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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우 Nov 21. 2022

La Vita È Bella

Life Is Beautiful

이 영화는 별로 설명하고 싶은 게 없다.

보면 자동으로 울컥(과장이 아니다)


눈물 뚝뚝


흑백영화 느낌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2차 세계대전 중  파시즘 비판의 블랙코미디적 수용소로 장르 전환되는데 그 이전부터 여러 가지 단초들이 있어서 아주 자연스럽다.


비극과 희극을 오가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해서 별생각 없이 봐도 재밌고 감동스러운 영화다.


자칫 심각할 뻔한 이야기를 시골내기 농담꾼 주인공으로 다 동화처럼 포장할 수 있어 다행스러운 영화.


사실 초반부 귀도가 도라를 공주로 칭하면서 구애하는 건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갔다 싶은, 희극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하기도 했다. 후의 비극과 대조시켜서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려는 시도인 것 같긴 했으나, 마치 우디 앨런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의 로맨스 연출을 보는 듯했다. 거기서는 낭만을 갈구하는 당사자가 여성이고 여기서는 남성이라는 게 큰 차이점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연출은 원래 이런 장르 탓 때문인 것 같다. 장르에 충실한 영화를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르 자체를 비판한다면 모르지만~


배경상 무솔리니의 얼굴이 큼지막한 동상으로 시청 건물에 안치되어 있는 시대에서 사랑에 미치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하지만 영화 내에서 귀도는 시종일관 시대적 배경의 중요성을 무시한다. 연출 역시 이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영화의 시점은 사랑에 빠진 귀도 아니면 어린 조슈아의 관점에서 진행되기 때문...).


이러저러 낭만적인 연출들로 공주님(?)과 결혼에 성공한다는 감명 깊은(?) 러브 스토리의 전반부, 그리고 유대계 핏줄 때문에 끌려가는 아들과 남편과 그를 따라 자원하여 좇아가는 도라, 셋 사이에서 여전한 비극적 가족애의 후반부.


영화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귀도의 원맨쇼에 가깝기는 하다. 다른 배우들의 역할은 매우 드물다. 근데 알고 보니 그 배우가 감독이었다!


부성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때문에 더 위대하게 그려진다.

제목인 인생의 아름다움은 그 살고자 하는 의지가 승화됨에서 온다.


어제 본 [버드맨]도 주인공은 아버지였고, 리건과 귀도 모두 자식을 위해 애쓰는 연출자라는 점에서 같지만, 둘의 성공 여하는 다르다. 귀도는 동화적이긴 하지만 성공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하는 성조기 달린 탱크는 조슈아가 그렇게나 기다리던 게임의 1등 상품. 도대체 미군은 못하는 게 뭐야?


뭐 그렇다.


유럽 영화 같은, 소박한 연출로 인해 오히려 더 돋보이는 플롯!


남성이 아닌 아버지가 주인공인 영화.

한국에서도 비슷한 영화가 있으나, 신파극이라고 욕먹어온 그런 장르다.

누구보다 가족주의적이면서 왜 유럽 가족에 대신 울어주는 걸까?

알기 힘든 부분이다. 최근 동명의 한국 영화가 개봉하여 알만한 부분이 되긴 했다.


+) 아직 한국에서는 블랙 코미디가 대중적으로는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장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블랙'하면 악동이나 순수악이나 비소와 냉소로 무장한 악한들의 이야기면 몰라도, 시대정신을 반쯤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인간에 대한 예찬을 못 봤다.


+) 귀도의 성격은 일관되게 긍정적이고 재치 있다. 임기응변도 타고나서 상황을 모면하는 게 정말 대단함. 관객으로 보기 때문에 어설프다는 게 다 보이지만. 사실 그래서 감동적이다.


+) 울기 싫어도 눈물짓게 만든다. 이래서 자기감정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신파를 싫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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