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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템포 Jan 31. 2024

5년 만의 치앙마이와 단상

인간의 입체성에 대하여

타인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내 인생의 속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 준 North Gate Jazz Co Up. 

너무 유명한 곳이라 한국인뿐만 아니라 치앙마이 전체의 관광객들이 다 모이는 곳이다. 

또 걷고 걸어 도착한 이곳은 5년 전과 다름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맥주 한 잔을 시키고 적당히 관찰자적 시점에서 공연을 듣다 롱 아일랜드 티 한 잔을 추가로 시켰을 때 즈음 밴드 바로 앞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났다. 벤치형 의자에 아이가 앉아 있어 잠깐 주춤하긴 했지만, 충분히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기에 냉큼 앉으려 하자 바로 뒤에 앉은 사람이 제지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뒤, 그녀의 뒤통수가 정확히 가리는 의자를 가리켰다.


목욕탕 자리 맡기처럼 이곳에서도 그런 룰이 있는 건가. 따지고 들고 싶었지만, 사실 저 멀리서 운수 좋게 앉을 수 있게 된 나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가벼운 미소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귀여운 꼬마와 함께 엄마인지 이모인지 모를 보호자와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이해는 하지만 썩 유쾌하지는 않은 경험이었다. 간간히 퍼지는 대마냄새와 술 마시는 분위기, 전혀 교육적으로 생각되지 않는 분위기에 자리 맡기까지. 순간적인 판단이었지만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들이 비집고 나오는 것은 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잠시 자리를 비울 동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그 자리에 앉기를 시도했으나 굳건한 수비 덕분에 죄다 머쓱한 미소와 함께 다른 자리를 찾아 떠났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꿋꿋한 사람은 있는 법. 그리고 사실상 좌석을 사지 않은 자리에 두 자리, 그리고 로열석을 맡아두는 것도 합리적인 것은 아니기에 두 사람이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았다. 떠나는 사람과 그녀의 만류에도 그 자리에 앉는 사람들을 보며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 어쩌면 너무도 쉽게 판단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후 아이와 보호자가 다시 자리를 찾았다. 공연을 즐기던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작은 곰인형을 파는 소녀였다. 딱 내 앞의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 

10 바트 정도 - 한화 400원 정도일까 -에 자기보다 더 큰 봉지를 끌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재즈바에서 누가 곰인형을 사겠는가 하는 마음과 달리 앞에 있던 분이 소녀를 불러 세웠다. 아이에게 무어라 말하며 100 바트가량을 주었는데 소녀는 인형은 10 바트라며 거절했다. 그러자 아이에게 괜찮다며 미소와 함께 곰돌이를 받아 들었다. 소녀가 떠난 후 자신의 아이(로 추정)에게 그 곰인형을 저 소녀가 주었다며 선물했다.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알량한 연민 혹은 우월감으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내가 본 그녀의 따뜻한 눈빛과 미소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 아니었다. 그저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혹은 보호하는 사람의 마음일 뿐. 

동시에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리를 맡는 것에 대해서 에티켓에 대해서 짧게나마 의심했던 순간, 그래서 그 사람에 무의식적으로 평가했던 것들. 


항상 인간은 입체적인 존재이고 그래서 어디서 조명을 비추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지 말자,라는 방향성에 대해서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나 역시도 어떤 각도에서 조명하느냐에 따라 좋은 사람이기도 나쁜 사람이기도 할 텐데, 타인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좋은 쪽을 많이 바라보며 미소 지우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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