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청소와 삶을 지탱하는 것들
미뤄온 욕실 바닥 청소를 했다.
샤워도 욕조에서 하고, 딱히 물이 바닥에 닿을 일이 없는데도 금세 더러워지는 욕실 바닥. 특히나 회색 타일 틈 사이로 어디서 쌓였는지도 모를 의문의 때들이 늘 거슬렸다.
평소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편이다. 물론 내 눈에 보이는 곳 한정으로.
밥을 먹고 나면 바로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도 매일매일 하는데 이렇게 나도 모르게 켜켜이 쌓여가는 얼룩까지 신경 쓸 만큼 부지런하지는 못하나 보다. 보이는 부분은 잘 가꾸고 살지만 이렇게 티가 잘 나지 않는 부분들, 모른척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은 마음의 불편함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욕실에 늘 있는 것도 아니고, 크게 더러운 것도 아니며, 주로 나만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의 짐으로 남겨두던 어느 날,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화장실 바닥부터 청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보지 않지만, 나는 매일 보는 곳. 성가시고 번거롭지만 꼭 해야 하는 일.
약품을 뿌리고 바닥을 닦으며, 마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거북목의 인간 사이의 어떤 것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타일 틈을 박박 밀다 보니 문득 그런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렸을 때는 연인으로 차키나 옷의 브랜드를 보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보다는 옷은 잘 다려 입는지. 소매 끝은 잘 정돈되어 있는지를 본다는 이야기. 당시에는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으나, 진정한 의미를 몰랐던 것 같은데 욕실 바닥을 닦으면서 그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와닿았던 것 같다.
한 사람이 그의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들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지만 번거로우면서도 중요한 것들을 챙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작은 것들이 모여, 하루를 만들고 한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앞으로도 욕실 청소는 자주 해야겠다. 아주 반짝반짝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