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리움일 것이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 퇴직한 회사에 대한 그리움. 특히 퇴직한 직장동료에 대한 그리움...
퇴직하신 선배님이 “남형 씨, 어떤 날은 전화가 한 통도 안 와, 그런 날은 왜 그리 허전한지... 이제 모두에게 잊히나 봐”
“은퇴하면 바로 절벽이야, 낭떠러지 마음을 다 잡아야 해...” 내가 퇴직할 때 나를 아끼는 선배가 한 말이다. 나는 퇴직은 하였지만 은퇴한 것은 아니기에 그냥 웃어넘겼다.
퇴직하고 6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다. 퇴직하고 3개월쯤 지났을 때 스멀스멀 찾아오는 공허와 외로움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고, 그것을 이겨내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함께했던 옛 직장동료들이 그리웠다. 물론 그리울 때마다 전화를 하고 편지를 썼다. 그럴 때마다 옛 동료들은 나에게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그때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던 동료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서로에게 안부를 묻곤 한다.
은퇴할 때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사람과 관련한 것이고, 은퇴하고 가장 후회하는 것도 또한 사람과 관련한 것이다. 성과, 급여, 복지 이런 것은 그다음이다.
후회와 관련한 책을 쓰면서 인터뷰를 위해 은퇴하신 선배님을 찾아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선배님은 불평불만을 쏟아 내셨다.
“도대체 전화 한번 없네. 내가 부서장 하면서 얼마나 챙겨주고 잘해 주었는데 퇴직하고 나서 전화 한번 주는 직원이 없어” 하며 30분 정도 하소연을 늘어놓으셨다.
나는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말을 자를 수도 없고... 그러다, 용기 내어 선배님께 말씀드렸다. “선배님 현직 계실 때 퇴직하신 선배님들에게 얼마나 자주 전화 하셨어요”
선배님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인터뷰 내내 무언가에 한 대 얻어맞은 듯하였다.
은퇴하신 선배들이 가장 힘들어한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
현직에 있을 때 퇴직하신 선배들에게 전화들 드리면 그렇게 반가워하셨다. 물론 회사동료로 있을 때 마음을 나눈 선배님들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들러 점심이라도 같이 하면 융숭한 대접을 해 주셨다. 그러면서 선배님은 “남형 씨 연락 줘서 고마워요. 지나갈 때마다 들러요. 점심은 내가 살게요.”
그대 은퇴를 앞두고 있는가? 옆 동료 후배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어라. 은퇴하시는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주어라. 그대 은퇴하면 그들이 그대를 빛나게 해 줄 것이다.