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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템포 Feb 01. 2024

5년 만의 치앙마이와 단상

너무 잘하려 하지 말자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추천으로 가게 된 근처 카페.

지금의 치앙마이는 기억 속의 하늘보다 더 맑고 건조한 공기와 뜨거운 볕의 날씨이다. 하지만 어딘가 숨을 그늘이 있다면 딱 테라스를 즐기기 좋은 정도의.


예상외로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 분위기에 다들 일을 하거나 무언가에 집중하는 듯하여 딱 마음에 들었다. 마침 테라스 자리에 한 자리가 비어 무신경한 듯 담배와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의 옆에 앉았다. 뭔가 딱히 엄청난 집중을 하려 노력하는 것은 아닌 듯 보였지만 그는 꽤나 자유롭고 몰입하는 듯했다. 


아이스 라떼를 한 잔 시키고 비행기에서 읽은 책의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필사하고 코멘트를 달았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조금 특이하지만 자연의 소리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는 새소리도 규칙적으로 들리는 테라스를 즐기기에 완벽한 시간. 오히려 체크인 시간이 늦어 강제로나마 이렇게 여유를 즐기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근처를 다니며 본 계획과는 달리 이따금 초조해졌다.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좋아했던 가게들도 가보고 새로운 곳도 가보고. 수영도 해야 할 것 같고, 요가도 해야 할 것 같고, 운동도 좀 해야 할 것 같네. 마사지도 많이 받는다던데, 도이수텝도 가봐야 하고. 

여기에 정점을 찍은 것은 무언가 아주 열심히인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부지런히 걷고 찾아보아 좋은 곳도 많이 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열심히 서로를 찍고 찍히는 모습을 보니 내 여행이 돌아보았을 때 후회로 남지 않을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했던 것 같다. 이렇게 길게 쉽게 올 수 있는 곳도 아닌데. 


이 모든 것은 테라스에 앉아 필사를 하기 전까지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던 사고의 흐름이었다. 막상 글을 쓰고 책의 단어들을 내 인생에 대입하고 몰입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나 지금 너무 행복한데?'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실 내가 즐기고 싶었던 여유는 이런 아무런 계획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오는 것들이었다. 몇 가지 하고 싶었던 일정을 하루에 하나씩 정도 즐기고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온전히 내 선택과 생각에 집중하는데서 나오는 마음의 공간. 


동시에 나에 대해서도 더욱 생각하게 되었다. 태생적으로 열심히 하려는 성향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게 된다는 것. 물론 그로 인해 성취한 것들도 많지만 오래가고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최근 부쩍 깨달았다. 너무 잘, 열심히 하려는 마음 말고 현재를 즐기는 이 마음이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듯하여 안타깝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점점 힘을 빼는 것이 힘을 주는 것보다 어려워지는 것을 알아가는 요즘이다. 

 

돌이켜보면 빠르다고 좋았던 것도 느리다고 나빴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말자. 교과서적인 말이라 지루할 수도 있지만 몸소 느낀 이 기분은 조금 더 오래갈 것 같다. 

볕이 좋은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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