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 초등학교 내내 계주 선수였지, 항상 파란색 바통을 쥐고 뛰었단다. 얼마나 잘 달리던지 그때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들아, 초등학교 4학년 국군의 날, 펄펄 끓는 밥 냄비에 오른발이 빠져 화상을 입었지, 지금도 그 상처가 있더구나”
내가 엄마를 추억하는 것보다, 엄마가 나를 추억하는 것이 훨씬 더 깊고 넓었다. 자서전을 위해 엄마와의 인터뷰 내내 “추억도 사랑의 깊이와 비례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와 내가 같이 지내온 55년의 지난 시간은 모두 추억이다.
내가 어릴 때는 엄마가 나를 보살피고, 엄마가 노인이 되고서는 내가 엄마를 보살폈다. 그러니, 우리는 보살피고, 보살핌을 주고받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님은 이따금씩 나에게 “남형아, 내 아들로 태어나 주어서 고맙구나”라는 말씀을 하곤 하신다.
세상에서 가족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그 소중한 가족과 함께한 추억은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가족과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 엄마 자서전을 쓴 이유도 엄마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엄마의 추억을 알고 싶었고, 그 추억을 끄집어 내 기록하여 남기고 싶었다. 엄마의 추억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를 더 볼 수 없는 날 그 자서전을 보며 엄마를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어느 날 우리는 결국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요즘 엄마와 나의 이야기 속에 “추억이 사랑이 되는 것”을 느낀다. 죄송하고, 안타깝고, 애틋한 그 모든 추억이 사랑으로 다가온다. 나와 엄마의 대화에 99%는 추억이다. 바로 지난 사랑이야기다.
엄마는 나에게 사랑이라는 추억을 남기셨고, 나는 엄마에게 사랑이라는 추억을 드렸다. 그 추억으로 엄마는 늘 내 곁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