준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사아군 알베르게에서 있었다.
사아군(Sahagun)의 산타크루즈 알베르게는 수도원 알베르게였다. 여기서는 오후 5시 반에 순례자들이 함께 하는 친교의 시간이 있었다. 자원봉사자 Daniel은 모임을 주재하면서 각자 이 길에 온 동기, 그리고 이 길에서 느낀 인상적인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한 영국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여기를 걷다 보니 처음 본 사람인데도 금방 친구가 된다는 점이 놀랍고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하였다.
여행 중 만나는 영국인들은 이기적이고 도도해서 쉽게 말을 걸기가 어려운 법인데, 그런 영국인마저 쉽게 말을 트고 친구가 되는 순례문화를 웅변해 주는 말이다.
(3) 비용이 진짜 저렴하다
사실 비용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외국인들도 비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사실 서양인들은 걸으며 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의 추측으로는 이곳 순례지 여행비용이 극히 저렴하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실제, 필자가 작년 봄 29일간 여행하는데 총비용이 304만 원이고, 그중 비행기요금이 101만 원이었다. 비행기 요금 101만 원을 제외하면 203만 원이다. 최근 급등하는 물가 때문에 여행비용 때문에 고민인 서양인들이 혹할만하다고 하겠다. 스페인도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저렴하다.
올해 기준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숙소비용 일박에 10유로~16유로에 불과하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공립알베르게는 7~11유로, 사립알베르게에 묵을 경우 1박에 13~16유로이다. 물론 종종 피곤하여 혼자 싱글룸에 숙박하는 경우 25유로 정도.
만일 2명이 여행하여 더블룸에 숙박할 경우 40~50유로 정도이다. 일인 환산 시 25유로 정도이다.
이는 유럽 주요 도시의 호텔 숙박비용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편이다. 유럽 주요 도시의 경우 싱글룸 1박에 대략 100~150유로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저렴한 패키지여행을 이용하지만, 서양인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 때문에 단체여행보다 부부만의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이렇게 자유여행을 할 경우 숙박비는 더블룸에 150~200유로에 달한다.
그래서 작년에 만난 솔로트래커들 중에서는 걷다가 버스 타고 이동하다가 하면서 주요 도시 위주로 숙박하며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차피 여행이란 객지에 가서 구경하고 맛있는 것 먹고 한 달 정도 바람 쐬는 것이니 이곳 스페인 산티아고 여행지는 그들에게 좋은 선택지 중 하나라는 짐작이 들었다.
물론 식사비용도 대표적인 농산물 국가답게 아주 저렴한 편이다. 저녁의 순례자 메뉴는 보통 15~20유로(와인 포함)이었고, 점심은 간편식으로 8~12유로에 해결가능한다.
프랑스길 주요 타운의 숙박비는 그론세(gronze)라는 산티아고 어플에서 캡처한 것이다. (지금 현재의 가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