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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Aug 14. 2022

엄마, 나는 실수로 낳은 아이야?

 나는 언니와 연년생이다. 언니 생일은 8월, 나는 11월. 나는 언니가 태어나고 딱 1년 3개월 있다가 태어났다. 어렸을 때는 연년생이 어떤 건지 잘 몰랐다. 그냥 주변에 연년생이 별로 없다는 정도만 알았다.



 중학생 때 어떤 아주머니가 형제자매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1살 많은 언니가 한 명 있다고 했더니, "어머, 연년생이야? 부모님 금슬이 좋으신가 보다." 하셨다. 나는 궁금했다. '왜 연년생이면 부모님 금슬이 좋은 거지?'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느 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친구가 "연년생은 계획한 게 아니래. 연년생이면 둘째는 실수로 낳은 거래.."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이 말이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연년생이 었던 나에게 '실수'라는 두 글자만 크게 다가왔다.


 한창 예민했던 중학생 시절, 나는 실수로 낳은 아이 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래서 엄마한테 달려가 물어봤다. "엄마, 나는 실수로 낳은 아이야?" 내가 대뜸 물어보자 엄마는 약간 당황한 듯했지만, "어, 계획하진 않았지."라고 말했다.


 그때도 나는 자기 합리화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엄만 좋겠다. 실수로 이렇게 귀엽고 착한 둘째가 생겨서!"라고 맞받아쳤다. 그렇게 나는 내가 실수로 난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아이 낳을 나이가 되니 그 말을 똑똑히 이해하게 되었다. 언니를 낳고 몸을 추스리기 위해 쉬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하게 가 들어선 것이다. 엄마 몸이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나는 실수로 라도 아이가 들어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엄마가 손만  자도 아이생긴다며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하고도 피임을 철저히 했고 아이는 나중에 계획해서 가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임신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번번이 한 줄만 나오는 임신테스트기를 보며 하루하루 기대가 좌절되는 경험을 했다. 나는 절실히 깨달았다. 계획대로 아이를 낳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는 엄마가 실수로 낳은 아이다. 그런데 나에게 실수로라도 예쁜 아기가 찾아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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