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끔찍한 일 같아요. 무언가를 실행할 준비가 된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기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드는 거죠. 세상에 준비 같은 건 없어요. 오직 현재만 존재하죠. 그러니 미루지 말고 지금 실행하는 편이 좋아요. 일반적으로 말해서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닥터 하우스>에서 ‘그레고리 하우스’역을 맡은 ‘휴로리’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미루는 습관을 지녔고, 또 미루는 습관이 결국은 해롭다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다. 과제와 수행평가를 미루고 미루다 날짜가 다가오니 정신없이 하는 학생들, 오늘 끝내야 할 공부를 미루다가 시험 때 형식상으로도 대충 문제 푸는 학생들, 심지어 어느 정도 완벽한 준비가 되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미루는 학생도 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을 미루다가 촉박하게 다가오면 성취감은커녕 오히려 후회와 좌절감만 밀려오는 것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봤다.
“지금 공부를 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요. 막상 하려고 하면 하기 싫어요.”
“오늘까지 쉬고, 내일부터 열심히 할게요.”
“중요한 것도 아니고, 금방 할 수 있는 일이라 내일 하면 돼요.”
미루는 습관이 자신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학생들의 전형적인 단골멘트다. 그런데 그들의 멘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루지 말고 지금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기 싫다는 것이다. 이것을 풀이하면 머리는 지금 해야 하는 걸 알지만, 마음은 하기 싫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마음대로 살고 싶어요.”라는 말은 있어도 “머리대로 살고 싶다.”라는 표현은 없다. 미루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머리와 마음에서 수많은 충돌이 일어난다. 그런데 머리가 승리해야 하는데 결국은 마음이 승리해 계속 미루는 습관에 빠져들고 만다.
서점에 가면 미루는 습관에 대한 많은 자기계발 서적들이 있다. 읽을 때는 세상의 그 무엇도 다 이길 용기가 끓어오르지만, ‘작심삼일’대로 다시 자기 마음에 영향을 받으며 산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폴 멕켄나’는 수많은 백만장자와 인터뷰하며 성공전략을 여섯 가지로 정리하였는데 그 다섯 번째 전략이 ‘신속성’이라고 하였다. 새롭게 구상한 일이 있으면 24시간 이내에 뭔가를 실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루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도 행동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왜? 지금까지 ‘마음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보자. 지금까지 살면서 마음이 아닌 ‘머리대로’ 살면서 실행으로 바로 옮긴 것이 몇 번이나 되는지? 아마 기억이 날 듯 말 듯할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명성이 있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그 자손들은 덕을 기리기 위해 무덤 앞에 비석을 세웠다. 그의 후손들에게 널리 알려 교훈과 자부심을 주기 위해 비석에 이름과 업적을 남겼는데, 단지 비석에 글로 써서 남겼다. 비바람으로 인해 비석에 쓰인 글씨가 지워지자 자손들은 다시 비석에 글을 남겼다. 마찬가지로 비바람으로 인해 글씨가 또다시 지워지자 후손들은 더는 비석에 글을 쓰는 대신 돌에 새기게 되었다.
돌에 새기자 오랜 세월 동안 후손들에게 전해지게 되었는데 이때 새기는 것 즉 ‘각인’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각인(刻印)이라는 단어에 ‘각’자는 ‘새길 각(刻)’자로 깊이 새겨져 뚜렷하게 기억되거나, 어떤 사건이나 느낌이 머릿속이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마음도 비석이다. 미루기 좋아하고 할 일을 제때 하지 못한 것은 마치 비바람에 의해 금방 지워질 글씨로 쓴 것에 불과하다. 비석에 글을 새길 때 망치와 정을 사용해서 파내며 새기었다. 우리 마음에 비석에 새길 망치와 정은 바로 매일 매일 의식적으로 목표를 생각하고 바로 실행할 때 어느덧 마음에 새겨지게 된다. 물리적으로 망치질을 하는 것만큼 마음에 새기기 위한 망치질은 당연히 힘들 것이다. 하지만 관성이라는 것이 붙게 된다. 새기는 과정에 관성이 붙으며 우리는 목표를 향한 습관에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예전에 영등포역 근처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모임 중간에 서너 명의 여자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들어왔다. 옷차림과 그들의 대화는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한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로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혹시 황정연 선생님 아니세요?”
화장이 진해서 알아보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도했던 여학생이었다. 순간 당황을 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도 예의상 반가움을 표시하며 나도 모르게 안부를 묻게 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네. 그나저나 몇 살이니?”
“22살이에요”
“학교는?”
“선생님 저 대학교 자퇴했어요. 집에도 못 들어가요.”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단둘이 나와 그동안의 상황을 들어보았다.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고등학교 때 놀지 못한 것을 분풀이하듯 ‘마음대로’ 살았고, 친구들과 클럽에 출근 도장을 찍을 정도로 빠져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늘어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오직 ‘마음대로’ 살고 싶은 마음만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20살에 카드빚이 400만이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대신 갚아주었는데 또다시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결국은 유흥 쪽에서 일하고 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다시 돌아간다면 진짜 열심히 할 자신이 있어요. 일이 이렇게 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을 바로잡을 방법은 너와 부모님에게 달려있다. 먼저 부모님께 가서 다시 도움을 요청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빨리 찾기 위해 독서를 하면서 부모님의 노고를 생각하고 변화를 주어야 한다. 내 기억으로 아버지가 널 유독 챙겨주고 이뻐해 준 기억이 난다. 생살을 오려 소금 뿌리는 것은 무척 아프다. 현재는 네가 많이 아플 거야. 지금까지 마음대로 살았으니까! 마음대로 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 해. 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잖아.”
자신의 꿈이 있더라도 매일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살고 싶은 유혹은 쓰디쓴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 당장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작은 눈덩이지만 미루고 미루게 되면 거대한 눈사태가 되어 자신을 압도하게 된다. 미루는 것은 꿈은커녕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비석인 우리 마음에 서서히 꿈을 지워버리는 것과 같다.
“之之之中知 行行行中成 (지지지중지 행행행중성)이라는 말이 있다. 가고 가고 또 가다 보면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면 또 행하게 되면 이루게 된다는 말이다.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방법을 찾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다 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민규 지음, [실행이 답이다]. 더난 출판.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는 경우를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머피의 법칙’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대책과 실행 없이 미루기만 하는 사람에게만 발생한다. 마음대로 살며 미루다가 실행을 하려고만 하면 안 좋은 일이 발생한다.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번이 아닌 꾸준히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미국 26대 대통령 시스도어 루스벨트의 연설 중 한 대목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루지 말고 당장 실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미국 국력 신장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환경을 탓하지 말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활력’과 ‘시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 ‘환경이 되면’, ‘준비가 끝나면’이란 표현은 마음대로 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완벽한 환경과 준비는 없다. 매일 매일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완벽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1:29:300 법칙에서 300번의 사소한 실행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이끌고 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마음대로’ 살아가는 생활을 청산하고, ‘머리대로’ 살아가는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